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원수학문화관 개관 당시 어린이들이 수학 체험을 하고 있다. 노원수학문화관 제공
오는 14일은 ‘파이의 날’(파이데이)이다. ‘파이의 날’은 프랑스의 수학자인 자르투가 원주율값인 3.14를 고안한 것을 기리기 위해 같은 숫자인 3월14일로 제정된 날이다. 미국 등 서양에서는 이날 파이를 먹으면서 원주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숫자들을 얼마나 많이 외우는지 대회를 여는 등으로 기념해왔다. 초등학생·중학생 등의 자녀를 가진 가정이라면 수학문화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이의 날을 기념해보자. 전국의 과학관은 100곳이 넘지만, 수학문화관은 10곳도 되지 않는다. 드문 만큼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진기한 수학적 전시나 체험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수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노원수학문화관
2019년 서울 노원구청이 설립한 노원수학문화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최초의 수학문화관이다.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4층짜리 단독 건물에 가득 채우고 있다. 노원구민과 인근 도시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학문화관, 수학체험관을 벤치마킹하려는 사람들도 줄이어 방문하는 곳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파이 팔레트’(Color of Pi)다. 원주율 파이의 무한함을 표현한 노원수학문화관의 대표 상징물이다. 1층은 처음 수학을 접하는 유아와 초등 1학년들에게 유익한 ‘수학놀이터’다. 빔 프로젝트와 같은 영상 인터랙티브를 통해 바닥에 비춰진 숫자와 도형을 발로 밟고 찾는 놀이, 다양한 입체 도형 통에 편백나무 칩을 넣어보는 놀이, 음악과 함께 모니터에 제시되는 미션에 따라 바닥판을 순서대로 밟는 놀이 등을 통해 수의 개념과 도형, 부피와 분수에 대한 감각을 갖게 한다. 2층은 일상 속의 수학을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수학과 세상’이다. 대표적인 체험인 ‘수학으로 따라가는 당구장’은 당구공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영상으로 바로 확인해봄으로써 각도의 개념을 배울 수 있다. ‘수학으로 오르는 암벽’은 암벽을 오르면서 수 또는 도형 문제를 해결하는 체험이다. 3층은 수학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수학과 예술’ 공간이다. 수학과 음악이 어떻게 연계되고, 수학이 어떻게 건축적으로 구현되는지 볼 수 있다. 예약을 하면 수학해설사와 함께 동행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에는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수학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수학과 음악, 수학과 영화를 연계한 예술 감상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 방학 때 운영하는 ‘수학아 놀자’ 프로그램은 수학적 원리를 통해 범인을 찾고, 수학의 한 분과인 암호를 활용해 편지를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올해는 ‘위드 코로나’ 체제로 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다. 장세창 노원수학문화관장은 “노원구에 있는 미술관, 과학관, 진로센터 등과 연계해 수학적인 의미가 담긴 것을 미술관 또는 과학관에서 찾아보는 등의 공동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서, 수학에 재능이 있는 성인이나 학생이 자기만의 커리큘럼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매스 휴먼북’을 운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원수학문화관에서 진행한 ‘수학아, 놀자’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노원수학문화관 제공
야외에서 뛰어노는 수학체험공원
엑스(X)자 모양의 시소 앞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시소는 축의 수평적 연장선과 시소를 타고 있는 사람이 가까울수록 각각의 운동량이 커진다. 이유는 운동량=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곱이기 때문이다. 운동 방향도 시시각각 변하고 속도도 시시각각 변한다.’ 뫼비우스 띠 모양의 정글짐 앞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1858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뫼비우스와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했다. 뫼비우스 띠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무한의 면을 가지고 있다. 꼬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의 뫼비우스 띠가 만들어진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수학체험공원은 2020년에 문을 연 전국 최초의 야외 수학체험공원이다. 4600여평의 넓은 공원에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면서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체험물과 조형물을 14점 갖추고 있다. 뫼비우스 띠를 3차원 구조로 익힐 수 있는 뫼비우스 정글짐, 지구상에서 최단 거리를 나타내는 사이클로이드 미끄럼틀, 미지수 놀이터,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시소, 톱니바퀴 회전판, 제오드 미러, 공중부양 비행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삼각형과 쌍곡선, 멩거 스펀지, 펜로즈 삼각형, 원주율 등을 보고 만지며 느껴볼 수 있다. 모든 구조물 앞에는 수학적 원리에 대한 안내판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집라인 2개를 설치해 아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양산시 쪽은 “테마가 있으면서 교육적 효과도 있는 공원을 계획하다 보니 수학체험공원을 만들게 됐다”며 “영유아 또는 초등학생을 키우는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아 양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잡게 됐다”고 밝혔다.
수학체험공원의 다양한 수학 체험물들. 수학체험공원 제공
수학표 놀이공원 대전수학문화관
지난해 여름 문을 연 대전수학문화관은 융합, 탐구, 미래, 놀이 등 4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융합 1관은 대전시티투어 보드게임과 수학 실로폰 등 수학과 다른 분야가 융합된 콘텐츠로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탐구 2관은 교과서 실험실로 분수 게임, 확률 실험기, 피타고라스 회전기, 원주각 실험기 등을 통해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의 기본 원리를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미래 3관은 인공지능(AI) 이미지, 소리 인식 프로그램이나 수학적 사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보는 이매지너리 등 디지털 기술로 즐기는 수학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다. 놀이 4관은 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공간이다. 초입방체를 경험할 수 있는 정글짐, 그래프 미끄럼틀, 입체 비누막 놀이 등 몸으로 놀면서 수학을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동산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토요일에 운영하는 ‘가족소통 수학교실’에 참여할 수 있다. 초·중생이라면 방학마다 운영하는 ‘수학체험캠프’에 참여해 수학을 집중 체험해볼 수 있다. 수학 공부법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수학 클리닉’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주말 가족 나들이 명소 경남수학문화관
창원에 위치하고 있는 경남수학문화관은 수북카페, 체험탐구관, 수학어드벤처관 등을 갖춘 대규모의 수학 체험관이다. 수북카페에선 수학 공예 작품을 감상하면서 수학에 대한 오래된 고서와 많은 수학 도서를 읽어볼 수 있다. 수학어드벤처관에선 사각바퀴 자전거, 이차곡선 탈출 미션, 팽이의자 등 흥미진진한 몸놀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체험탐구관에는 다양한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전시물들이 즐비하다.
주말에는 다양한 가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의 주말 가족 나들이 명소로 인기가 높다. 초·중생을 둔 가족을 대상으로 수학문화관 투어도 하면서 수학탐구활동과 보드게임 등을 하는 ‘가족 주말 수학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하는 ‘가족 주말 SW데이’가 인기다.
경남수학문화관의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 소프트웨어 데이’의 체험활동 모습. 경남수학문화관 제공
여행객들도 들르는 제주수학체험관
제주 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제주도 여행 가족이거나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는 어린이 가족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루 3차례 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매스봇, 착시 회전기, 대수 블록, 다면체 거울, 피타고라스 음계, 점프 미로 등 50여종의 체험물이 마련돼 있다. 체험물 또는 전시물마다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도 있고,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상대로 수학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학 중에는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수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 단위로 수학 교구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제주수학체험관의 체험물들을 온라인에서도 즐기면서 관련된 수학 개념도 알려주는 수학체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제주수학체험관 쪽은 “다음달부터는 한달에 한번 해설이 있는 수학체험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