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시 급식 식자재 가격 중 상추 4㎏ 1상자는 평균 8만5299원으로, 지난해에 견줘 5.8배 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지엠오(GMO·유전자변형농산물) 논란에서 안전한 해바라기유를 썼지만, 값이 싼 콩기름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기름을 아끼기 위해 학생들이 좋아하는 튀김은 볶음·조림으로, 소불고기 메뉴는 돼지고기김치볶음으로 대체했다.”
경남 지역 초등학교 영양사 김아무개(51)씨는 13일 <한겨레>에 2학기 급식 식단표를 짜면서 메뉴나 조리법을 이리저리 바꾸고 있다고 토로했다. 치솟는 물가 탓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경남도 초등학교 학생 1인당 급식 한 끼 평균 식품비는 2569원인데, 이 돈만으로는 법으로 정해진 영양관리기준을 충족시키는 식단 짜기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생들이 먹는 음식인데 단가가 낮은 제품을 쓰려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값도 급증하면서, 학교급식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학교 안팎의 우려가 크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2학기 학교급식 식품비 추가 지원에 나섰지만, 전국 학생 모두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11일 기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시 급식 식자재 가격 중 상추(상 등급) 4㎏ 1상자는 평균 8만5299원으로, 지난해 1만4650원에 견줘 5.8배 올랐다. 같은 기간 상 등급 기준으로 감자 61%, 배추 59%, 애호박 220% 값이 올랐다.
전교조는 “현재 초등학교 급식 한 끼 식품비는 2500~3000원인데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 9%를 적용하면 2725~3270원은 돼야 1학기와 비슷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 치솟아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채소류도 전년보다 6% 올랐는데, 무(40%), 감자(37.8%), 배추(35.5%), 양배추(21.1%)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수입 소고기(27.2%) 등 축산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13일 학생들이 점심 급식 식사를 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공
경기 지역 영양교사인 정명옥 전교조 영양교육위원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고기를 돼지고기로 바꾸거나 이보다 싼 생선을 식단에 자주 넣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삼겹살과 앞다릿살을 반반 넣던 오향장육의 경우 삼겹살 양을 3분의 1로 줄이고 앞다릿살과 뒷다릿살을 섞는 조리법으로 바꿨다. 양상추샐러드 메뉴도 식단에서 거의 뺐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재료로 영양관리기준을 맞추다보니 맛과 질이 떨어져 학생들의 급식 섭취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전국 17개 시·도 학교급식 예산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분담한다. 서울은 시교육청(50%), 서울시(30%), 25개 자치구(20%)가 분담하는 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협의를 거쳐 2학기(9~12월) 학교급식 식품비 추가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98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금액은 통계청의 1~5월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평균 인상률 4.6%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추가 지원이 이뤄지면 서울 초·중·고 급식 한 끼에 식품비는 각각 130원, 161원, 169원 늘어난다. 이날 경기도교육청도 경기도와 시·군과 회의를 열어 식품비 예산 9308억원의 약 10%를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시도별 재정 상황이 다르므로 고물가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동일한 학교급식 질을 확보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급식 식품비 증액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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