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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태양계는 ‘해마당’, 적색거성은 ‘붉은한별’이래요

등록 2022-08-08 15:35수정 2022-08-09 02:32

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과학관·천문대 속 우리말 ❹

부장품은 ‘껴묻거리’
백색왜성은 ‘흰꼬마별’
블랙홀은 ‘빠짐굴’…
성간은 ‘별사이’로 순화
태양계는 순우리말로 해마당이라고 한다. 적색거성은 붉은한별, 백색왜성은 흰꼬마별, 블랙홀은 빠짐굴이라는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태양계는 순우리말로 해마당이라고 한다. 적색거성은 붉은한별, 백색왜성은 흰꼬마별, 블랙홀은 빠짐굴이라는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달 14일 서울에 있는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을 찾았다. 도심 속에 있어 아이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천문우주과학관인 만큼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연계 수업 등이 활발했다.

‘우주의 여정’ 안내문을 보니 전시관 관람뿐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야간 관측, 전시 해설, 초등 창의체험과 중·고등 진로체험 등 다양했다. 주말과 주중에 진행하는 천체투영실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을 관찰할 수 있고, 야간 프로그램에서는 계절 별자리 설명, 천체 관측 등을 진행한다.

스페이스홀은 ‘우주관’으로

이날은 초등학생들이 과학관을 찾아 이곳저곳 신나게 둘러보고 있었다. 집 가까운 곳에 별을 보고 우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설레 보였다.

지하 1층에는 영어카페를 운영 중이고, 1층부터 6층에 걸쳐 스페이스홀, 생명실, 빅히스토리관, 코스모스관, 보조관측실, 주관측실 등이 있다. ‘스페이스홀’과 ‘코스모스관’은 ‘우주관’으로 바꿔 쓸 수 있고, ‘빅히스토리관’은 ‘우주역사관’으로 바꿔 쓸 수 있겠다. 우리말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로마자를 함께 쓸 수는 있지만, 행사나 장소의 이름을 모두 외국어와 외래어로 쓴다면 뜻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관람 안내문 중 시설에 관한 설명에서 ‘VR 체험’은 가상현실 체험으로 바꿀 수 있다. 브이아르는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의 준말로 현실이 아닌데도 실제처럼 생각하고 보이게 하는 현실을 말한다.

황도 12궁’은 ‘햇길 열두 대궐’

돌에 새긴 밤하늘이라는 멋진 설명이 덧붙은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겨레의 천문도라고도 불리는 이 별지도(성도)는 고구려 선조들이 만든 천문도가 그 기원이다. 조선 초기에 고구려 때의 천문 지식을 기초로 당시의 밤하늘을 관측해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별지도 중 하나로 총 1467개의 별들이 293개의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이는 현재 알려진 별의 밝기와 일치하고 당대의 그 어떤 별지도보다 정확하다. 다양한 별자리와 함께 은하수가 새겨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천상열차분야를 있게 한 ‘우리의 천문 자산’ 표도 흥미로웠다. 석기, 철기시대의 천문 자산으로는 고인돌과 부장품, 선돌 등의 방위와 별자리 그림이 있다고 한다. 신라 시대 기준으로 천문 현상 기록이 240여개 남아 있고 고려 때의 천문 현상 기록은 5만여개에 이른다. 부장품의 순화어는 ‘껴묻거리’인데, 아직은 입에 익은 표현이 아니므로 ‘껴묻거리(부장품)’처럼 적을 수 있겠다.

이 지도의 테두리에는 황도 12궁과 대응하는 고대 중국 나라 이름(분야)을 새겼고 우주의 구조에 관한 고대 중국의 이론이 정리돼 있다. 황도 12궁은 순우리말로 ‘햇길 열두 대궐’이라고 한다. 북한 천문용어사전에서는 ‘해길 12자리’ 또는 ‘해길띠’라고 부른다.

노원천문우주과학관 층을 올라갈 때마다 벽면에 적색거성, 백색왜성, 블랙홀 등 우주 관련 사진이 있어 흥미를 더했다. ‘별에서 온 우리, 우리는 별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적색거성은 붉은한별, 백색왜성은 흰꼬마별, 블랙홀은 빠짐굴이라는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다만 김형주 교수(상명대 국어문화원)는 “천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는 블랙홀을 ‘빠짐굴’ 또는 ‘불가사리구멍’이라 하기도 하는데, ‘블랙홀’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의 여정, 진화와 멸종에 관한 전시 곳곳에 마련된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연결돼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우주의 여정, 진화와 멸종에 관한 전시 곳곳에 마련된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연결돼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성운은 ‘별구름’

빅히스토리관에 입장했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설명에서 ‘칼 세이건이 말했듯 별가루로 만들어진 우리 몸 안에는 138억년 전 우주 진화의 흔적과 38억년 생명 진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라는 말이 가슴 벅차게 느껴졌다. 우주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전시 곳곳에 마련된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연결돼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태양계의 탄생’에 관한 설명을 보자. 태양계는 순우리말로 해마당이라고 한다. ‘여러 차례 초신성 폭발로 원소가 다양하고 풍부해진 성간 구름에서 태양이 탄생한다’라는 설명에서 성간구름(星間구름)은 무엇일까? 성간은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을 말하는데 우리말을 사랑하는 천문 동호인들은 ‘별사이’라고 부른다.

138억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다음 45억년 전에야 비로소 우리가 속한 태양계가 만들어졌다. 우주사, 지구사, 인류사로 나눈 설명 영상이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성운(星雲)은 회전하면서 원반 모양이 되었고’라는 설명에서 성운은 구름 모양으로 퍼져 보이는 천체를 말한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을 보니 성운은 별구름으로 바꿔 쓸 수 있겠다. 별구름은 기체와 작은 고체 입자로 구성돼 있다.

풀어 써주면 이해 쉬워

‘달의 탄생’에 관한 설명을 보자. ‘45억년 전 화성만한 크기의 미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지구와 충돌했다’는 말에서 미행성(微行星)은 태양계(해마당)가 생겨날 때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천체를 이른다. 지름이 10㎞ 정도 된다.

‘최초의 생명체’ 전시에서 ‘열수의 작용으로 아미노산 중합이 일어난다’를 보자. 먼저 중합(重合)은 포개어 합친다는 뜻이다. 열수(熱水)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마그마가 식어서 여러 가지 광물 성분을 석출(析出)한 뒤에 남는 수용액이다. 물의 임계(臨界) 온도인 374℃ 이하의 뜨거운 용액으로 많은 유용 광물 성분이 용해되어 있다’라고 돼 있다. 열수라고 하면 단순히 뜨거운 물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덧붙이는 말로 해당 과학 용어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적어주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좋을 듯하다.

진화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적응과 선택, 그리고 공존’이라는 문구 밑에 다양한 화석의 모습, 공룡 그림, 진화와 멸종에 관한 설명이 인포그래픽(정보 그림)으로 나와 있어 보기 편했다. 인류의 진화에 관한 그림과 설명에서 호모 하빌리스를 손재주가 있는 사람, 아르디피테쿠스는 땅의 유인원, 호모 에렉투스는 똑바로 선 사람이라고 풀어 써주어 이해하기 편했다. 다만 두족류, 완족류, 필석(筆石) 등을 표현한 그림 밑에 이를 쉽게 풀어 쓴 말이 함께 있으면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김형주

하늘말 제안: 네이버카페 별하늘지기 새벽활 신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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