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계는 매년 4월12일을 전후로 일주일간을 ‘도서관 주간’으로 설정하고 오롯이 이용자만을 위한 잔치를 연다. 오늘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근처 도서관을 방문하면 선한 자원으로 가득한 도서관의 공간과 다양하고 유의미한 행사를 열심히 마련한 사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서관협회 제공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님이 계실까.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는 자식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과 가족 일에 정신없이 하루를, 일주일을 내몰리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부모님에게 짧은 안부 전화마저도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그런 우리에게 ‘어버이의 날’은 매우 특별하다. 어버이날이라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갑자기 많아지고 다른 날이라고 해서 적어지지는 않지만 카네이션 한 송이의 의미와 함께 부모님과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계는 매년 4월12일을 전후로 일주일간을 ‘도서관 주간’으로 설정하고 오롯이 이용자만을 위한 잔치를 연다. 이 기간에 도서관은 이용자를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자한다. 항상 도서관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이용자에게 보답하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철저히 이용자의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서관이 도서관 주간을 기다리는 이유도 어버이날을 기다리는 우리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서관 주간을 맞이하여 도서관은 이용자와 더 친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용자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도서관은 코로나19라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큰 피해를 입었다. 도서관 공간에서 호흡하며 공감하는 이용자의 모습이 아주 위험한 행위로 평가절하되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2019년도 25만명에 달하던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방문자 수가 2020년에는 평균 7만6천여명으로 전년도 대비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코로나19가 마지막 극성을 부리고 있는 올해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서관 주간을 맞이하여 전국 대부분의 도서관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도서관 행사를 개최한다. 왜냐하면 이용자의 변함없는 애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대출 수(11만7962권)는 2020년 대출 수(10만449권)에 비해 약 10% 감소했으나, 그 기간 동안 공공도서관의 증가 수(38개관 증가, 약 3%)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여전히 사랑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도서관을 끝없이 지지해준 이용자와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마음으로 올해 도서관 주간 표어를 ‘도서관, 책과 당신을 잇다’로 정했다.
혹여 코로나19가 우리를 다시 힘들게 해도 도서관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전자책 서비스를 확대하여 코로나 블루를 해결할 것이고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와 도서관을 더욱 공고하게 이을 것이다.
오늘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근처 도서관을 방문하면 선한 자원으로 가득한 도서관의 공간과 다양하고 유의미한 행사를 열심히 마련한 사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주간에 모든 국민이 도서관에서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특히 가족들과 주말에 도서관을 함께 방문한다면 그 행복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내년부터 매년 4월12일을 ‘도서관의 날’로 도서관법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 도서관 주간의 행복함이 2023년 법정 도서관 주간까지 계속되기를 또한 기대해본다. (도서관 평균 방문자 수, 대출 수, 도서관 증가 수는 국가 도서관 통계 참조(
www.libsta.go.kr))
남영준 | 한국도서관협회장(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