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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 예고편 만들어볼까 … 읽는 즐거움이 두 배!

등록 2022-08-08 18:27수정 2022-08-10 08:32

북트레일러 제작 독서 활동

‘나만의 책 예고편’ 완성…
구상, 스토리보드 작성 등
융합 독서 활동으로 창의력 ‘쑥쑥’
관점 정리·발췌 능력 키워줘
북트레일러 공모전도 활발
경기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학생들이 2022학년도 여름방학 독서캠프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시간에 편집 앱을 사용하는 모습.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경기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학생들이 2022학년도 여름방학 독서캠프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시간에 편집 앱을 사용하는 모습.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이후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가족이 화면에 그림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밝은 표정과 달리 배경에는 을씨년스러운 피아노 연주가 깔린다. 화면 하단 자막은 그림 속 남자(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소박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무카이 사토시. 어느 날, 그의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온다. 그 편지는 15년 전 무카이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영상은 15년 전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그림과 사진, 자막으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남자가 두 번째 편지를 받은 후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영상은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이라는 자막과 함께 책 <돌이킬 수 없는 약속>(북플라자)을 소개한다.

2분30초짜리 이 영상은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소개하는 ‘북트레일러’다. 만든 이는 경기 화성시 다원중학교 2학년 조서연 학생. 지역 도서관인 서연이음터도서관에서 진행한 상반기 청소년 예비사서 북트레일러 과정(6회차, 이하 교육)에 참여한 결과로 완성한 것이다.

조서연(다원중2) 학생이 만든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북트레일러. 조서연 학생 제공
조서연(다원중2) 학생이 만든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북트레일러. 조서연 학생 제공
교육받고 나만의 책 예고편 완성

영화, 드라마만 예고편이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책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북트레일러’가 주목받고 있다. 북트레일러는 영화의 ‘필름 트레일러’에서 따온 용어로 책(Book)과 예고편(Trailer)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책 소개 예고 영상을 말한다.

출판사 등에서 책 홍보를 위해 주로 만들어왔지만, 최근에는 독서 활동의 하나로 북트레일러를 직접 제작하는 독자들도 늘고 있다. 제작자 중에는 어린이·청소년도 많다. 북트레일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90초 책 소개 영상 만들기’(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 천재교육) 활동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던 조서연 학생은 책 읽고 만화 그리기, 일기 쓰기,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등 다양한 독서 활동을 해봤지만 북트레일러는 이번 교육을 통해 처음 해보았다. 리딩에듀 북트레일러 연구소 최용훈 소장이 진행한 이 교육은 책 내용과 의미를 곱씹어보는 데 더해 나만의 영상물을 창작해보는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지난달 26일 광동중 학생들이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시간에 책을 분석한 뒤 조별 발표를 하는 모습.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지난달 26일 광동중 학생들이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시간에 책을 분석한 뒤 조별 발표를 하는 모습.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멀티 기기 활용하며 창의성 키워

기존 독서 활동이 도서 선정, 독서, 줄거리 요약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북트레일러 독서 활동에는 제작 구상, 스토리보드(콘티) 작성, 재료 제작·수집, 북트레일러 제작 등 ‘융합적 독서 활동’과 편집·완성, 업로드와 큐아르코드(정보 무늬) 제작 등 ‘마무리와 홍보’ 등이 더해진다. 최 소장은 “이 가운데서도 핵심은 다양한 매체와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책을 창의적으로 소개하는 과정인 ‘융합적 독서 활동’ 영역”이라며 “북트레일러를 만들어보며 학생들의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서연 학생의 경우 영상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줄거리와 음향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도록 줄거리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고, 이 책만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전달할 음향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자가 생각하는 책의 핵심이 들어가야 하고요, 독자를 고려해 밀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중요해요. 물론 결말은 절대 말하면 안 됩니다!”

