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 입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을 보고 있다. 이번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47만7148명으로, 이 중 재학생은 40만473명, 졸업생 등이 7만6675명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9일 ‘미니 수능’이라 불리는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6월 모평)가 치러진 뒤 고3 교실에는 더욱 긴장감이 돌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고 재수생까지 참여한 시험이라는 점에서 6월 모평은 매우 중요하다. 수험생활 상반기를 마무리한다는 의미까지 있어 이목이 쏠리는 시험이기도 하다.
실제 수능과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9월 모의평가(8월31일 예정)가 남아 있지만, 수시 원서접수가 9월13일부터인 것을 고려할 때 9월 모평 성적으로 수시 지원 전략을 수립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6월 모평 분석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가늠해보고 성공적인 ‘수시 6개 카드’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우연철 소장(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병진 소장(이투스 교육연구소)과 함께 알아봤다.
이번 6월 모평은 지난해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정착된 이후의 첫 시험이다. 국어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때 현대시와 고전시가, 수필이 복합 지문을 이룬 구성이 새로 출제됐고, 읽기 방법론에 대한 문항이 새롭게 나왔다.
공통과목에서 독서 영역의 경우, 독서론과 인문은 평이하나 과학과 사회 지문의 난도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방송(EBS)과 연계된 지문이긴 하지만 과학 지문은 정보량이 많았고, 사회(경제) 지문은 경제 용어가 많이 사용됐다.
우 소장은 “도표 등의 보조 자료 도움이 없어서 내용을 이해하기에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학의 경우 독서 영역에 비해 대체로 무난한 지문과 문항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택과목에서는 ‘언어와 매체’(언매)의 언어 문항 난도가 높아 ‘화법과 작문’(화작)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방송 연계 정도를 보면 독서 영역에서는 10~13번 비타민 K의 역할 지문, 14~17번 이중차분법 지문이 연계됐다. 문학 영역에서는 18~21번 <소현성록>, 22~27번 조우인의 <자도사>, 32~34번 신동엽의 ‘향아’가 연계됐다. 16번과 8번이 킬러 문항으로 출제됐다. 16번(사회)은 도표를 해석하고 경제 법칙에 따라 수치를 계산해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8번(인문)은 ‘보기’의 견해를 해석하기가 다소 까다롭고, 이를 지문의 세부 정보와 연결해 풀어야 하는 문제로 학생들 대부분이 까다롭다고 여긴 문제다.
수학의 경우 전반적으로 변별력 있게 출제된 전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이전 시험과 동일하게 공통과목이 선택과목보다는 까다롭게 출제되는 기조를 유지했다.
공통과목의 경우, 고난도인 22번 문항이 다소 까다롭게 출제되었고,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중상 난이도의 문항도 출제되어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과목도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지만 변별력 있게 출제된 공통과목 때문에 체감 난도는 문제 실제 난도에 비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세 과목의 난도는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킬러 문제로는 공통에서 22번, 선택에서는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 등이 나왔다. 미적분의 경우 함수 f(x)의 그래프를 이용하여 새로운 함수 g(t)의 그래프를 그리고, g(t)에 대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실수의 값을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였고, 기하는 평면도형에서 벡터의 연산 성질을 이용해 벡터의 크기가 최소, 최대가 되도록 하는 실수를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였다.
영어는 지문 난이도와 어휘 등 전반적으로 다소 쉬운 기조로 출제됐다는 평이다. ‘불수능’이었던 지난해 수능에 비해, 이번 6월 모평에서는 지문 난이도와 어휘 등이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이야기다.
