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대학 입시 설명회는 오는 10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꿈드림센터에서 지역별로 열린다. 2017년 5월11일 서울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에서 청소년과 학부모가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김지윤 기자
“학교를 그만둔 뒤 방황을 좀 했는데, 꿈드림센터에서 저와 같은 또래들을 만나고 마음을 다잡았죠. 센터 선생님들 덕분에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공부하다 보니 대학에도 한번 가보고 싶더라고요.”
학교 밖 청소년인 열일곱살 정민우(가명)군의 말이다. 여러 이유로 학교를 나왔지만 정군처럼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이 많다. 어린 시절 한번 학업의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영원히 ‘원 밖’에 머무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정군은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 쪽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 못 갈 거라 생각했는데 꿈이 생기니 길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은 크게 학업형, 직업형, 무업형, 비행형, 은둔형 등 다섯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학업형(검정고시 공부, 대입 준비, 복교 등)이 50%가 넘는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20곳의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검정고시 준비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스마트교실과 학습상담(멘토링), 입시설명회 등을 꾸준히 열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올해에도 대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달 경상북도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꿈드림센터에서 지역별로 열린다. 학교 밖 청소년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학교 밖 청소년도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없기 때문에 희망 대학 모집 요강을 잘 살펴봐야 한다. 정시는 수능 응시 여부에 따라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다.
김포시청소년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대입 소양교육을 진행한 강예은 진학 컨설턴트는 “학교 밖 청소년이 지원 가능한 대학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학생부가 없으니 정시로만 대학에 갈 수 있는 건지 등을 가장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검정고시 출신자 특별전형, 검정고시 출신자 지원자격 부여전형을 활용하면 됩니다. 특별전형은 검정고시 합격생끼리 경쟁하는 것이고 지원자격 부여전형은 검정고시 출신자들에게도 지원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말입니다.”
특별전형의 경우 주로 신학대학에서 소수를 선발한다. 입학 문이 더 넓은 것은 지원자격 부여전형이다. 예를 들어 입시요강에 검정고시 출신자,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고등학교 졸업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한 학력 인정을 취득한 자 등의 문구가 써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학교별로 표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학생부 전형이 아닌 논술과 수능 전형에서만 지원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궁금한 점은 대학 입학처에 직접 문의해보는 게 좋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부가 없으니 정시모집으로만 지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학생부가 없기 때문에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에 제한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200곳에 가까운 대학이 입학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학생부가 없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 미보유자용 대체 서식’(대체 서식)을 누리집에 올려둔다.
학교 밖 청소년의 생활기록부라 불리는 ‘청소년생활기록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6월께 꿈드림센터에서 신청자에 한해 작성해준다. 청소년생활기록부를 만들면 이를 통해서도 수시 지원이 가능하다.
수시모집 교과전형은 입시 대비를 늦게 시작해 검정고시 성적만으로 대입 준비를 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노려볼 만하다. 교과전형의 특징은 경쟁률이 낮고 중복 합격자가 많아 이월 인원이 많다는 것이다. 학업 역량을 확인하는 면접 및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을 함께 준비해야 유리하다.
수시모집 종합전형은 대입 준비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청소년에게 적합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2회차 검정고시에서 성적을 올려야 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논술전형의 경우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도전한다. 다만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불합격이다.
2023학년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학 입시 설명회 포스터.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부가 없기 때문에 학업성취도를 측정할 수 없다. 검정고시 성적을 대학교별 기준에 맞게 산출해 활용한다. 학교 밖 청소년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한가지를 꼽자면 ‘학생부 비교내신’이다. 학생부 비교내신이란 대학 입시에서 자신의 본래 내신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기준을 정한 뒤 그 기준에 비교하여 내신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비교내신 산출 방법은 크게 등급 환산, 환산 공식 적용, 지원자 평균 부여로 나뉜다. 첫번째로 등급을 환산하는 방법은 대학별로 등급 폭과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따라서 검정고시 성적을 내신 등급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200여곳의 대학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검정고시 점수가 평균 96점이라고 가정해보자. ㄱ대학 기준으로는 95점 이상에 해당해 비교내신 환산 등급을 3등급으로 받을 수 있지만 ㄴ대학 기준으로는 95점 이상 100점 이하 구간에 해당하는 4등급으로 환산될 수 있다. 강 컨설턴트는 “본인의 검정고시 성적을 가장 높게 산출해주는 대학을 추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환산 공식 적용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임의로 정한 공식에 본인의 검정고시 성적을 대입하는 것이다. 인문계, 자연계 등 계열마다 다른 공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식마다 만점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자.
세번째는 대학 지원자의 평균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업성취도보다는 주로 출결이나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에서 활용하는 방법이다. 만약 내가 희망하는 과에 20명이 지원했는데, 나를 제외한 지원자가 평균 2회 결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학교 밖 청소년은 그 지원자들의 평균을 받아서 2회 결석한 것으로 정해진다. 지원자들의 평균 결석 일수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대입 준비의 기본은 검색과 정보 찾기다. 국가 기관에서 운영하는 신뢰도 높은 누리집과 프로그램 등을 찾아가며 손품을 팔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국 꿈드림센터 누리집(www.kdream.or.k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진로·진학 길잡이 영상을 비롯해 지역별 꿈드림센터에서 진행하는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입시설명회, 체험 프로그램, 건강검진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www.adiga.kr)와 전문대학포털 ‘프로칼리지’(www.procollege.kr),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공식 유튜브 채널도 즐겨찾기 해두자. 다양한 입시·진로 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온라인 상담 신청도 가능하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