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 인근 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교육 공약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경쟁과 성적 차별, 공정 등 주제를 놓고 후보들은 각자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월간 좋은교사는 1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대 대선 교육공약 국민 100인 현장 평가 컨퍼런스’를 열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 책임자를 초청해 공약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애초 각 당 대선후보의 교육공약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날 컨퍼런스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 책임자들만 나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쪽은 “사전 답변으로 평가를 부탁드린다”며 참석하지 않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틀 전 유세차량 내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로 캠프활동이 중단되면서 사전 답변으로 대체했다.
앞서 행사 전 사교육걱정 등은 각 후보들에게 12개 항목에 대한 질문을 보내 서면으로 대략적인 답변을 받았다. 공교육 체계 안에서의 책임 교육 실현 대책, 성적 차별 불공정 해소 정책, 사교육 경쟁 해소 정책 등이 질문에 담겨 있었다. 이날 각 캠프 공약책임자들은 컨퍼런스에 참여해 각 후보의 교육 공약을 발표했다.
후보들이 보내온 사전 답변을 보면, 윤석열 후보는 경쟁화·서열화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학의 서열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우리의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윤 후보는 다만 4차 산업혁명시대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핵심 역량인 만큼, 대학의 학과 특성과 교육성과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선,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교육 불신이 큰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에 대해서도 “극단적 평준화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수월성도 추구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비쳤다.
이재명 후보는 고교학점제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기존 정책에 대해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일부 선을 그었다. 사교육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앞선 정부들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과오를 해소하는데 주력했지만, 단기적 대책에는 집중하지 못해 사교육비가 늘어났다. 뼈아픈 지점”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에 “교육부 산하에 ‘사교육대책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사교육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학 입시에서 ‘부모찬스’의 수시를 전면 폐지하고, 수능과 내신으로 평가하는 정시전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울러 기존에 만 6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방식의 학제를 개편해 만 3세 입학, 유치원 2년→초등 5년→중등 5년→진로탐색학교 혹은 직업학교 2년→대학 4년 혹은 취업의 방식으로 학제를 개편하겠다고 제안했다.
심상정 후보는 줄세우기 상대평가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전 과목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등 학생 성장을 돕는 평가방식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사교육 문제에 관해 공교육과 입시 사교육 모두 과도한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학원은 학교교과 교습학원과 교습소, 개인과외 교습자를 포함해 ‘일요휴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문가·학부모·청년 패널과 시민 113명 평가단은 후보 공약과 사전답변을 바탕으로 토론·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재명 후보 쪽 관계자로 나온 박백범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시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에 대해 “여전히 수시 비율이 높은 대학들이 있는 부분을 고려한 한시적 조치이며, 고교학점제가 완성되는 2028년부터는 기존 대입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할 것”이라도 답했다.
심상정 후보 측의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방거점 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이 사립대로도 확대해야 하지 않겠냐는 시민평가단의 지적에 “학생 수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균등하게 지원해 대학들을 상향 발전시킨다는 정부 신호만 확실하다면, 주요 사립대를 포함해 많은 사립대들이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고 현장에 참석한 시민평가단은 교육 정책에 대해 직접 평가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으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고등학생 김경훈(17)군은 “학생으로서 보면서 답답한 게 사실이었다. (공약들이) 몇년 뒤 전문성 기구로 이야기하겠다고 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학부모 김영란 씨는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교육의 어려움이 너무 커서 코로나 시국에도 현장에 왔다. 마음이 많이 무거웠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약들이 실현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시민평가단은 이날 후보들의 답변을 토대로 직접 공약의 타당성, 구체성, 실현가능성 등을 검증하고 평가하게 된다. 사걱세 등은 평가 결과를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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