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18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학 잘 보내려면 학생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수시랑 정시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아야 하잖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이가 할 수 있는 대외 활동도 많이 위축돼 고민이 더 많죠. 선배 학부모들이 ‘고1 올라가면 시간이 쏜살같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데….”
예비 고1 딸을 둔 학부모 정선경씨의 말이다. 딸이 곧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아이가 ‘중학교 4학년’ 마음가짐으로 고교 생활을 시작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다”고 하는 입시 정책이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면 대입 준비는 수월해진다. 예비 고1 학생들이 알아 두어야 할 2025학년도 대입 관련 내용을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과 함께 살펴봤다.
입시의 기본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오는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예비 고1의 학생부 기재 사항 및 대입 반영 항목 등은 현재 고1(예비 고2)과는 같지만 고2(예비 고3)와는 또 다르다. 아이 학년에 맞는 입시 정보를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수시를 ‘홀대’하며 정시만 준비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예비 고1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도 수시모집은 중요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수시모집의 핵심은 학생부다. 한데 학생부 기재 사항 등이 예비 고1부터 꽤 달라진다. 수시모집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부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항목별 대응 방법을 충분히 알아둬야 한다.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주를 이루고 있어 탄탄한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학생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을 기반으로 한 정량평가 위주의 교과전형 비율이 증가하긴 했지만, 교과전형에서도 학생부 정성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권 대학의 경우 대부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대입을 위한 학생부 관리는 필수다.
교육부가 2019년 11월에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예비 고1 및 예비 고2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4,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 내의 활동만 반영한다.
방과 후 활동, 자율동아리, 청소년 단체 활동, 개인적으로 수행한 봉사활동, 수상 경력 등은 대입에 활용할 수 없다. 수상 경력을 학기당 1건씩 대입에 반영하고 자율동아리를 간단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한 2023학년도(현 고2)와 비교해 상당 부분이 제외됐다.
도서명과 저자를 입력해 제공했던 독서 활동도 2024학년도부터는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학생부에서 교과 활동, 종합의견,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정규), 진로 활동 정도가 대입을 위한 의미 있는 항목으로 남게 된다. 정성평가 항목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것은 정량평가가 가능한 교과 성적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수상 경력과 자율동아리, 개인 봉사활동, 독서 활동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비교과 활동에 대한 부담이 다소 적어졌다. 일과 시간을 쪼개 무리하게 대회를 준비하거나 봉사활동 시간을 지나치게 늘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운영 면에서 학교마다 차이가 큰 자율동아리 활동도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데 입시전문가들은 “비교과 활동의 영향력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활동의 가짓수가 줄어든 대신 질적인 면은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율 활동을 비롯한 교내 정규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등이 대입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예비 고1이 명심해야 할 것은 ‘교과 활동’이다. 학생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교과학습발달사항’이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은 소위 내신이라고 하는 교과 성적 부분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으로 구분한다.
수시모집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탄한 내신 성적 확보가 우선이다. 교과전형인지 학종인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입학 후 대학이 요구하는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을 만한 학업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내신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종을 비롯해 정성평가가 반영되는 전형에서는 세특 영역이 매우 중요하다. 대입에 반영되는 학생부 영역이 축소되면서 교과 활동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교사가 학생의 학업 능력 및 태도를 관찰해 기록한 세특은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18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독서를 등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 읽기의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학교 교과과정의 주제 탐구 능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책 읽기를 통해 문해력과 사고력, 어휘력 등을 쌓아 두면 교내 여러 활동에서 자연스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독서력이라는 뿌리가 튼튼하면 학생이 참여한 활동 내용을 교과 세특에 녹여낼 때 더욱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교내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예전만큼 다양한 대회를 운영하진 않겠지만 확실하게 관심 있는 분야의 대회라면 참여해볼 것을 권한다. 대입에 직접 활용하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학업 역량은 물론 주도성,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다.
현재 예비 고1이 대입을 치르는 시점에는 학종에서 자기소개서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부를 통해 충분히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연철 소장은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입시에 반영하고 안 하고를 떠나 ‘모든 항목은 연결돼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 고1이 지금 해야 할 일을 크게 두 가지다. 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을 훑어본 뒤 장기전인 대입 레이스를 위한 기초 실력 점검을 하는 것이다.
고교 1학년 동안은 ‘공통과목’을 배운다. 계열 구분 없이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 과학탐구실험 등의 과목을 학습하게 된다. 예비 고1 학생들 대부분이 국어, 수학, 영어에 중점을 두고 공부하지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도 톺아볼 것을 권한다.
통합과학이나 통합사회는 보통 학기당 4단위, 연간 8단위를 차지하고 있어 고교 1학년 내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열심히 하는 고2~고3이 되기 전에 ‘나만의 경쟁력’을 기른다는 마음으로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맛보기 한 뒤 입학하는 게 좋다. <교육방송>(EBS)의 여러 강좌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고교 입학 뒤에는 당장 3월에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게 된다. 3월24일로 예정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이 시험 한번으로 결정되는 것은 많지 않다. 한데 고1 입장에서는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의 시험이라 아이 스스로 자기 위치를 가늠하고 나름의 ‘충격’을 받는 시험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본격적인 고교 생활 전에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발견할 기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고교 2학년 때부터 학생이 선택과목을 결정해 이수한다. 예비 고1은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진로 탐색은 아이가 지망하는 대학 및 전공과 직접 맞물리기 때문에 시간이 있을 때 미리 알아보고 준비해두는 게 좋다.
수시모집 학종의 핵심은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와 전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이다. 빠른 진로·전공 탐색이 서울대 지원자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류평가를 하는 전형 또한 지원자의 자질, 역량,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학생부에 명시된 이수 과목 및 과목 성취도, 세특,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등의 내용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학종을 염두에 둔 학생이라면 예비 고1 기간부터 진로와 전공 탐색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고등학교에 올라가 어떤 과목을 이수하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입시 전반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보통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나면 진로 탐색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과제가 나온다.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면서 학생 스스로 정한 진로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음을 보여줘야 한다.
1학년 때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진로 탐색의 범위를 넓혀놔야 고3 때 확실한 대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관심 대학 및 학과 누리집에 접속해 전공 가이드북 등을 출력해 꼼꼼하게 읽어보자. 특히 같은 이름의 전공이라 할지라도 대학마다 배우는 분야와 계열, 교과과정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자. 학생이 원하는 대학과 전공이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는지 파악하면서 학생부를 관리해야 한다. 각 시도에서 운영하는 진로진학정보센터, 커리어넷, 워크넷 등 누리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