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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미래 트렌드를 읽는 금융 서비스 개발자

등록 2022-04-27 15:44

어디나 발길 닿는 곳에 있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스마트폰에 하나씩은 꼭 있는 뱅킹 앱, 은행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금융기관이다. 은행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 그중에서도 소비자를 위한 최신의, 그리고 최상의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람, 금융상품개발자와 핀테크 전문가를 만나봤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생활 속 금융 기관, 은행

‘돈의 융통’이라는 뜻의 금융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금융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금융기관이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우리가 저축한 돈을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즉, 예금을 받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며 전체 경제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은행에서는 예금과 대출 업무 외에도 공과금을 수납하고, 외화를 환전해주고, 개인의 귀금속을 보관해주며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기도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금융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아이디어 뱅크’

보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금융상품 판매율을 올려야 하기에 은행은 최신 트렌드를 재빠르게 쫓아야 한다. 소비자의 관심 분야를 한발 앞서 파악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개발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융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일을 한다. 소비 패턴의 변화와 문화적 현상에 대한 세심한 감각을 금융 서비스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디지털 트렌드와 신기술을 금융에 적용하는 핀테크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로봇이나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접목한 첨단 금융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로써 소비자들이 개인 맞춤형의 편리한 금융 생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한다.

■ 금융상품개발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김보라 NH농협은행 카드회원추진부 카드상품개발팀 과장. 사진 백종헌
김보라 NH농협은행 카드회원추진부 카드상품개발팀 과장. 사진 백종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금융과 접목하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해”

김보라 NH농협은행 카드회원추진부 카드상품개발팀 과장

금융상품이란 각종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예금과 적금, 카드, 투자신탁(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낸 기금을 모아 증권 전문가가 투자하고, 그 수익을 금액에 비례해 개인에게 나눠주는 것), 대출, 연금 등을 말한다. 그렇다면 여러 은행마다 개발하고 있는 카드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어디서든 꺼내고 싶은 소장 가치 높은 디자인부터 돈을 쓰면서도 이익을 얻는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혜택까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얇은 카드에 서비스를 알차게 담아내는 카드상품 개발자에게 그 업무 과정을 물었다.

Q. 은행마다 여러 카드상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신상품 카드는 단지 상품개발자 한 사람의 손으로 탄생하는 게 아닙니다. 상품, 디자인, 홍보, 마케팅, 운영, 전산 등 여러 파트 담당자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죠. 각 파트 전문가와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합니다. 먼저 어떻게 하면 고객이 이 카드를 발급하게 만들지 기획 단계를 거치는데요, 이때는 디자인과 더불어 고객에게 와 닿는 서비스를 설계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실제로 고객이 많이 사용하는 카페, 온라인 쇼핑, 배달 앱 등 생활편의 업종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거죠. 카드를 사용하는 순간이 곧 행복한 순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도하는 거예요.

Q. 개발하신 카드 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상품은 뭔가요?

10~20대 젊은 층에 특히 인기 있었던 체크카드가 기억에 남아요.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와 ‘어피치 스윗 체크카드’인데, 두 카드의 발급 수가 100만 장이 넘었어요. ‘농부 라이언’이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카드 상품의 메인 테마를 정하기 위해 기업 ‘카카오’와 여러 번 미팅을 진행했어요. 카카오의 ‘라이언’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귀여움에 농협만이 할 수 있는 농부의 이미지를 결합하니 독특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가 탄생하더라고요. ‘넷플릭스’나 ‘유튜브’, 유료 애플리케이션처럼 젊은 층이 많이 소비하는 곳과의 혜택을 강화한 것도 특장점이죠. 이런 매력이 카드를 지갑에 소장하고 싶은 욕구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Q. 카드상품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카드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경험할 수 있겠어요.

맞아요. 개발자로 제 이름을 걸고 출시한 상품을 소개할 때 큰 보람을 느끼는데요, 버스나 지하철 광고판, TV, 온라인 사이트 등 여러 매체에서 제가 기획한 카드 상품 광고를 마주하면 뿌듯하죠. 다만 항상 ‘새로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일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힘든 점이기도 합니다.

Q. 새로움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금융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인가요?

가상화폐나 빅테크(BigTech,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플랫폼으로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정보통신기술 회사)의 빠른 성장, BNPL(Buy Now, Pay Later.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로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면 결제 업체가 판매자에게 먼저 돈을 주고, 소비자가 여러 차례에 걸쳐 결제 업체에 돈을 갚는 시스템)과 같은 결제·지불 수단의 변화 등 금융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해요. 그리고 그 트렌드를 금융상품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하고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늘 공부를 놓지 않아야 하는 직업입니다.

SNS나 유튜브, 지식 공유 플랫폼, 도서 등 여러 매체도 가까이하고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디지털 매체 사용이 많아진 사람들의 생활 패턴 변화를 고려해 이에 맞춘 상품을 기획 중이에요.

Q. 카드상품개발자로 일할 수 있는 진출 과정이 알고 싶어요.

NH농협은행은 입사 이후 본인이 근무하고 싶은 부서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카드상품 부서에 지원해 개발을 담당하게 되었고요. 카드는 상품과 홍보, 마케팅과 영업, 디지털과 발행까지 여러 업무가 총집합된 금융상품이에요. 그래서 주변 직원들을 보면 전공이 아주 다양하죠. 전공보다는 카드 업무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기본입니다.

