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는 포유강의 동물을 일상적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에는 ‘포유류’와 ‘젖먹이 짐승’을 함께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21일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았다. ‘과천과학관’ 하면 떠오르는 커다란 은빛 돔 모양의 천체투영관은 언제 봐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름 25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돔 영상관인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둥근 형태의 건물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날도 어린이들은 신난 표정으로 과천과학관 곳곳에서 체험하고 즐기며 배우고 있었다. 누리호, 우주, 공룡, 진화, 한국의 과학, 별과 달 등 입장하면서부터 펼쳐지는 과학의 매력에 아이들은 너무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골라 보는 해설 프로그램’ ‘주제별 해설 영상’ 등 전시마다 친절하게 정보무늬(QR코드)가 적혀 있어 과학 지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1층에는 ‘캄브리아기로부터 온 메시지’ ‘오싹오싹 조상들의 겨울나기’ ‘바이러스와 세균’ ‘우리가 우주로 날기까지’ 등 엽서 형식의 귀여운 활동지가 눈길을 끌었다.
“공기란 무엇인가? 화학자는 왜 공기에 관심이 많았을까?”라는 질문이 적힌 곳으로 입장했다. 진공(眞空)은 공기 따위의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진공 속 빛과 소리를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해둔 실험 장치를 흥미롭게 작동시키고 있었다. 그림과 함께 과학 원리를 써놓아 이해하기 쉽게 했다.
옆으로 자리를 옮기니 “분광기를 통해 수소, 네온, 아르곤, 수은을 보면 기체 각각의 선 스펙트럼이 나타납니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분광기(分光器)는 물질이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계측하는 장치다. 사전을 보니 네온, 스펙트럼, 플라스마 모두 외래어 표기에 맞추어 적은 말이다. ‘분광기’를 쉬운 말로 바꾸기 어렵다면 말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을 달아주면 좋을 듯하다.
빛에 관한 설명을 보자. “빛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비롯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거나 짧은 모든 종류의 전자기파를 포함합니다”라고 돼 있었다. 가시광선(可視光線)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말한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가시광선’ 대신 될 수 있으면 ‘보이는 광선’ ‘뵈는 광선’을 쓰라고 돼 있다.
소용돌이를 직접 만들어보는 곳으로 가보았다. “액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표면장력이 작용합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표면장력(表面張力)은 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해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을 말한다. 표면장력 등과 같은 과학용어의 특성상 이론과 원리를 집약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풀어쓸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부 기관에서는 어려운 용어 뒤에 한자나 로마자를 병기해 말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국어 전문가들은 될 수 있으면 해당 용어에 관해 풀어주는 말을 덧붙이도록 권장한다.
곳곳에 과학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소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바이러스의 고백(Go-Back)’처럼 요즘 시국에 흥미를 끌 만한 전시를 비롯해 곤충 생태, 우주 등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체험이 많았다.
‘한국과학문명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옛 시대에는 일식이나 월식 같은 천문 현상을 예측해 하늘의 뜻을 받드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었는데, ‘동궐도’라는 궁궐 그림에서도 앙부일구, 소간의, 혼천시계, 자격루, 측우기 등 과학 기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파르반코리나에 관한 설명에서 ‘외골격’을 ‘겉뼈대’로 바꿔볼 수 있겠다.
우주를 다룬 전시관을 찾았다. 커다랗고 웅장한 검은 배경에 소립자, 우주, 운석, 원소, 지구, 생명 등의 말이 크게 쓰여 있었다.
운석(隕石)은 유성(流星)이 대기 중에서 다 타지 않고 땅 위로 떨어진 것을 일컫는다. 운석은 ‘별똥돌’이라는 쉬운 말로 바꿔 쓸 수 있겠다.
빅뱅(big bang)은 138억년 전 하나의 점에서 일어난 대폭발 사건으로 우주의 시작을 말한다. 초신성(超新星)은 보통 신성보다 1만배 이상의 빛을 내는 신성이다. 질량이 큰 별이 진화하는 마지막 단계로, 급격한 폭발로 엄청나게 밝아진 뒤 점차 사라진다. 초신성은 ‘초손님별’이라고도 한다.
