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교육부가 지난달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가운데 사회경력자 비율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춘 이들이 로스쿨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해 로스쿨 입학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2일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최근 3년간 로스쿨 신입생 가운데 입학 전 1년 이상 사회경력을 보유한 학생 비율과 사회경력을 평가에 반영하는 일부 대학의 경우 반영 비율을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로스쿨 전형은 통상 1단계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와 학부 성적, 서류심사 성적, 어학성적, 2단계 면접이나 논술, 구술고사 등으로 이뤄지는데, 사회경력을 어떻게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회경력자 비율 조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 공약 사항을 고려해 다시 한번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며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가진 인재를 뽑아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검토중이다”고 덧붙였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6조(학생구성의 다양성)는 로스쿨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입학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법학 분야 학사 출신을 3분의1 이상 뽑도록 하는 등의 장치가 있긴 하지만 사회경력자를 얼마나, 어떻게 뽑을지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2009년 제도 도입 초기부터 학부 졸업 뒤 곧바로 로스쿨에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1~2015년 전국 로스쿨에 입학한 1만439명 가운데 82.4%(8598명)가 30살 이하였다. 2022학년도 합격생 통계를 봐도 총 2142명 가운데 23~25살이 44.2%(947명)로 가장 많고, 26~28살이 36.7%(787명)로 뒤를 이었다. 35살~40살은 31명으로 전체 1.5%에 그치고, 41살 이상은 7명(0.3%)에 불과하다.
로스쿨 관계자들도 애초 취지에 맞게 제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형근 경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그동안 교육부가 입시 공정성을 높인다며 정량평가를 강화하도록 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 법학적성시험 성적이나 어학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학부생이 더 많이 뽑히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과도한 정량지표 평가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밝했다.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학교 평판과 직결되다보니 수도권 로스쿨에 견줘 상대적으로 합격률이 낮은 지방대 로스쿨은 아무리 다양성을 유도해도 결국 변시 합격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사람 위주로 뽑으려고 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20대 쏠림 현상’ 말고도 로스쿨은 ‘금수저 입학’, ‘현대판 음서제’ 등의 비판도 받아왔다. 앞서 교육부가 전국 로스쿨의 3개 연도(2014~2016학년도) 입학전형 실태조사를 벌였더니, 부모나 친인척이 대법관이나 검사장 등 법조계 인사나 고위공직자라는 사실을 밝힌 자기소개서를 내고 로스쿨에 합격한 사례가 24건에 달했다. 당시 24건 말고도 불공정 자기소개서 사례가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실태조사 이후 교육부는 로스쿨 자기소개서에 부모·친인척 배경 기재를 금지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서민 로스쿨’을 내놓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법시험 부활 공약을 내놓자 “야간 로스쿨이라든지 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갈 수 있는 특별전형, 장학금 제도 등 로스쿨에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이 사법시험 부활보다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공약집에는 △다양한 사회 경력자 선발 추진 △공공부문 근무 조건부 생활장학금 지급제도 마련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등을 담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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