Q. 필수 전공이나 자격증은 없군요. 그렇다면 금융 업계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활동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일상생활은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반짝이는 새로움이 있습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거창한 경험이 아니어도 좋아요. 내가 갖고 있는 체크카드로 직접 결제도 해보고 카드를 온라인 페이 서비스에 등록해서 온라인상에서도 활용해보는 거예요. 또 한 단계 넘어선 새로운 수단이 나오면 두려워하지 않고 경험해보고요. 이 작은 도전과 경험이 모여 상품 개발의 단단한 밑바탕이 된답니다. 이제는 금융 산업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빼놓을 수 없기에 프로그래밍, 미디어, 디지털 리터러시 등을 배워두는 것도 추천합니다.

■ 핀테크 전문가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김봉규 NH디지털R&D센터장. 사진 손홍주
김봉규 NH디지털R&D센터장. 사진 손홍주

“가보지 않은 산을 오르는 개척자의 정신이 중요해”

김봉규 NH디지털R&D센터장

기술과 서비스, 사람과 지식이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 NH디지털R&D센터는 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금융에 덧입히는 ‘초연결 디지털 혁신 플랫폼’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핀테크 기술을 이끌고 있는 김봉규 센터장을 만났다.

Q. ‘핀테크’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뜻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은행에서는 핀테크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합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인데요, 사실 전혀 새로운 용어는 아닙니다. 금융 분야에 기술을 접목한 의미로 보면 꽤 오래전에 개발한 인터넷 뱅킹이나 스마트 뱅킹도 핀테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초창기 핀테크를 설명하기 쉬운 사례가 바로 ‘토스’라는 앱에서 송금 기능을 선보인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은행이 아닌 곳에서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었거든요. 그러다 ‘카카오페이’의 간편 결제 서비스도 등장했고요. 다시 말해 ‘비금융권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다’라는 것이 핀테크의 기본 개념이에요. 그 이후로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IT 기업에서 기술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고,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나타났죠. 전통적인 금융 영역을 지켜왔던 은행들은 변화에 대처해야 했고, 보다 더 앞서가는 대응 방식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Q.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2015년 금융권 최초로 ‘오픈API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오픈API(Ope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데이터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해 다양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외부 개발자나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인데요. 한마디로 NH농협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한 프로그램 도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핀테크 기업이 오픈API를 통해 기존의 은행이 가지고 있던 금융 데이터를 가져다 자신들의 플랫폼에 직접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개발한 가계부 앱을 사용한다면, 내가 가진 잔액이 얼마인지, 얼마나 소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선 은행에 있는 내 계좌를 불러와야겠죠? 이때 우리가 구축한 ‘오픈API 플랫폼’을 통해 간편 결제나 조회, 송금 등의 정보를 활용하면 앱을 개발한 핀테크 기업은 쉽고 빠르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은 공인인증서 없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NH오픈플랫폼’이 첫 시작점이 되어 현재 전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오픈뱅킹 서비스나 흩어져 있는 개인의 자산을 하나로 모으는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발전할 수 있었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데이터 금융 시장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볼 수 있죠.(웃음)

Q. 메타버스,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 미래를 주도할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어요. 핀테크 분야와 관련하여 주목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하는 중입니다. 먼저 메타버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지난 3월에 시범적으로 열었어요. 게임과 금융이 합쳐진 가상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키우며 농사나 낚시, 사회생활, 경영 활동 등을 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주민권을 ‘NFT(디지털 자산인 전자 토큰)’로 발급하는 것도 가능할 거예요. 또, 올해 농협금융지주 출범 10주년을 맞아서 기념주화를 NFT로 발행하는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전자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에 대한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고요.

Q. 흥미롭네요. 앞으로 펼쳐질 실험 결과가 기대되는데요!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잖아요. 최신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다 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배우기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4개 정도의 학습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기술·마케팅·블록체인·AI와 같은 분야로 나눠서 팀끼리 연구하고, 매달 돌아가면서 세미나를 열어요. 작년에 나온 ‘휴먼 AI’ 서비스도 바로 이 세미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죠.(웃음) 계속해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Q. 와, ‘휴먼 AI’요? 최근 몇몇 은행에서는 ‘AI 은행원’이 고객을 응대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NH농협은행은 ‘정이든’과 ‘이로운’이라는 인공지능 은행원을 개발했는데, 실제로 우리 직원들의 얼굴을 전부 합성해서 만들었어요. 다른 은행과 차이점이 있다면 세상에 없는 얼굴인 가상인간의 형태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이 친구들은 현재 정식 은행원으로 채용되어 디지털 사번을 부여받고 우리 센터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영업점의 투자 상품을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사람과 소통하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도 있겠죠.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Q. 첨단 금융 시대의 핀테크 전문가를 꿈꾼다면 청소년 시절에 어떤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익히면 유리하겠죠. 하지만 이 직업은 결국 사람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는 일이기에 기획자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융합된 사고’가 정말 중요해요. 인문학적 생각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금융에 접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면 좋습니다. 그 호기심을 실제로 실행해본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저는 실패하는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에베레스트 산을 오를 때, 등산 루트를 만든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만큼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굉장한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꼭 파이어니어(Pioneer), 개척자의 정신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전정아, 이은주 · 사진 손홍주, 백종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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