지구의 역사를 ‘하루’에 담아낸 ‘24시간으로 보는 지구의 역사’는 언제 봐도 벅찬 느낌이 든다. 공룡은 밤 10시49분, 포유류는 밤 10시51분에 등장했고, 인류는 밤 11시57분48초에, 호모사피엔스는 밤 11시59분57초에 등장했다. 우리 인류는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최근에 등장한 것이다.
지구의 역사를 살피는 전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삼엽충이다. “삼엽충의 조상일까? 스프리기나”에 관한 설명을 보니 스프리기나는 원래 마디로 된 환형동물(環形動物)로 알려졌으나, 오늘날에는 절지동물(節肢動物)과 더 밀접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환형동물에는 지렁이, 거머리 따위가 있다. 절지동물에는 곤충류과 거미류, 갑각류 따위를 포함한다. 파르반코리나에 관한 설명에서는 ‘외골격’을 ‘겉뼈대’로 바꿔볼 수 있겠다.
“최초의 물고기는 어떻게 생겼을까요?”라는 설명을 보니 “어류는 지구상에 처음으로 출현한 척추동물입니다”라고 돼 있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척추동물은 ‘등뼈동물’이라고도 한다. “상어처럼 물렁물렁한 뼈로 이루어져 있는 연골어류는 데본기에 나타나”라는 식으로 ‘연골’에 대해 처음부터 친절하게 풀어써준 설명이 좋았다.
어류 밑에 포유류라는 말도 살펴보자. 포유류(哺乳類)는 포유강의 동물을 일상적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에는 ‘포유류’와 ‘젖먹이 짐승’을 함께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본격적으로 커다란 공룡 모형이 등장하는 전시관에 들어서자 유치원에서 온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일본어 투 생활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두개골’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인 ‘머리뼈’를 쓰라고 돼 있다. 골침은 ‘뼈바늘’로 바꿀 수 있다.
“몸에 비해 작고 길며 좁은 두개골을 가진 초식공룡. 꼬리 끝부분에는 90㎝까지 자라는 창처럼 생긴 두 쌍의 긴 골침이 있다”라는 스테고사우루스에 관한 설명을 보자. 두개골(頭蓋骨)은 척추동물의 머리를 이루는 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사람의 경우 뇌를 싸는 마루뼈, 이마뼈, 벌집뼈, 나비뼈, 빙하기뒤통수뼈, 관자뼈와 얼굴을 이루는 코뼈, 눈물뼈, 광대뼈, 위지진 해일턱뼈, 아래턱뼈, 잡식성 입천장뼈, 보습뼈, 코선반뼈 등이 있다. 일본어 투 생활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두개골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머리뼈’를 쓰라고 돼 있다.
골침(骨針)은 석기시대에 사용하던, 뼈로 만든 바늘이다. 문화재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골침은 ‘뼈바늘’로 순화할 수 있겠다.
‘밤에 본 지구’로 이동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여러 형태로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쓰나미(tsunami) 버튼을 누르니 쓰나미의 발생 원인 등이 지구 겉에 이미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쓰나미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발생하는 해일을 말한다. 주로 해저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데 해저사태(海底沙汰)나 연안사태(沿岸沙汰)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진 해일’이라고도 쓸 수 있겠다.
수생동물을 다룬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생동물에는 어류, 연체류, 극피류 등이 있다. 수생동물은 바다, 호수, 하천 등의 물속에서 사는 동물이다. 살고 있는 곳에 따라 해산 동물, 담수 동물, 기수(汽水) 동물로 나뉜다. ‘물살이 동물’이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겠다. 극피류에서 극피(棘皮)는 몸의 표면에 석회질의 가시가 돋친 동물의 껍질을 말한다. 해삼 따위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공동기획 |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