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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랑한다면 외워야 하는 것들

등록 2022-05-23 20:19수정 2022-05-24 02:34

연재 ㅣ MZ 아빠의 육아일기
아내와 자주 대화하는 것이 아내가 혼자 육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내와 자주 대화하는 것이 아내가 혼자 육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접수하는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 몸무게가 어떻게 되냐고 내게 물었다. ‘몸무게?’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옆에 있는 아내를 쳐다보았다.

“15㎏이에요, 선생님.” 웃으며 대답하는 아내, 하지만 돌아서는 그녀의 표정은 미세하게 변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산책 중에 아이의 유치원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반갑다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친구의 어머니가 물었다.

“아드님도 여름햇살 반인가요?” 또 머리가 하얘졌다. 아마 그럴 거라는 나의 대답에 친구 어머니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창피했다.

참 이상하다. 손흥민 선수가 몇골을 넣었고, 언제 경기가 있는지는 대충 봐도 잘만 기억하는데, 왜 아이의 몸무게, 아이의 반, 그리고 친구 이름은 여러번 들어도 생각나지 않을까? 엄마들이 아빠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육아를 ‘나 혼자 하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는데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엄마 입장에서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했고, 솔직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육아 시간이 아내보다 적은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혼자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록을 했다. 휴대폰의 메모 기능을 통해 아이의 몸무게, 아이의 반, 아이가 친하다고 하는 친구들 이름을 적고, 필요할 때 검색했다.

아내가 아이에 대해 말할 때도 집중했다.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없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엄마와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아이에 대한 눈높이를 아내와 맞추려고 노력했다.

기록과 대화 덕분에 나의 부끄러움은 점차 줄어들었다. 병원에서 아이의 몸무게를 물어봐도, 누군가 아이가 무슨 반인지 물어봐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내를 쳐다보는 대신, 얼른 메모를 확인한 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이와의 대화 또한 풍성해졌다. 아이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니 “친구들이랑 잘 지내?”보다는 “오늘도 재한이랑 한솔이랑 놀았어?”라고 물을 수 있었다. 관심이 담긴 질문에 아이 역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재미나게 들려주었다.

아이에 대한 눈높이를 아내와 맞추려고 노력한 다음부터는 아내로부터 육아를 혼자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아내가 여전히 육아의 많은 부분을 맡고 있지만 남편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를 많이 이해해준다. 내 아이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아내와 대화하는 것, 일과 육아를 다 잡고 싶은 아빠의 첫걸음 아닐까.

최현욱 |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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