조서연 학생과 같은 교육을 받은 경기 화성시 서연중학교 1학년 신선아 학생은 독후감 쓰기와 북트레일러 독서 활동의 차이점을 짚기도 했다. 그는 “제 감상을 적는 독후감과 달리 북트레일러는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한다는 목적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느낀 책의 장점을 잘 담아야 한다”며 “그 점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한 “북트레일러 교육을 받고, 실제 만들어보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영상 편집 및 사진 앱 등을 알게 되었다는 점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현희라(광동중3) 학생이 만든 <죽이고 싶은 아이> 북트레일러. 현희라 학생 제공
현희라(광동중3) 학생이 만든 <죽이고 싶은 아이> 북트레일러. 현희라 학생 제공
‘독서캠프’로 북트레일러 교육도

같은 책을 읽었어도 각기 다른 북트레일러 영상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놓고 시사회를 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교육 활동이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도서관 광동책숲에선 2022학년도 여름방학 독서캠프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6회, 성남교육도서관 지원, 이하 특강)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전문 강사의 지도로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우리학교)의 북트레일러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 이 소설은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서은과 주연이 크게 다툰 뒤 서은이 죽은 채 발견되고, 주연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도서관 광동책숲에서 열린 여름방학 독서캠프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모습.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지난달 26일 경기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도서관 광동책숲에서 열린 여름방학 독서캠프 ‘나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모습.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18세 소녀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3학년 현희라 학생이 만든 북트레일러는 이런 의미심장한 자막으로 시작한다.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43초짜리 영상은 사건 당시 주인공의 상황이나 생각을 그림과 자막, 음향 등으로 잘 표현해냈다.

특강에선 친구들과 등장인물의 성격, 주변 환경, 행동 등에 관해 생각을 나누며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보드 제작과 편집 방법을 배웠다. 현희라 학생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그 내용을 잘 까먹곤 하는데 영상으로 짧게 한번 정리한 것만으로도 책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다니(광동중2) 학생이 만든 <죽이고 싶은 아이> 북트레일러. 이다니 학생 제공
이다니(광동중2) 학생이 만든 <죽이고 싶은 아이> 북트레일러. 이다니 학생 제공
2학년 이다니 학생은 소설 속 인터뷰 장면이 많다는 데 방점을 찍고, 서은과 주연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담는 식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절친 좋아하네. 지주연이랑 박서은은 절친이 아니라 계약 노예 같은 사이였다니까요.” “전 주연이가 착하다고 생각했어요.” 속도감 있는 음악을 배경으로 이렇게 핵심 코멘트가 자막으로 깔린다. 각각 ‘주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은 파란색으로, 반대의 경우엔 빨간색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이다니 학생은 “책의 내용을 잘 알아야 북트레일러 영상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에 책을 반복해 읽게 됐다”며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독서캠프처럼 북트레일러를 제작해보는 과정을 신청해 직접 영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 말처럼 북트레일러는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물론 여러 면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 과거 학교도서관 사서로 근무했었던 최 소장은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무조건 못 쓰게 막기보단 독서와 연동해 잘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던 중 북트레일러에 대해 알게 됐다”며 “책과 친하지 않았던 아이가 북트레일러를 접하고 해당 영상에서 소개한 책을 대출하는 등 변화를 보여주었던 사례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그 밖에도 북트레일러를 직접 만들어보며 줄거리와 작가의 의도 이해력,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 분석력, 내 관점을 정리하는 능력 그리고 핵심 내용 발췌 능력, 이야기 재구성 능력, 창의성과 표현 능력 등도 향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동중 학생들이 ‘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시간에 쓴 책 분석 내용.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광동중 학생들이 ‘북트레일러 만들기 특강’ 시간에 쓴 책 분석 내용. 광동중 도서관 광동책숲 제공
공모전 참여해볼까

북트레일러에 들어가는 화면 구성 요소는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구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개념도 익힐 수 있다. 참고로 무료 음원, 이미지, 영상 등은 픽사베이,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 등에서 구하면 된다. 한편, 그림책 등 책 속 이미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북트레일러 안에는 책 표지, 책 제목, 저자, 출판사 등 서지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북트레일러를 만들어보거나 관련 교육을 해보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 이들이라면 <독서 활동을 위한 북트레일러 활용 설명서>(학교도서관저널), <독서 활동을 위한 북트레일러 활용 설명서: 제작편>(학교도서관저널) 등을 참고해보길 권한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른 이들이 만든 다양한 북트레일러를 많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산도서관, 충북교육도서관에서는 북트레일러 관련 공모전을 열기도 한다. 이렇게 도서관이나 문화재단 등에서 진행하는 관련 공모전 일정을 메모해두고 작품을 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김청연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저자 carax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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