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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시보다 수시, 학종보다 교과…내신 관리가 답

등록 2022-06-21 09:42수정 2022-06-21 09:52

입시전문가들이 내다본 새 정부 입시정책

지방대·사교육 문제 등으로
정시 비중 늘리기 쉽지 않아
자사고 완전 폐지 대신 축소로
고교학점제, 교육부 의지에 달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선 정시확대가 빠졌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선 정시확대가 빠졌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대통령 선거에 이어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진영 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 입시·교육 정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교육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에 대해 ‘경제부처적 사고’를 강조하며 반도체 인재 양성을 돕기 위해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교육부가 즉각적으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수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자 윤석열 정부의 교육관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아직 교육부 장관 임명도 통과되지 않았고 7월 출범을 앞둔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도 봐야 하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입시전문가인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과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 등의 도움말을 받아 새 정부의 입시 방향에 대해 전망해봤다.

“정시는 40% 선으로 유지될 것”

이른바 ‘조국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정시 확대’를 주문하고 윤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시가 현재의 40% 선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교육계는 내다봤다.

우선 정시 확대는 지방대의 생존에 매우 불리하다. 지방대의 경우 지금 선발이 아니라 모집하는 것도 어려운 대학들이 꽤 있고 이 대학들은 수시 모집에서 많은 학생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정시를 늘리게 되면 정시 지원을 위해 수시 지원을 꺼리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시를 늘리게 되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보다 수능 위주의 사교육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높다. ‘정시 확대=사교육 중심, 강남에 유리한 교육’이라는 폐단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대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더 이상의 정시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계의 판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정시 확대’ 공약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빠졌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정시 비중이 40% 선으로 유지되거나 또는 점차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학종보다 교과전형 우세

2019년 11월 발표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학생부교과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이 강화됐는데, 그 기조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 찬스’ 논란이 불거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자기소개서가 내년부터 폐지되는 등 까다로운 규제를 받게 되면서 이를 통해 차별화된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종을 확대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학종의 비중이 줄어든 만큼 대학들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학생을 더 뽑을 수밖에 없게 된다.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논술전형에 대해서도 폐지 방침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전국 대학에서 논술전형을 늘리는 경우도 있어서 논술전형의 비중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의 강화가 뜻하는 바는 내신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능이나 비교과 활동보다는 평소 학교 수업을 잘 듣고 수행평가나 성적 관리를 잘하는 게 입시에 유리하다. 심지어 수능이나 학종을 염두에 두는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교과 활동에 우선순위를 둬야 입시 때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사고의 운명은?

문재인 정권이 2025년 폐지를 추진한 자사고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자사고·외고 존치’ 공약을 내세웠지만, 인수위의 국정과제에서 이 공약은 빠졌다. 대신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 체제 개편 검토’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자사고가 폐지되지 않고 현재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가운데, 입시 정책의 방향 때문에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사고가 유리한 학종이나 정시의 비중이 줄어들고, 교과전형, 지역균형선발 등이 강조되면서 자사고의 메리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생 수급과 재정난 등의 문제로 자사고가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된다.

고교학점제는 안갯속

2025년 전면 도입하기로 했던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교육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유성룡 소장은 “고교학점제가 개점휴업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교육과정이나 입시에 어떻게 반영할지 등에 대해서 준비해야 될 것이 많은데다 학생 수가 적은 지방의 고등학교들은 고교학점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교육부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새 정부에서 전혀 얘기가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치우 소장은 “교육철학이나 학습이론이 전반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맞춤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고교학점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라며 “큰 흐름 속에서는 이 방향으로 가겠으나, 다만 속도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로드맵과 일정대로 갈 것이냐, 조금 늦춰질 것이냐의 차이가 새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입시 전문가는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는 게 선진국의 교육 방향이어서 우리나라 교육계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고교학점제의 근본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미루거나 번복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예정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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