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수의 직선]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사시 10년간 중고교 출신 합격자는 단 3명뿐
이걸 근거로 ’계층 이동 사다리’ 말할 수 없어
사회적 약자 위한 특별전형과 장학금 갖춘
로스쿨이 사시보다 열린 제도라는 건 분명
사시 10년간 중고교 출신 합격자는 단 3명뿐
이걸 근거로 ’계층 이동 사다리’ 말할 수 없어
사회적 약자 위한 특별전형과 장학금 갖춘
로스쿨이 사시보다 열린 제도라는 건 분명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24일 오전 서울대 로스쿨에서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지만 고소득층 학생 비율이 계속 느는 건 사실
양극화가 대학까지 영향 미친다는 징표일 것
사회 전체가 머리 맞대고 근본 해결책 찾아야 ―지난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의 69%가 연소득 1억원 넘는 고소득층 자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통계가 사실이라면, 로스쿨이 사시보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더 열려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겁니까? “그 통계를 알고 있는데요, 좀 오해가 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개인정보인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정확히 알 수가 없고요, 결국 어떤 과정을 통해 알게 되냐면, 장학금 신청할 때 요구되는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라는 것을 통해서입니다. 그런데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득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재산 환산 소득’이라고 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일정 비율을 연소득으로 환산을 합니다. 예를 들면 시가 7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가구는 실제 소득과 금융소득이 전혀 없더라도 연소득 1억원으로 간주가 됩니다. 그 통계는 이런 함정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로스쿨 신입생 가운데 소득이 높은 8~10분위 학생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받은 등록금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와 1~6분위 학생 숫자가 줄어드니까 7~8분위 학생들 또는 고소득으로 분류되는 9~10분위 학생들에게도 장학금 혜택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물론 9~10분위 학생도 실제로는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장학금 신청 비율로 보면 1~8분위 학생들이 조금씩 감소하는 현상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추세는 서울대 등 주요 명문대 학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들었고요, 이는 자본주의의 위기로서 사회 양극화가 대학 그리고 로스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표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이 문제는 상당히 우려스런 일이지만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방안을 찾아 나가야지, 로스쿨 제도 개편 특히 사시 부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사시 부활은 오히려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많은 이들이, 특히 젊은 세대는 사법시험만큼 뚜렷한 정량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로스쿨 입시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듯 합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보다 정시 선호 여론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로스쿨 입시방식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어떻게 해소해나갈 생각이십니까? “그런 불신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요, 현실을 말씀드리자면 결국 서류심사하고 면접 두 가지가 입학 전형의 핵심인데, 면접은 외부위원도 위촉해서 완전히 ‘무자료 블라인드 면접’을 합니다. 서류심사 관련해서도 학생 개인정보 그러니까 학생의 나이·출신학교·성별 이런 부분을 완전히 블라인드로 해서 진행하고 있고요, 부모 직업이나 재산 상태를 기재하면 실격 처리합니다. 그래서 서류심사 과정에선 성별도 알 수가 없습니다. 입시 때마다 저희도 남녀 비율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긴 한데, 전형이 끝나고 보면 대개 60 대 40 또는 55 대 45 정도로 매년 나타나더군요. 인위적으로 조절한 게 아니라 완전 블라인드로 뽑았는데 그렇게 되는 겁니다.
입학 사정에서 정량적 요소의 핵심은 학점과 리트(Leet, 법학적성시험) 성적인데, 그 비중이 2016년 이후로 교육부의 공정성 강화 정책에 의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면접과 서류심사 등에서 정성적 요소의 비중은 굉장히 낮아졌고요, 그래서 결국 학부 성적과 리트가 로스쿨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외부에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사실은 로스쿨 입시생들이 인터넷사이트에서 자기 학점과 리트 성적을 갖고 (로스쿨 당락을) 예측할 수 있고, 그게 실제 결과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로스쿨 준비생들 사이에선 이제 입시 공정성에 대한 이의 제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학점 잘 따고 리트 잘 보는 학생이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는 거니까, 결국 일률적인 모범생들로 로스쿨이 채워지는 거니까, 그게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우려를 저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성 평가 비율을 좀 높여달라는 요구를 교육부에 하기도 했지만 워낙 입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중시되다 보니까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질 않죠. 사회적으론 객관성·공정성뿐 아니라 다양성의 요구도 분명히 있을 텐데, 현실적으론 다양성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으니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입니다.”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 등을 직간접으로 기재해서 탈락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까? 어느 정도나 됩니까? “부모 직업 기재를 금지한 후로 서울대에서는 위반 사례가 없었습니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해 자질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게 목적인데, 실제로는 변시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변시에 포함되지 않는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등은 외면당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개선해야 합니까? “모든 로스쿨이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변시 과목이 변호사가 되기 위한 기본 과목이니까 그걸 충실히 공부하는 건 필요한 거고요, 다만 변시와 거리가 먼 기초법학이 등한시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기초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굉장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대 로스쿨은 법철학 등 기초법학을 선택적 필수과목으로 정해서 이 중에서 한 과목은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전공 인증제’라고 해서 특정 전공분야에서 몇 과목 이상 들으면 인증을 주는 방식으로 변시 과목 집중을 완화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변시 과목으로 집중되는 근복적인 이유는, 변시가 자격시험이 아니라 선발시험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로스쿨의 2021년 변시 합격률이 54%에 불과하니까 학생들이 변시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듣는 현상이 심해지는 겁니다.” 변시 합격률 87%에서 54%까지 떨어져
이렇게 선발시험화하면 로스쿨 취지 무너진다
변호사 숫자 지금보다 좀더 늘어도 괜찮아
합격률 높이면 다양한 배경의 변호사 나올 것 ―로스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사법시험 제도에선 특권적 위치에 있던 법조인이 로스쿨 제도에선 의사나 회계사처럼 시민을 돕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러려면 변시 합격자 숫자를 크게 늘려서 시민들이 변호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텐데, 변시가 과거 사시와 같은 선발시험이 된다면 그런 취지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로스쿨 도입 취지는 변호사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는 법률 서비스, 그러니까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2012년 87%이던 전국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이 2021년엔 54%로 떨어져서, 변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상황이죠. 로스쿨 취지에 부합하려면, 변시가 지금과 같은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에 변호사 수가 늘어나서 지금 3만1천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로스쿨 출신이 1만6천명 정도입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강화됐고, 그래서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자세가 예전보다 훨씬 성실해지고 전통적인 송무 이외의 영역으로 진출도 활발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점에선 로스쿨 도입 취지가 잘 실현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변호사 업계는 오히려 변호사 수가 과도하게 늘어난다며 반발이 심합니다. 올 봄엔 대한변협이 변시 합격자의 실무연수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한변협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죠. 하지만 변호사 직역을 확대하고 법률 서비스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서 어쨌든 지금보다 변호사 숫자는 좀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고, 법조계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인 건 분명하니까요. 가령 법원에 재판연구원 제도가 있는데 1년에 100명씩 선발해서 3년간 운용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법관 1인당 맡는 사건과 근무시간이 너무 과중한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재판연구원을 대폭 늘려서 국민이 더 나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국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 시장이 붕괴할 정도로 숫자가 늘어나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지금보다 좀더 늘어난다고 해서 변호사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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