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내가 건성으로 노는지 진심으로 노는지 금세 알아차린다. 그래서 단 5분이라도 아이와의 놀이에 집중하려 했다.
<아빠 어디 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까지, 지난 10년간 등장했던 육아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누리며 국민들의 육아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 나 역시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육아 영상을 보며 늘 좋은 감정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텔레비전 속 연예인 아빠는 아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다. 그런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1시간30분씩 출퇴근을 하고, 심심찮게 야근하는 내 모습과는 사뭇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돈 많고, 시간 많으면 저 아빠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참 하고 나서야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그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보다는 외부 환경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맹목적인 비교는 육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육아법을 찾기 시작했다.
적은 시간에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육아법은 자연스럽게 놀이와 연결되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놀이에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아빠 놀이’를 검색하니 집에서 아빠가 할 수 있는 수많은 놀이가 나왔다. ‘아빠 로봇 놀이’, ‘거미줄 탈출 놀이’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아이에게 소개했다. 아이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그런 아이를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주말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놀이터에서는 괴물로 변신해 아이를 잡으러 다니고 풀밭에서는 파브르가 되어 함께 곤충을 잡았다. 근처 작은 산에 오를 때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숨겨 보물찾기 놀이를 했다. 집에만 있다 보면 자꾸만 눕고 싶어지고, 휴대폰을 만지려 하는데 밖에 나가면 그럴 일이 없었다. 특히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아내가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아이는 내가 건성으로 노는지 진심으로 노는지 금세 알아차린다. 그래서 단 5분이라도 아이와의 놀이에 집중하려 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텔레비전이나 게임보다(가끔은 엄마보다 더) 아빠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도 아빠 마음을 잘 이해해준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의 질이다. 그 중심에 놀이가 있다. 글·사진 최현욱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