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낮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코로나일 때 교실, 아닐 땐 운동장’ ‘가끔 복도에서 창문을 내다본다’ ‘운동장, 놀이터, 강당, 도서실을 쉬는 시간에 못 가게 한다’
초등학교 4~6학년생 10명 가운데 9명은 쉬는 시간에 교실 안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수도권 어린이들은 방역 강화 탓에 활동 제약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어린이 날 100주년을 앞둔 3일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2주 동안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 1841명에게 어린이들의 학습과 쉼 등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0.7%(복수응답)가 쉬는 시간에 교실에 머문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운동장, 놀이터, 강당을 찾는 학생은 12.7%에 불과했다. 전교조는 어린이가 존중 받는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어린이 생활 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역별 상황을 보면, 서울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졌다. 서울은 교실에 머무는 학생 비율(95.1%)이 운동장 등을 찾는 학생(8.4%) 비율보다 11배 이상 많았다. 반면 전남은 교실 안(82.1%)보다 운동장 등(94.8%)에서 쉬는 비율이 높았다. 방과 후에도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야외에서 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43.2%는 ‘놀지 않는다’고 답했고 ‘집에서 논다’는 응답도 20.9%였다.
전교조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가 어린이들의 놀이 활동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분석했다. 전교조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방역이 강화된 수도권 지역과 달리 확진자 수가 적은 지역의 경우 학생들의 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됐던 것으로 보인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방과 후에도 어린이들 상당수가 야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 시기 감염 위험 등으로 어린이 놀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교육 역시 어린이들의 여가 시간을 빼앗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7.3%는 사교육 등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성인의 퇴근 시간과 비슷한 저녁 6시 이후라고 답했다. 하루 한시간 이상 학원 숙제를 하는 어린이는 53%로 절반을 넘었고, 2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어린이도 20.6%에 달했다. 이런 일정 탓에 절반에 가까운 44.6%의 어린이는 하루 2시간의 여가 시간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달부터 학교에서의 일상회복 조치가 시작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전국 모든 유·초·중·고의 교육활동이 정상화됐다. 방역 완화로 짝꿍이 다시 생기고 이동식 수업, 모둠 활동 및 토론 등이 가능해졌으며, 수학여행 등 숙박형 체험활동도 갈 수 있게 됐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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