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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티칭’ 아닌 ‘코칭’의 시대…마음근육에 공부법 더해야

등록 2022-08-22 18:21수정 2022-08-23 13:18

‘학습코칭’ 어떻게 할까

최근 자기주도학습법에 관심 높아
학습법보다 동기부여·관계가 우선
꾸준한 소그룹 코칭 가장 효과 좋아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필요”
전문가들은 “공부법만 가르쳐주는 학습코칭은 ‘반쪽짜리 학습코칭’”이라며 “코칭이라고 해놓고선 막상 들어가보면 티칭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문가들은 “공부법만 가르쳐주는 학습코칭은 ‘반쪽짜리 학습코칭’”이라며 “코칭이라고 해놓고선 막상 들어가보면 티칭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재수하면서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재수학원 담임 선생님은 지금까지 만난 다른 학원 선생님들과 달리 계속 저의 공부법에 대해서만 묻고 공부법에 대해서만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대화를 하면서 내가 공부를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새로운 공부법도 알게 되어 도움이 됐어요.”(재수생)

# “주변 엄마들이 요즘 학습법이나 공부전략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가더라고요. 국·영·수 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공부법 학원도 다녀야 할까요?”(학부모)

# “학습코칭에 대한 교사 연수를 받고 학습코칭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어요. 하지만 교과목을 가르치고 담임까지 맡으면서 한명 한명 학습코칭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고요. 교사의 웬만한 의지와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어려울 거 같더라고요. 아이들이 자기에게 맞는 학습코칭만 제대로 받아도 성적이 많이 오를 텐데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고등학교 교사)

‘티칭’이 아니라 ‘코칭’의 시대다. ‘티칭’이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이라면, ‘학습코칭’은 지식을 터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즉, 학습코칭이란 자기주도학습을 이끌어내는 지도다. 왜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할까? 신종호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러지 못하는 학생의 핵심적인 차이가 자기주도학습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자기주도학습 여부가 학습격차를 심화시켰다.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원 등이 2020년 7~8월 전국의 초·중·고 교사 5만10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원격수업이 학습격차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교사의 79%가 학습격차가 ‘커졌다’ 또는 ‘매우 커졌다’고 답했다. 또 ‘원격수업이 학생 간 학습격차를 심화시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64%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라고 답했다.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13%), ‘학생-교사 간 피드백 한계’(11%)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시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지금 시대는 자기주도학습력을 필요로 한다. 신종호 교수는 “현재 사회는 모든 면에서 변화가 너무 빠르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계속 창출된다는 게 특징”이라며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소화하고 학습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고 역량을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 불확실성 등이 가리키는 방향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것이다. 배움이 ‘대학 입학’ 또는 ‘대학 졸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다. 정보량이 제한적이던 시대와 정보가 무한증식하는 시대의 교육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교육이 모든 지식을 ‘티칭’할 수 없다면, 지식을 터득하는 방법을 ‘코칭’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도 “현재의 교육은 아이들이 컸을 때 아무 소용 없게 된다. 지금 아이들은 기존 세대로부터 경험과 지식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첫 세대가 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변화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자기주도학습력을 강조한 바 있다.

바로 눈앞의 ‘대입’만 생각하더라도 자기주도학습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과외와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보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은 ‘혼공’으로 채우고 과외와 학원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만 이용한 학생들이 더 좋은 입시 결과를 나타내면서 교육계는 ‘자기주도학습’을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또래에게 많이 배우는 소그룹 코칭 효과적

그렇다면 학습코칭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12년간 교육 현장에서 학습코칭을 실천하고 있는 김선자(높은뜻씨앗스쿨 교사) 학습코칭연구회 전 대표는 “학생들이 저마다의 학습유형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아이들 모두는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지금 무엇이 공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진단한 다음, 아이들마다 다른 동기부여를 통해 효과적인 학습전략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법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지 코칭까지 받아야 하냐’는 질문에 김선자 교사는 “코로나19로 부모님들이 집에서 영상을 보면서 ‘홈트’를 많이 해봤을 텐데 혼자서 홈트를 하는 것과 전문가로부터 일대일 코치를 받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라”고 답했다. 그는 “일대일 코치를 받는 게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교실에서 아이들이 코칭을 통해 학습적으로나 인성적으로나 점프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봤고, 다만 운동과 다른 점은 아이들은 소그룹으로 코칭을 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서로를 보면서 더 많이 배우고 깨닫기 때문이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에서뿐만 아니라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학습코칭을 지도하며 <별별학습코칭>(함께교육)을 펴내기도 한 김선자 교사는 “지금까지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학습코칭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은 없었다”며 “코칭이 효과를 발휘하는 속도는 다를 수 있지만, 전교 1등도 관계나 불안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코칭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가 한 번의 코칭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그룹으로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코칭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루이틀 굶는 다이어트가 효과가 없는 것처럼, 이벤트로 한 번 듣는 코칭 특강보다는 공부근육을 만들 수 있는 꾸준한 코칭이 필요하다.

“코칭이라고 해놓고선 막상 티칭 많아”

한편, 학습법, 공부법, 공부전략만 알려주는 코칭은 “반쪽짜리 코칭”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칭이라고 해놓고선 막상 들어가보면 티칭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김선자 교사는 조언했다.

김선자 교사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공부가 너무 많이 왜곡되어서 아이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는데, 공부는 원래 배움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채워주는 굉장히 귀한 것”이라며 “공부에 대한 즐거움 회복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내가 행복해지고 나아가 우리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배움의 철학부터 코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 친구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공부로 넘어가지 못하고 관계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공부 동기가 생기는 것을 수년간 목격했기 때문에 학습코칭에서는 동기부여와 함께 관계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종호 교수는 “자기주도학습은 방법도 능력도 아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데 공부 마음이란 공부 재미, 공부 목표, 자기절제력 등이 포함된다”며 학습코칭을 통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와 함께 긍정적인 자기인식,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효능감, 자존감, 자기조절력 등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는 학생이라도 내내 평탄하게 공부가 잘되진 않는다. 누구나 좌절과 불안, 우울 등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 시기를 딛고 일어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음의 근육’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학습코칭을 찾고 싶다면, 자녀의 마음근육을 우선적으로 길러주면서 학습전략을 챙기는지 살펴야 한다. 학습동기에 학습전략이 첨가된다면 공부에 폭발적인 성장이 있지만, 동기가 없고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에게 학습전략은 또다른 사교육일 뿐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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