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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특목고 존치…절대평가·고교학점제 맞물리면 ‘기득권 트랙’

등록 2022-04-21 16:13수정 2022-04-21 16:23

“도입 시점 맞췄는데…특목고 선호현상 더 심해질 것”
초·중학생 사교육비 증가 추세에 다시 불 붙을 수도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등 교육,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7월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발표된 자립형 사립고 운영평가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등 교육,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7월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발표된 자립형 사립고 운영평가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시키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 도입의 전제였던 ‘특권학교 해소’가 물거품이 되면서, 결국 과거보다 더 교육 기득권을 공고화하고 사교육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선거 당시 내세웠던 ‘자사고 폐지 전면 재검토’ 공약을 방향으로 잡고 있다”며 “교육에 자율성을 주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커다란 틀 안에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논의 중인 세부 이행계획 등이 포함된 교육 관련 국정과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순차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 끝에 ‘공교육 생태계 파괴’ 논란을 빚어온 자사고와 특목고 중 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으나, 정권교체와 함께 없던 일이 됐다.

교육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장기적인 청사진을 바탕으로 진행돼 온 현 교육정책의 전제가 허물어지면서 상당한 부작용을 예상한다. 인수위 쪽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는 방향이 더 인위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사실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결정은 예정된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 시행 등에 있어 가장 부작용이 없도록 설계된 정책이었다.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도입이 예정돼있고, 인수위 쪽도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제도는 이어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학생들이 상대평가에서 내신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하지 않도록,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정책도 진행되고 있다. 입시용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릴 경우 고교학점제가 안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향은 자사고·특목고 존치와 병행되기 어렵다. 통상 자사고·특목고는 우수한 학생이 몰려있어 내신 상대평가에서 불리한데, 내신까지 절대평가로 바뀌면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입 경쟁에서 날개를 다는 셈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사고·특목고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고교 입시 경쟁도 과열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와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초기 국정과제에 자사고·특목고 존치를 포함시킬 정도로 힘을 싣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고교학점제와 자사고·특목고가 병행된다면 중학교 때부터 준비해, 특권학교를 거쳐 명문대까지 가는 최상위권 트랙이 만들어지게 된다. 또래 효과도 있기에 특목고에 간 학생들은 1등급이 40%에서 60%까지 나올 수도 있다”며 “다양성을 강조한다지만, 현실에서는 예체능 자사고나 역사 자사고가 아닌 국·영·수 자사고만 즐비하다. 결국 입시 위주의 교육 서열화에 기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사교육비 증가세에 불을 붙이리라는 예상도 우세하다. 최근 발표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각각 월 평균 53만5000원, 49만4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반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한 경우는 32만3000원에 그쳤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자사고·특목고를 존치하면 입학을 준비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며 “자사고·외고 지원률이 시들해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다시 띄우면서 사교육비의 불씨를 되살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21일 교육부가 공개한 ‘교육분야 5년 성과자료집’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성과로 교육의 공정성·투명성 강화 일환으로 추진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이 언급됐다. 이런 언급이 무색하게 정권 교체 직후 손바닥 뒤집듯 방향이 바뀌었다. 김성천 교수는 “미래형 교육체제에서는 (우수한 학생) 선발 효과에 기대기보다 어떤 학생이 들어와도 잘 길러내겠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윤 당선자는 말로는 인공지능(AI)과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해방 이후 지속된 교육 서열화 체제를 공고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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