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2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함께 입학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이 따라서 저도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된 거죠. 설레면서도 막막합니다. 코로나19 시국에 입학하는 게 안쓰러우면서 걱정되고요. 뭘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도 궁금하고….”
지난주 아이와 함께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다녀온 권은혜씨의 말이다. 우리 아이의 첫번째 ‘사회생활’ 터전인 초등학교. 3월 입학식 뒤에도 챙길 것이 많지만 준비 기간인 요즘 더욱 여러 생각이 든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할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기도 하다.
1학년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잘하는 것’이 아닌 ‘잘 지내는 것’이다. 초등 1학년들의 교실살이에서는 즐겁고 건강한 학교생활, 친구들과의 관계 만들기 등 ‘잘 지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준비>를 쓴 김수현 교사와 <이서윤의 초등생활 처방전 365>를 펴낸 이서윤 교사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 전 알아둬야 하는 것들을 살펴봤다.
코로나19가 학교 현장에 가져온 여러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아침 가정에서 자가진단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등교 전 아이의 건강을 체크한 뒤 ‘건강상태 자가진단(교육부)’ 앱에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잊지 않도록 앱에서 알림 설정을 해두는 게 좋다. 학교 가기 싫어 늦잠 자기 바쁜 아이들을 깨워 보호자가 체크해줘야 하기에 등교 준비 시간을 조금 넉넉히 잡는 게 좋다.
등교한 아이들은 교문을 지나며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고, 교실에 들어간 뒤에도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체온을 수시로 확인하며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핀다. 등교 시간의 경우 학년별로 시차를 두는 경우가 많다. 등굣길에 붐비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5~6학년은 8시40분까지, 3~4학년은 9시까지, 1~2학년은 9시15분까지 등교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전면 등교가 원칙이지만 초등 1~2학년도 언제든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온라인 수업=학교에 안 간다=집에 있다=자거나 놀아도 된다’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아이와 대화하며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맥락 등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게 좋다.
2021년 3월2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함께 입학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교실은 물론 학교 모든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수업 시간 40분 동안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마스크는 종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코에 밀착시키고 턱을 감싸는 등 아이에게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충분히 알려주도록 하자. 학교 화장실에서도 씻을 때 외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일러주자.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므로 혹시 머리가 아프거나 숨이 가쁜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에게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알려주자.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많은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쑥스러운 아이들이 많다.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담임교사는 아이가 복도에서 혼자 편히 숨을 쉬고 올 수 있도록 안내한다.
초등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1학년이 된 뒤 의외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대소변 뒤처리하기, 우유갑 따기, 스스로 밥 먹기 등 생활습관 부분”이라고 말한다. 평소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라도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서는 긴장 탓에 실수할 수도 있다.
교실에서 실수할 경우 담임교사가 상황을 잘 넘어가게 해주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3월 입학식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아이가 스스로 뒤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배변습관 점검 등을 해볼 것을 권한다. 혹시 많이 걱정되는 보호자들은 아이 책가방에 여벌 옷을 준비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1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점퍼 등을 옷걸이에 걸거나 단추와 지퍼 잠그는 것을 어려워한다. 지금까지 유치원과 가정에서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도와주거나 대신 해줬지만, 초등학생이 된 뒤에는 스스로 외투를 벗고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게 좋다. 단추 끼우고 풀어보기, 지퍼 채우고 올리기, 옷걸이에 외투 거는 방법, 뒤집힌 소매를 바로 펴거나 손 씻기 전에 두번 접어보기, 간단하게 옷 개는 법 등 어른들에게는 사소해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생소한 생활습관들을 몇번씩 반복하며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좋다.
