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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파트라슈와 넬로, 시대를 초월한 우정

등록 2022-05-03 01:00수정 2022-05-03 16:13

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요즘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표현 중에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고 불편한 것이 있다. “개불편해!” “개비싸!”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 말을 다르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개’가 강조를 의미하며 ‘정말’이나 ‘무척’보다 간편한 것은 알겠는데 인간의 둘도 없는 친구인 개가 비하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개꿈이라든가 개떡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개는 너무나 흔하고 친숙한 나머지 예로부터 비하되는 예가 흔했다. 비록 인간은 개를 가축으로 여기고 필요할 때 가차 없이 내친 경험이 있지만, 개는 인간과 함께한 이후로 언제나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친구로 살았다.

소년 넬로와 개 파트라슈의 아름답고 슬픈 우정을 담은 <플랜더스의 개>는 시대를 초월해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버려진 개였던 파트라슈는 할아버지와 넬로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고 두 사람의 소중한 식구가 되었다. 함께 우유배달을 하며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깊은 우애를 나눈 넬로와 파트라슈는 결국 슬픈 죽음을 맞이한다.

많은 독자는 이 동화를 상상력의 열매라고 생각하지만, 개를 한 번이라도 키워본 사람은 이 동화의 내용이 환상이나 상상에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개를 둘러싼 주변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사실 <플랜더스의 개>도 저자인 위다가 어린 시절 플랜더스 지방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동화다.

내가 담임하는 반 아이가 모두 다섯이다. 시골 중학교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함께 산책하기 딱 좋은 인원이다. 그래서 휴식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골목 구경을 자주 한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는데 시바견이랑 고양이 다섯 마리가 사는 집이다. 시바견은 실물로 처음 보았는데 역시 귀엽고 앙증맞다.

그런데 오늘 시바견을 어루만지다가 깜짝 놀랐다. 목줄을 너무 가는 것을 해놔서 목줄이 닿는 부분의 털이 다 빠졌고 심지어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분명히 목줄이 땅기면 아플 텐데 시바견은 사람만 가면 안기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닿지 않는 사람을 향해서 뛰어오른다. 우리 반 아이 말로는 ‘사람 손을 많이 탄 개’라고 한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가도 짖지 않고 반겨준다.

그 시바견은 혼자 있을 때는 분명히 가만히 웅크리고 있고 얌전하게 목줄이 땅기지 않는 범위에서 걸어 다닐 뿐이다. 그 개가 속살이 드러난 것은 그만큼 사람에게 안기고 싶고 사랑받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기 때문이다. 그 개처럼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타인을 사랑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도 생각하게 되고.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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