가족회의 하는 날.
“자, 모두 모여주세요!”
거실에 있는 책상에 모두 모여 앉았다. 오늘은 가족회의 하는 날. 지난해 말 탁경운 작가님의 아빠 육아 특강을 듣고 시작한 가족회의가 어느덧 열번을 넘겼다.
가족회의의 첫번째 순서는 가족 구성원 칭찬하기. 오늘은 아이들부터 칭찬을 시작했다.
“아빠는 놀이터에서 아빠 괴물 놀이를 하고 음료수를 사준 것, 엄마는 보드게임을 같이 한 것, 지온이는 오빠랑 포켓몬 놀이 할 때 오빠 말을 잘 들은 걸 칭찬합니다.” “자, 박수~!”
칭찬으로 분위기가 달궈지면 회의 안건을 토의한다. 얼마 전 첫째 아이가 제기했던 ‘매일 공부해야 하는 학습지 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학습지를 하고 나면 놀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밖에서 너무 오랫동안 놀고 늦게 들어오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아니에요. 해야 하는 학습지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억지로 공부하게 돼요.”
“아이고, 억지로 공부하면 안 되는데요. 그럼 승유는 얼마가 적당한 것 같아요? 아예 안 하는 게 좋을까요?”
“그건, 아니에요. 음, 한장만 줄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럼 한장 줄이는 대신에, 집에 오자마자 공부를 먼저 끝내고 노는 건 어때요?”
“좋아요!”
존댓말을 사용하고, 이야기를 잘 듣는 것 두가지를 규칙으로 정해서인지 아이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족회의에 진지하게 임했다. 덕분에 오늘 안건도 나름 성공적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회의 주제 토의는 마쳤지만 아직 한가지 순서가 더 남았다. 바로 가족들의 일정 공유!
“아빠는 이번주 수요일에 출장이 있어서 집에 늦게 들어올 거예요. 승유랑 지온이는 목요일에 수영 학원에 갈 거고요. 다음주 추석에는 광주에 먼저 갔다가 토요일에 대전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갈 겁니다. 그리고 엄마는 17일 토요일에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그날은 아빠하고만 놀 거예요.”
일정을 공유한 덕분에 우리 가족은 서로의 계획을 새롭게 알거나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덕분에 아내의 일정, 아이들의 일정에 맞춰 격려하고 응원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되었고, 나 또한 아이들로부터 많은 이해와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었던 가족회의. 아이들 생활 태도를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내 고민을 나누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더니 지금은 정말 소중한 소통 창구가 되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고, 사춘기가 되어서도 가족회의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 최현욱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