학생들 대부분이 어렵게 느끼는 ‘의미 추론’ 유형의 경우, 지난해 수능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짧아지고 해석이 다소 수월한 지문이 출제됐다. 하지만 ‘빈칸추론’ 유형의 경우, 예년 수준을 유지하며 다소 어렵게 출제돼 학생들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법과 어휘 유형의 경우 작년 수능에 비해서는 난이도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6월 모평 이후 수험생들은 빈칸추론, 어법, 어휘 문제 연습을 통해 이 부분의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 등급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영어 영역에서 교육방송 연계율은 약 50%를 유지하고 있으나, 모두 간접연계 방식으로만 출제됐다. 소재나 주제만 유사하고 지문은 달라진 상황이다. 연계율 50% 첫해였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수험생들은 다소 적응된 상태로 문제를 접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킬러 문항을 보자. 34번(빈칸추론)은 빈칸이 지문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심포니 연주’라는 소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구조로 지문이 구성돼 있다. 주제를 파악하거나 빈칸의 단서를 파악하려면 지문 전체를 빠르게 읽고 내용을 정리해야 하므로 다소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39번(문장 삽입)의 경우 주어진 문장의 주어가 ‘This’로 시작했지만 해당 내용이 바로 파악되지 않는 지문이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한다.
6월 모평 결과를 토대로 수시 지원 전략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모평 성적을 기반으로 정시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시에서 한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으므로, 정시에서 지원할 만한 대학의 범위를 확인한 뒤 이를 기준으로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회와 과학 영역도 살펴보자. ‘생활과 윤리’에서는 윤리 사상이나 사상가에 대한 개념 지식에 기반을 두지 않고 독해 형식으로 풀 수 있는 문항의 출제 비중이 높아 평이했다. 김 소장은 “분배적 정의, 교정적 정의, 환경 윤리 등 고난도 주제의 문항들이 ‘2점’으로 역배점된 것이 특징”이라며 “‘관용의 역설’을 주장한 포퍼의 관점에서 문화에 대해 취할 입장을 고르는 문항이 비교적 참신한 신유형 문항으로 출제됐다”고 말했다.
‘사회·문화’의 출제 영역이나 문제 유형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했다. 사회 보장 제도나 인구 구성 등 고난도 자료 분석 문제는 기존 유형에 비해 까다롭지 않게 출제됐으나, 관료제 등 최근 수능과 평가원에서 자주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 일부 출제되어 낯설게 느껴졌다는 평가다.
‘화학Ⅰ’의 경우 교과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묻는 문항이 일부 출제됐다. 중화 반응과 화학 반응의 양적 관계에서 출제된 고난도 문항은 전년도 수능보다 약간 쉬웠다. 계산 속도가 체감 난이도를 결정하는 문제가 많았다.
6월 모평 결과를 토대로 수시 지원 전략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모평 성적을 기반으로 정시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시에서 한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으므로, 정시에서 지원할 만한 대학의 범위를 확인한 뒤 이를 기준으로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 소장은 “물론 6월 모평 성적이 실제 수능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6월 모평이 졸업생들이 참여하는 가장 객관적인 시험이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모평 점수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예상해보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등급이라도 백분위 점수에 따라 지원 대학 수준이 크게 달라지므로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평균백분위를 활용하여 지원 가능 대학의 범위를 확인해보길 권합니다.”
학생부 경쟁력부터 판단하자
6월 모평 결과를 분석해본 뒤 자신의 학생부 경쟁력이 더 크다고 생각되면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한 뒤 ‘수능 최저’(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모평 성적에 비해 교과 성적이 좋거나 비교과영역이 우수해 학생부 위주 전형에 유리하다면 무엇보다 남은 기말고사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교과전형이 확대됐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하려 한다면 남은 기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3학년 1학기라는 점을 명심하자. 철저한 기말고사 대비는 물론, 비교과 활동이 부족하다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대학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써보고, 원서접수 전까지 틈틈이 수정하는 것이 좋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대학에서는 종합전형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한다. 따라서 기말고사 이후에는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수능 최저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 수능 준비에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부보다 수능 경쟁력이 더 큰 학생들은 수시에서 논술전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많은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설정하고 있어 수능에 경쟁력이 있는 학생들이 도전하기 좋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한다면 합격 가능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논술고사는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사회, 자연계열의 경우 수학·과학에 대한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수능 경쟁력이 있는 수험생이 준비하기에 좋은 전형이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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