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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육아도 환경설정이 반이다

등록 2022-04-25 18:57수정 2022-04-26 02:06

연재 MZ 아빠의 육아일기

“아빠, 나랑 거실에서 놀자.”

“승유야, 아빠 피곤한데? 조금만 침대에 누워 있을게.”

“아빠는 핸드폰 만지면서 놀면 되잖아. 핸드폰 하게 해줄 테니까 지금 같이 놀자.”

아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놀 때 핸드폰을 왜 만지냐며 뭐라고 하던 아이가 핸드폰을 하면서라도 놀아달라니…. 놀란 마음은 이내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아이와 있을 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내 모습이 창피했다.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못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잠시뿐, 며칠만 지나면 나도 모르게 인스타그램 사진을 넘기고, 프로야구 경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스마트폰 좀 멀리하라는 아내의 말에는 직장에서 오는 연락을 놓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댔다.

그렇게 스마트폰과 한 몸처럼 지내던 내게 아이가 던진 말은 큰 충격이었다. 다짐이 습관으로 이어지기 위해 환경 자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충전을 하면서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침대를 사서 안방 한구석에 두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스마트폰을 그곳에 두었다.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스마트폰을 만지면 핸드폰 침대에 놓아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스마트폰을 특정 공간에 두는 것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처음에는 금단현상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금씩 적응되었다.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던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사용 시간이 줄어들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질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스스로 만족하는 횟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과 놀고 나서도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찝찝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아빠 노릇도 잘한 것 같아 뿌듯했다.

아이와의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그동안 나는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놀이 방법만을 주로 찾았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고 지내보니 노는 방법뿐 아니라 노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 침대라는 작은 환경설정은 작심삼일에 그치던 다짐을 꾸준한 실천으로 옮겨주었고, 더는 아이로부터 휴대폰 좀 그만 보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 육아도 환경설정이 반이다.

글·사진 최현욱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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