3월 첫 등교를 앞두고 아이가 모든 걸 다 갖춘 뒤 입학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여유가 있다. 아이가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수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3월 한달 정도는 운동장, 음악실, 과학실 등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신발장에 실내화 넣는 법 등 기초 생활에 대해 차근차근 배우게 된다. 아이들에게 학교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실내화, 연필, 필통, 책가방 등 기본적인 학용품은 준비해야 하지만 공책과 색종이, 물감, 색연필 등은 초등학교 입학 뒤에 마련하는 게 좋다. 입학 뒤 담임교사가 우리 반은 몇칸짜리 공책을 쓰는지, 몇가지 색이 들어 있는 색연필이 필요한지 등을 공지한 뒤 보호자들이 마련할 시간을 준다.
3월 한달 정도는 아이가 하교한 뒤 안내장을 꼭 확인하도록 하자. 입학 뒤 일주일 동안 학교에서 오는 안내장과 알림장 내용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담임교사의 학급운영 방법, 우유 신청, 다음날 준비물 등 다양한 안내 사항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책가방은 보호자가 일방적으로 챙겨주지 말고, 아이와 안내장 및 알림장 내용을 함께 확인한 뒤 스스로 챙겨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아이가 책가방 챙기는 것을 도와주고 연필을 깎고 필통을 정리하면서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눌 수 있다. 보호자가 아이의 등교 준비 모습을 칭찬해주면서 자기 주도적인 생활습관도 들일 수 있다.
2021년 3월2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온라인으로 학부모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관리하는 습관도 만들어주자. ‘잃어버리면 하나 더 사주지 뭐’라는 생각은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된다. 소유의 개념을 알려주며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보관·정리하는 습관을 꼭 만들어주자. 학용품이나 실내화 등의 디자인이 같으면 다른 친구의 물건과 바뀌거나 헷갈릴 수 있으므로 아이가 자기 이름과 학년, 반, 번호 등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
학용품 관리 습관과 정리정돈 습관은 함께 간다. 책가방을 싸거나 알림장 확인하기, 물감, 크레파스, 필통 등을 정리하는 연습도 처음에는 보호자가 같이 해주면 좋다. 칸이 나뉜 가방과 필통을 마련하거나 물건이 놓일 자리에 물품 이름을 써 붙여놓는 방식 등으로 정리정돈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다.
놀이가 끝난 뒤에는 아이가 반드시 책과 장난감 등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자. “빨리 치워!”보다는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거나 눈에 보이는 상황을 묘사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로봇은 갈색 상자에 담아두고, 그림책은 책장 두번째 칸에 꽂아둘까?”라는 식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며 정리정돈 활동에 참여시키자.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1학년도 ‘줌’(화상 수업 플랫폼) 수업 등 온라인 등교를 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는 휴대폰보다는 태블릿이 낫고, 태블릿보다는 노트북이 학습하기에 적합하다.
경제 사정이나 다자녀 가정 등의 상황으로 학습 기기를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학교와 교육청 등에서 학기 초에 기기 지원 신청을 받을 때 신청하면 된다. 노트북 기기 지원 신청 등은 담임교사가 비밀리에 받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알려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학기 초에는 아이에게 온라인 교실에 로그인하는 방법 등 기본적인 노트북 조작법을 알려줘야 한다. 자동 로그인을 설정해두는 등 아이가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 접속할 때의 단계를 간소화시켜주길 권한다. 아이 입장에서 노트북의 전원을 누르는 순간 등교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화상으로 조례와 종례 등도 진행하기 때문에 3월 한달 동안은 기기 사용에 익숙해지게끔 보호자들이 도와주자. 담임교사가 줌을 통해 수업을 직접 할 수도 있고 <교육방송> 온라인 클래스를 들을 수도 있다. 교사가 온라인 클래스 링크를 알려주면 해당 유아르엘(URL)을 클릭해 수업을 들으면 된다. 줌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 교사가 “교과서 20쪽을 펴세요” “어떤 과제를 해보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게 좋다.
보통 학교에서는 1년에 한번 날을 정해 학부모 공개 수업이 이뤄진다. 아이의 모든 일과를 종일 보는 게 아니라 정해진 수업만 공개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공개 수업을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