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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예술과 대중을 잇는 전시기획자

등록 2022-08-22 10:38

예술 작품을 두 눈으로 감상할 때의 감동은 화면이나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작품의 크기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붓이 지나간 자국, 사진 속 픽셀 하나에도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시기획자는 대중이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고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계획하는 일을 한다. 예술과 대중을 잇는 전시장의 숨은 지휘자, 전시기획자라는 직업을 알아봤다.

바림, CCOC 제공
바림, CCO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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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선보이기 위한 모든 과정을 계획해야

전시기획자는 전시회에 전시할 작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보여줄지 계획하는 사람이다. 먼저 전시회의 주제가 될 콘텐츠를 찾는데,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전시나 아트페어를 주의 깊게 둘러보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작가를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가의 작품이나 전시를 한국에서도 개최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전시장을 빌리는 대관 일정과 작가의 스케줄 등을 맞춰보며 일정을 조율한 후에는 전시장을 대관하기 위해 대관 신청에 필요한 전시 소개서를 만든다. 이 소개서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 전시의 의미, 기획 의도, 관람객의 흥미를 끌 지점 등을 담는다. 소개서를 검토한 전시장이 대관을 허가하고 일정이 확정되면 전시의 주요 관람객을 결정하고 전시장을 연출한다.

전시작을 설명하는 글을 쓰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전시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도 하다. 전시장 연출은 작가나 미술관이 원하는 대로 하기도 하지만, 전시장에서 양질의 정보를 얻고 싶은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작품이나 작가의 인생사를 자세히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공간 연출 역시 특징이다. 본격적인 홍보는 전시 소개 영상을 만들고 초대권을 나눠주거나, 전시하는 내용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엮은 도록을 만들고 SNS나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진행한다.

CCOC에서 기획한 주요 전시들. 왼쪽부터 <에릭 요한슨 사진전>,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컬러 픽처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의 전경이다.
CCOC에서 기획한 주요 전시들. 왼쪽부터 <에릭 요한슨 사진전>,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컬러 픽처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의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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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넓게 보고 미래는 멀리 봐야

전시기획자는 예술가의 관점보다도 예술 경영인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직자의 조언이다. 좁고 깊은 미술 지식보다도 문화예술계를 넓게 아우를 수 있는 안목이 더욱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 기획에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중에게 사랑받을 콘텐츠를 찾으려면 지금 당장이 아닌, 2년 후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해외 작가, 갤러리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영어 및 외국어 실력은 필수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인맥을 통해 작가를 소개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다. 해외 예술작품을 자주 접해 작품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홍보와 마케팅에 관해 공부해두는 것도 좋다.

CCOC에서 기획한 주요 전시들. 왼쪽부터 &lt;에릭 요한슨 사진전&gt;, &lt;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gt;, &lt;컬러 픽처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gt;의 전경이다.
CCOC에서 기획한 주요 전시들. 왼쪽부터 <에릭 요한슨 사진전>,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컬러 픽처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의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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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전시기획은 대중이 좋아할 것을 찾는 일, 절대 책상에서 할 수 없어

- 강욱 전시기획사 ‘CCOC’ 대표 -
바림, CCOC
바림, CCOC

Q. 대표님은 미술학도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A. 원래는 미술이나 전시를 기획하는 회사에서 총무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몇 번의 전시 기획 업무를 돕게 됐고 재미를 느껴서 2013년도에 전시기획사 CCOC를 창업하게 된 거죠. 창업하면서 한 개씩 목표를 세우고 단계별로 성취해가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제 힘으로 전시를 시작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것이었어요. 그게 바로 <무민 원화전>이었죠. <무민 원화전> 외에도 <에릭 요한슨 사진전>,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전> 등 굵직한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끈 전시기획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전시관을 대관하지 않고 CCOC의 이름을 건 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게 꿈이에요. 또 유명한 해외 갤러리와 협업해 그들의 전시를 꾸준히 소개하는 것도 목표고요. 우리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 중이랍니다.(웃음)

Q. 예술의전당에서 전시 중인 사진작가 마일즈 알드리지의 개인전 <컬러 픽처스,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 2000-2022>도 대표님의 손을 거친 전시인데요, 작가와는 어떤 인연으로 한국에서 전시를 열 수 있었나요?

