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신용이 나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정식 이름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이지만 우리에게는 신용불량자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거나 가게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건 값을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세금을 체납하거나 전기요금, 통신요금 등을 내지 못하는 사람도 이에 해당한다.
돈이 급하다고 대책 없이 돈을 빌려서는 절대 안 된다. 갚을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고, 일단 빌렸다면 약속한 날에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은행은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사람, 즉 신용 있는 사람에게만 빌려준다. 그래야 은행을 믿고 돈을 예금한 고객에게 안전하게 원금과 이자를 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떤 사람이 믿을 만한지를 어떻게 판단할까? 그 사람의 신용점수라는 걸 들여다본다. 그렇다. 학생들이 시험이나 수행평가 등을 통해 점수를 받는 것처럼, 누구나 평소의 돈거래 실적을 통해 신용점수라는 성적표를 받는다. 현재 신용점수 만점은 1000점이다.
평소에 신용카드 사용 대금이나 공과금을 기일 안에 납부하는 사람, 빌린 돈의 이자를 약속한 날에 꼬박꼬박 갚는 사람은 신용점수가 쌓인다. 신용이 좋은 사람이라는 신호다.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이자를 많이 내야 한다.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이 4%의 금리로 돈을 빌린다면,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이 부담해야 할 금리는 가령 6%로 높다. 돈 1억원을 빌린다면,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1년에 이자로만 200만원이나 더 갚아야 한다. 돈을 5년 빌리면 이자 차이가 무려 1000만원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신용점수가 매우 낮은 사람의 금리는 10%가 넘기도 한다. 신용점수와 대출금리는 반비례한다.
누구를 탓하랴. 평소 자신이 신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신용점수를 높여야 한다.
개인의 신용도 중요하지만, 국가도 신용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라 살림을 하다 보면 때로 외국에서 돈을 빌린다. 신용도가 낮은 국가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 국가가 외국에 이자로 갚아야 하는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오므로, 우리나라의 신용도를 좋게 유지해야 한다. 국가에 빚이 많거나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지면 신용도가 깎인다. 심하면 아예 돈을 빌리지 못한다. 2010년대에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가 그랬으며 베네수엘라도 국제시장에서 신용을 잃어버린 상태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다를 게 없다. 신용은 돈의 또 다른 이름이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다. 신용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각오로 신용 관리에 나서야 한다.
한진수 |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