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같이 해요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슬슬 봄기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숲에서 봄을 느끼기엔 아직 일러. 숲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듯하지. 우리는 숲 대신 솔밭에 가 보려고 나섰어. 한겨울에도 싱싱하게 늘 푸른 잎을 뽐내는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솔밭. 곧고 우람한 소나무들이 길쭉길쭉 뻗어 하늘을 가린 곳. 솔밭으로 놀러가자. 소나무 솔잎은 바늘 같은 잎이 두 장씩 달려 있어. 소나무랑 비슷한 리기다소나무는 솔잎이 세 장씩 달려 있지. 때로 소나무가 솔잎을 세 장 달고 있는 것도, 리기다소나무가 넉 장 달고 있는 것도 볼 수 있긴 하나, 대개 두 개랑 세 개로 소나무랑 리기다소나무를 가려낼 수 있어. 더 쉬운 건 리기다소나무는 줄기가 솔잎 투성이야. 드문드문 꼭 다리에 털 난 것처럼 줄기 여기저기에다 솔잎을 달고 있지. 늘 푸른 거 같지만 소나무도 잎을 갈아. 가을에 잎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새 봄에 새 잎이 나면서 헌 잎을 떨어뜨려. 그래서 소나무 아래는 마른 솔잎이 수북해. 게다 소나무가 자라는 땅에는 다른 풀들이 자라지 않아 두툼한 솔잎 이불을 덮고 있어. 옛날에 솔잎을 솔갈비라 불렀어. 고기 가운데 가장 맛난 부분이 갈비인데, 땔감 가운데 최고가 솔잎이라서 솔갈비라 한 거야. 솔갈비는 불 힘이 좋아서 가장 맛있는 밥과 국을 끓일 수 있어. ‘갈비갈비 솔갈비 삐죽뾰족 솔갈비, 긁어라 긁어라 싹싹 긁어라, 모아라 모아라 싹싹 모아라
붉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아빠(강우근), 글을 쓰는 엄마(나은희), 그리고 나무랑 단이, 한 가족이다. 펴낸 책으로 <사계절생태놀이>가 있다.
솔방울도 주워서 잔솔가지도 주워서 솔잎도 주워서 땅바닥에 요리저리 놓아보았더니 사자도 만들어지고 산할아버지도 만들어지고, 생솔가지 빗자루로 싸악싸악 청소도 하고. 무얼 더 만들어 볼까? 한참을 이거저거 긁어모으다 갑자기 나무 하는 말 “야, 둥지다 둥지!” 나무랑 단이는 솔잎 둥지에 아예 들어앉아 버렸지. “아이 둥지 참 따뜻해.” “손은 조금 시리지만 아주 좋아.” 나무랑 단이는 어느새 짹짹짹 수다스런 아기 새들이 되어 버렸지. 솔잎을 싹싹 더 모아 둥지를 두둑하게 더 두둑하게 쌓아올리더니, 나무랑 단이는 한순간 둥지를 몽땅 허물어버렸어. 손으로 휙휙 발로 휙휙 신나게 허물어 버리고 미로를 만들기 시작했어. 마른 솔잎을 부지런히 손으로 쌓아서 길을 만들었어. 솔밭 한 모퉁이에 커다란 미로가, 솔잎 미로가 나타났어. 솔밭 놀이터에서 미끄럼 타던 동무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솔잎 미로 쪽으로 몰려왔어. 모두들 “우아, 미로다!” 하며 놀라워했지. 아주 신기한 거라도 본 듯 말이야. 동무들도 나가는 길을 찾아 뒤뚱뒤뚱, 어른들도 나가는 길을 찾아 되똥되똥, 왜냐면 길이 조금 작았거든. 길 안 밟으려고 뒤뚱뒤뚱 되똥되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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