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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학 연구기능 총리실로?…“고등교육 정책 혼선 불가피”

등록 2022-04-04 04:59수정 2022-04-04 08:43

[차기 정부 교육부 어떻게 되나]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의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의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정책협의회에서 “교육 홀대는 없을 것”이라는 인수위 쪽의 ‘진화 발언’이 나오면서, 지난달 18일 인수위 출범 이후 불거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폐합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학 연구 기능을 총리실 산하의 소관 부처로 이양하는 방안이 또 다른 ‘뇌관’으로 남아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교육부 내부에서는 통폐합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교육 관련 일부 기능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과기부와 통폐합 ‘물밑’으로…교육부 축소안은 뇌관

문제는 대학의 연구 기능만 따로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3일 <한겨레>에 “우리나라 대학은 학부중심 대학, 연구중심 대학으로 분리가 되어 있지 않고 종합대학 안에서 교육·연구 기능을 같이 수행하며 정부재정지원사업도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며 “(해당 안은) 대학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섣불리 교육부의 고등교육 관련 기능을 분리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연구 또는 산학협력 기능만 옮긴다고 해도 결국 교육부의 고등교육 관련 기능이 형해화되고 말 것”이라며 “특히 정무 기능 위주의 총리실이 (교육부를 대신해) 300여곳에 달하는 사립대를 관리·감독하는 행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규제 완화와 맞물려 자칫 사학 비리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연구 분리 어려워…차질 우려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 생태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대들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며 “교육부 차원에서 고등교육이 놓인 현실을 종합적으로 펼쳐보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고등교육 기능 이양이 초·중·고 교육과정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총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이 대학교육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대입 문제가 초·중·고 교육과정 정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능 이양은)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중고 교육에도 영향 “기업과 동일시 위험”

교육계에서는 과학기술, 산학협력에만 방점을 찍은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의 고등교육 및 대학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어 “과학기술 중심의 고등교육 편성은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구직자를 양성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것은 인간을 인간이 아닌 기계로 간주하는 것이며,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체능 등 순수학문의 가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학을 이윤 추구가 유일한 목적인 기업과 동일시하는 무지함에서 벗어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계는 극심한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사회학)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인문사회 기초분야 지원 비율은 1%에 불과한데, 인수위 안에서 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할지 의문”이라며 “선진국의 과학기술 발전에는 저변에 광범위하게 포진된 인문, 사회과학 등의 기초학문 분야가 뒷받침했다”고 강조했다.

과학계도 부처 통합 부정적

한편, 과학계에서도 인수위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교육부와의 통폐합에 매우 부정적이다. 이석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모든 정책 우선순위가 교육이었고 이 때문에 과학기술 쪽은 심도 깊은 정책이 추진되지 못했다”며 “교육과학기술부가 되든, 과학기술교육부가 되든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대입 등 현안이 많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반면 과학기술 쪽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질의가 교육에만 몰리는 바람에 하루는 교육, 하루는 과학기술로 나눴지만 이튿날에도 ‘어제 못 물어본 게 있다’며 또 교육 현안을 꺼내는 등 난맥상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당시 ‘융합 인사’를 한다며 인력을 섞었지만 회식조차 교육부 공무원 따로, 과학기술부 공무원 따로 하는 등 ‘화학적 결합’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실패담’이 양쪽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힘을 실어주려면 부처 개편보다는 전문가들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송철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장은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 위원회가 실무 경험이 부족한 교수들 위주로 오랫동안 구성되어 왔는데, 현장 경험이 많은 연구개발자들이 중요한 과학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김지은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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