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모둠별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수행평가 활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간고사 이후 연달아 치르는 수행평가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니 학생부는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싶네요. 이제 기말 대비도 해야 하는데 대입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이 안 그려져서 더 막막하기도 하고요.”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말이다.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4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큰 변화가 생긴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항목 중 수상 경력, 자율동아리, 독서활동 등을 반영하지 않으며 학생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주체인 대학이 가장 눈여겨볼 학생부 내용은 이른바 ‘세특’이라 불리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다. 크고 작게 변화한 대입에서 세특은 어떤 의미가 있고 고1, 고2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약대 진로 진학 특강>을 쓴 최승후 대화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와 함께 알아봤다.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 등 4가지 항목은 학종을 대표하는 평가요소다. 한데 계속되는 대입 정책의 변화, 고교 교육과정 및 평가 자료의 변화로 인해 학생부 평가 방식도 조금은 달라졌다.
【표】 뉴(NEW)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개선안.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4월19일 현재 중1~고2 학생들이 치를 ‘2023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를 본교 누리집에 공개하고 새롭게 바뀌는 서울대 학종 평가요소와 평가항목을 공개했다. 연세대와 중앙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도 지난 2월 ‘뉴(NEW)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개선안’(이하 개선안,
[표] 참고)을 발표하며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 등 3가지 역량 중심 평가요소와 10가지 평가항목을 새롭게 제시한 바 있다. 학종에 관심 있는 현재 중1~고2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살펴봐야 할 항목들이다.
세특은 개선안의 모든 평가항목과 연관된다. 그 가운데 세특은 ‘학업역량’, ‘진로역량’에 있어 주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공동체역량’ 역시 중요하지만 학생 간 역량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을 통해 선발 여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우 소장은 “학업역량과 진로역량 항목의 주요 평가 대상이 되는 세특이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합격과 불합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학생들은 평소 수행평가 등에 최선을 다하면서 세특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약간의 손품을 팔면 각 대학 누리집에 올라온 학종 가이드북을 내려받을 수 있다. 가고 싶은 대학의 가이드북을 참고하며 자신만의 세특 관리 기준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사례를 보면 세특 관리의 핵심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2022학년도 중앙대학교 학생부전형 가이드북’을 보면 사회문화 교과목에 관한 세특 예시가 나온다.
세특란에 ‘처음에는 사회문화 현상의 연구 방법을 막연하고 모호한 과정이라 생각했으나, 관련 단원을 학습한 후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과학적 탐구를 하는 것을 알게 되고 흥미를 보임. 사회문화 교과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고 각 개념의 특징을 정확히 비교할 수 있음. (중략) 수업마다 일지와 질문 하브루타를 성실하게 작성해 교과 개념과 시사 현상을 연결지음으로써 통합적 사고력을 확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임’이라고 기재돼 있다.
해당 세특 예시에 대해 입학사정관은 ‘수업시간 중 본인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하기를 마다치 않거나, 스스로 검색해보는 등의 학업 태도와 지적 호기심은 이 학생의 뛰어난 탐구역량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학생의 수업 태도와 교과 연계 활동에 적극성을 보였는지 등을 세특에 기록한 것이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의 세특 예시로 영어 원서 읽기 수업 사례를 살펴보자. ‘2023 동국대학교 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북’ 세특 사례를 보면 ‘원서 읽기 수업 중 모둠 활동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모둠 분위기를 이끌어 과업을 완성하려는 소통 및 협업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동료 평가를 받음. (중략) 모둠장으로서 모둠구성원들의 저조한 참여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모둠원들을 독려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돕는 등 협업, 의사소통역량 등을 발휘하였음’이라고 평가돼 있다. 이처럼 세특 관리는 돈을 들여 무엇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평소 학교생활에 관한 충실도를 따져보는 것이다.
‘교과 시간에 다른 짓 하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기’는 누구나 다 아는 기본적인 수업 태도이지만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수업시간에 졸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입시전문가들은 “세특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학업 태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부 세특 관리에 관한 감이 오지 않는다면 우선 수업시간에 ‘기본’부터 잘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졸지 않고 선생님의 설명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수업에 임하는 자세를 바로잡으면 자연스레 세특에서 긍정적인 학업 태도가 잘 드러날 수 있다.
수험생들이 서울의 한 대학교 수시모집 논술전형 시험을 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이다. 대부분 과목에서 수행평가를 진행하는데, 이는 곧바로 세특의 주요 내용이 된다. 수행평가에 어떻게 참여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깊이 있는 학업역량, 전공(계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
한데 의외로 많은 학생이 수행평가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단순히 성적 평가의 일부로 생각하고 감점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우 소장은 “이런 경우 세특의 질적인 부분이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수행평가를 통해 자기주도적인 주제 탐색의 과정을 경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의 학종 가이드북에 공개된 ‘확률과 통계’ 수행평가 사례를 살펴보자. ‘수학 융합적 글쓰기에서 조건부 확률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을 사례로 들어 소개함. (중략) 무역 분야로 진로를 설정하는 학생으로 나만의 통계 분석 활동에서 본교 학생을 모집단으로 설정하여 표본을 추출하고 해외 직구 경험에 대해 조사함. 조사 결과에 대해 세계화와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한 소비 유형의 변화에 대하여 분석을 시도함’이라는 세특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학생이 단순히 모집단에 대한 통계 조사에 그친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를 본인의 희망진로(국제통상학과)에 맞춰 깊이 있게 탐구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최 교사는 “이런 세특 내용은 대학으로부터 전공 수학 역량뿐 아니라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 전공 관심도 및 학습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한다”고 말했다.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고 수행평가를 깊이 있게 준비하는 것이 세특 관리의 기본이라면, 다음으로는 좀 더 심화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세특을 심화 관리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혹은 수행평가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적인 결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2022 한양대학교 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북’ 사례를 살펴보자.
물리Ⅱ 교과에 관한 세특 평가에 ‘(전략) 영화 속 물리학 찾기 수행평가로 영화 <앤트맨>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고 양자 세계에 대해 관심이 생겨 양자 물리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사함. 이를 더 발전시켜 터널링 현상과 양자역학, 다이오드의 원리 등과 접목해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수업시간 중 발표하여 친구들과 선생님께 큰 호응을 받음. 이에 그치지 않고 조사 과정 중 알게 된 에사키 다이오드가 교과 과정에서 학습한 ‘미시세계와 양자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을 읽는 등 스스로 심화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남’이라고 적혀 있다.
단순히 수행평가를 하며 생긴 관심이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보고서가 됐고, 여기서 알게 된 개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독서활동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다. 주도적인 태도로 궁금해하고 이를 직접 탐구 활동으로 실현했을 때 학업적 태도, 전공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역량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2024학년도부터 독서활동 상황은 미반영되지만, 독서 경험은 이처럼 세특 등에 기록돼 대학이 학생의 학업역량, 진로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한다. 독서활동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독서 자체를 중단하면 세특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 소장은 “학종에 있어서 세특은 언제나 중요한 평가요소였지만 2024학년도부터는 평가에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수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 학업역량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는 항목인 만큼 교과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