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래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돈을 기축통화라 부른다. 기축(key)은 토대나 중심이란 뜻이므로, 기축통화는 세계 경제의 토대가 되는 중심 화폐를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해외여행 할 때 현지 화폐나 미국 달러로 환전한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음식값이나 호텔 요금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역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원유나 코로나 백신을 수입할 수 없다. 국제 거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돈으로 지급해야 한다.
미국 달러가 대표적이다. 달러 다음으로는 유로가 많이 쓰인다. 유로존에 19개 나라, 약 3억3천만명의 인구가 속해 있는 덕분이다. 국제 거래에서 차지하는 두 화폐의 비중이 80%에 이른다. 그 뒤가 영국 파운드이지만, 달러나 유로와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
국제 거래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돈을 기축통화라 부른다. 기축(key)은 토대나 중심이란 뜻이므로, 기축통화는 세계 경제의 토대가 되는 중심 화폐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16∼18세기에는 스페인 은화가, 이후에는 영국 파운드가 기축통화였다. 미국 달러는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 화폐 자리를 꿰찼다. 기축통화국은 초강대국과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경제의 위상이 과거만 못해지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중국도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다 인구와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중국이지만, 시장 경제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금융 시장이 낙후되어 있어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어느 나라의 돈이 기축통화가 되려면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제 규모와 경제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함은 기본 중 기본이다. 경제력만으로 결정되지도 않는다. 외교 영향력이나 군사력도 중요한 변수이다.
여기에 국가 신용도도 높아야 하고 경제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런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국가는 흔치 않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다양한 요건들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신뢰성이 높고 가치가 안정적인 돈’이다. 그래서 외국과 거래할 일이 없는 개인들도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달러를 보관하려고 한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세계 각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인들이 달러를 찾으려 은행 앞에 긴 줄을 섰다는 뉴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축통화의 위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도 경제의 안전판으로 기축통화를 비축한다. 한국은행이 보유 중인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기축통화국의 국민은 해외로 가면서 굳이 환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달러가 환영받는다.
그렇지만 기축통화에도 그림자는 있다. 국제 거래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며 각국이 이런저런 목적으로 비축하므로 그만큼 통화를 많이 발행해야 한다. 통화량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기축통화국이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한진수 | 교수(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