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였지만, 내 아이만큼은 수포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7일 <육퇴한 밤>에서 만난 14년 차 수학교사 김미연씨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 헤맸다. 복잡한 문제의 답을 찾고 희열을 느끼는 학생부터 중학생 이후로 수학책을 잘 펼치지 않는 학생까지 눈 여겨봤다.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면서 의문 하나를 품게 됐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언제 처음 수학을 접할까?
학생들의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니,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주양육자를 통해 수학 공부를 시작한 사례가 많았다. 그는 아이가 틀린 문제를 또 틀려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격려하는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수업 준비로 바쁜 김씨가 시간을 쪼개 부모가 읽는 수학책 <엄마의 수학책>(부키)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다. 책을 펼쳐보니, 중학교 수학책에 등장하는 방정식, 근의 공식, 내심과 외심 등의 수학적 개념과 의미를 부모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삼각형은 직각 삼각형이에요. 평범한 삼각형이 원을 만나면, 직각 삼각형이 우수수 떨어져 나와요. 원 안에서 만나면 내심, 원 밖에서 만나면 외심이라고 하거든요. (중략) 부모의 원 같은 사랑의 마음으로 아이를 품어서 직각 삼각형 같은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육퇴한 밤> 인터뷰 중에서)
<엄마의 수학책>을 펴낸 작가이자, 14년 차 수학 교사 김미연씨.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그는 초등학생 쌍둥이 남매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수학교사의 자녀 수학 교육법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본격적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매주 가족회의를 열어 공부 시간과 분량을 아이들과 상의했다. 서점에서 문제집을 살 때도 2~3권 정도로 압축해 최종 선택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뒀다. 매일 꾸준하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다.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문제집을 선택하게 하면 억지로 수학 공부한다는 생각이 안 들죠. 문제집 한 권 끝내면 책거리처럼 과자 파티를 해요. (중략) 문제 푸는 실력을 늘리는 건 나중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학년 되면, 수학이 재미있지는 않거든요. 과거에 문제집을 다 풀어봤다, 해냈다는 성취감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거죠.”
스스로 해내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는 수학은 초·중·고등학교 12년간 단계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수학 교과 과정은 수학 교육의 허리와 같다’고 설명한다. 고등학교 수학은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서로 연결하고 응용하는 과정이다. 수학을 꽤 잘하던 학생들도 고교 과정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있다. 수학을 ‘암기’하듯 공부했던 탓이다. 부모가 조급함을 버리고, 학생 역시 개별적인 수준에 맞춰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학은 전 단계를 모르면 다음 단계를 배우기 힘든 위계성 있는 과목이에요. 암기만 해서 시험 본 학생들은 시험 끝나면 다 잊어버려요. 수업 시간에 물어보면, 안 배웠대요. (웃음) 교사 입장에선 과거에 가르친 부분까지 다시 설명하죠. 학생들 입장에서는 다시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많아지고, 수학이 너무 부담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수학을 포기하게 돼요.”
김미영 <한겨레> 기자(왼쪽부터)와 김미연 교사, 박수진 기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기사에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육퇴한 밤> 영상 인터뷰에서 수학 교육의 절반이라는 ‘방정식’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수학 수포자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단원 등도 살폈다.
<육퇴한 밤>에선 자녀의 수학 교육법으로 고민 많은 독자를 위해 책 선물을 준비했다. 오는 14일까지 유튜브 영상 댓글과 이메일 등을 통해 시청 소감을 남기면 된다. <한겨레>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가운데 하나인 <북북 긁어드립니다>(@bookbook_scratch)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정성스런 후기를 남겨준 10분을 선정해 책 <엄마의 수학책>(부키)을 선물할 예정이다.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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