A.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세계 최대의 사진 박물관 ‘포토그라피스카’가 있어요. 여기에서 본인의 사진을 전시한다는 건 세계에서 인정받는 중견급 이상의 작가라는 뜻이죠. 저는 포토그라피스카에서 마일즈 알드리지 작가를 알게 됐고, 이후 작가와 연락해 2019년 겨울부터 전시를 준비하게 된 거예요. 작가 본인도 대규모 개인전은 처음이라 이번 전시에 애정을 많이 가져 전시 콘셉트와 포스터 디자인에도 관심을 많이 쏟았죠.

Q. 전시기획자로서 전시 공간 연출에 정성을 많이 들이시는 것 같아요.

A. 우리 전시에 오는 관람객이 관람료 그 이상의 정보와 즐거움을 얻어갔으면 해요.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스튜디오를 관람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작가의 진정성과 호흡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그들이 실제로 쓰는 물건을 받아오기도 하죠. 아름답게 연출된 스튜디오는 포토존 역할도 톡톡히 하거든요.

Q. 10여 년간 수십 개의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전시도 있을 텐데요. 몇 개를 꼽아주신다면요?

A. 2015년 개최한 <안토니 가우디전>이 기억에 남아요.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전시는 기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 피와 땀이 들어간 소중한 전시예요. 실제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공부하기 위해 스페인을 몇 번이나 방문했었죠. 기회가 된다면 가우디 전시는 한 번 더 하고 싶을 정도예요. 2019년 개최한 <에릭 요한슨 사진전>도 큰 성공을 거뒀던 전시라 자부심을 갖고 있죠. 에릭 요한슨 역시 앞서 말한 포토그라피스카에서 발견한 작가인데요, 지금은 에릭과 신뢰가 깊이 쌓여 중국에서 개최할 전시도 같이 준비하고 있답니다.

Q. 전시기획자와 작가가 모두 ‘윈-윈’하는 사이가 된 거네요. 한 번 맺은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니 늘 인맥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어요.

A. 그럼요! 올해 말 예정된 <미키마우스 클럽하우스>나 내년에 개최할 <하비에르 까예하>도 2014년에 막을 연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전>을 통해 알게 된 수석 큐레이터와의 인연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전시예요. 일본 도쿄의 ‘난주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을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연락하던 중, 난주카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미키마우스’ 콘셉트 전시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2023년이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설 100주년이니 디즈니 코리아와 함께 미키마우스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면 좋을 것 같았고요. 타이밍이 잘 맞아 디즈니 코리아와 CCOC가 미키마우스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게 된 거죠. 12월,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Q. 전시기획자는 트렌드를 빨리 읽는 능력이 정말 필요하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런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트렌드는 쫓아가기만 해도 바빠요. 제 경우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책이 발간되면 그 즉시 읽고 있어요. 전시 관람객의 95%는 일반 대중이기에 그들이 좋아할 것을 찾아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년이면 바뀌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어요. 보통 대관은 1년 전부터 신청해둬야 하는데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어떤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몰라요.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생길지도 모르고, 당장은 화사한 사진이 유행이지만 언제 클래식한 사진이 인기를 끌지 모르는 일이죠. 전시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한 회사에서 3년은 경험해봐야 어느 정도 일을 익힐 수 있어요. 작가를 찾아 접촉하고, 대관을 하고 준비와 마케팅도 해보면서 전시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보며 자신의 기획에 대한 가치관을 정리해보길 바라요.

Q. 전시회도 가고 여행도 다니면서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해봐야 좋은 전시기획자가 되겠네요.

A. 일본은 중학생까지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다고 해요. 당장은 아이들의 티켓값으로 수익을 낼 수 없어도 전시장을 익숙하게 드나드는 습관이 생기면 성인이 되어서도 전시회를 즐기게 되거든요. 이런 정부의 지원이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토대가 되고요.

책, 전시, 공연, 자연경관 등 뭐든 좋아요. 일단 많이 놀러 다니고 많이 봐야 해요.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세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CCO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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