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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법시험 부활하면 개천에서 용날 거란 생각, 착각이다”

등록 2021-12-29 04:59수정 2021-12-29 08:43

[박찬수의 직선]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사시 10년간 중고교 출신 합격자는 단 3명뿐
이걸 근거로 ’계층 이동 사다리’ 말할 수 없어
사회적 약자 위한 특별전형과 장학금 갖춘
로스쿨이 사시보다 열린 제도라는 건 분명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24일 오전 서울대 로스쿨에서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24일 오전 서울대 로스쿨에서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사법시험 부활 요구가 거세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가장 분명하게 “집권하면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시에 준하는 자격시험 부활을 약속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로스쿨은 그냥 두고 일부만 사법시험을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꼭 정치인들의 공약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로스쿨이 돈 많고 집안 좋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이고, 개천에서 용 나는 ‘사시 신화’가 더는 나올 수 없다는 비판이 우리 사회에 무성하다. 정말 그런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장인 한기정 교수를 만나 로스쿨을 향한 수많은 비판에 관해 물었다. 한기정 원장은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의 협의기구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로스쿨 학비는 1년에 평균 1500만원, 3년이면 5천만원 가까이 됩니다. 학부에서 로스쿨에 가려고 준비하는 사교육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로스쿨 찬성 쪽에선 “폭넓은 장학금 제도가 있어 ‘귀족학교’ 비판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장학금 제도를 확대해도 대학을 못 다닐 정도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결국 그림의 떡이다, 과거처럼 중고교만 나오고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사례는 나올 수 없다 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비가 상당하다는 부분엔 동의합니다. 다만 학비가 비싼 이유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고, 의학전문대학원이나 경영전문대학원과 비교하면 많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과거처럼 사시를 준비하면 로스쿨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냐, 그건 그렇지가 않거든요, 2009년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는데 2000년대의 사시 환경은 육법전서랑 법서 몇 권 들고 절에 들어가서 공부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으로 크게 변모했습니다. 사시 경쟁이 워낙 격화되다 보니까 변별을 위해 1차 객관식 시험에선 8지 선다형 문제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고비용의 학원을 수강하며 장기간 수험생활을 하지 않으면 사시 합격이 어려웠습니다. 사시와 로스쿨 두 제도의 비용을 비교하면, 사시가 더 많이 든다는 건 통계로도 나옵니다. 반면에 로스쿨 장학금 제도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편입니다. 장학금을 로스쿨 자율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고 교육부 기준이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 기준으로 1~3분위 학생은 100%를 주고, 4분위 90%, 5분위 80%, 6분위는 70% 이상을 지급합니다. 그러니까 경제적 배려를 받아야 할 취약계층이 로스쿨에 들어왔을 때는 학비를 아예 내지 않거나 거의 내지 않고 다닐 수가 있습니다. 과거에 중고교만 졸업하고 혼자 열심히 공부해 사시에 합격하는 사례가 있긴 했죠. 그런데 사시 합격자 통계를 보면, 2017년 사시가 마지막이었는데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중고교만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한 사람은 단 세 명뿐입니다. 그나마 2011년 이후엔 아예 없었고요.“

―대학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 중 하나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작용하는 건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훨씬 열려 있고 좋은 제도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장학금 말고도 로스쿨엔 특별전형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신입생의 7% 이상을 경제·사회·신체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하는 학생으로 뽑습니다. 모든 로스쿨이 다 똑같습니다. 장애 학생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국가유공자, 다문화가정, 농어촌 출신 학생 등을 그런 특별전형으로 선발합니다. 이건 사시엔 없는 제도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는 먼 옛날의 이야기고요, 2000년대 들어서 이미 사시는 어려서부터 교육 잘 받고 부모 지원이 확실한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시는 학원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다 감당하면서 언제 붙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한경쟁을 해야 하거든요. 그에 비하면 로스쿨은 취약계층 학생들이 변호사가 되는 데 훨씬 유리한 제도인 건 분명합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역할을 더 잘하고 있는 거죠.”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시 부활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사시에 준하는 자격시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요, 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사시 부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로스쿨 말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를 좀 제한적으로라도 열어놓자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시 일부 부활 또는 전면 부활과 관련해서는, 2017년 사시를 폐지할 때 이미 국회가 중심이 돼서 그 논쟁을 끝냈습니다. 치열한 논쟁 끝에 사시를 영구히 폐지하자, 결국 그렇게 결론이 났죠. 사시를 일부라도 존치하면 상당수 학부 재학생들이 전공 불문하고 사시 준비에 올인해 학부 교육이 황폐화될 거다, 졸업 이후에도 사시에 매달리는 ‘고시 낭인’ 현상이 심해질 거다, 이런 문제가 제기됐고요, 또 로스쿨과 사시로 법조인 선발 방식이 이원화되는 데 따른 혼란도 클 거다, 결국 이런 이유로 사시를 완전히 폐지했던 건데, 이제 일부라도 부활하면 그 문제가 다시 그대로 나타나겠죠. 로스쿨은 무력화되고 ‘고시 망국론’이 또 살아날 겁니다. 사시를 부활하면 개천에서 용이 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고요, 실제로는 나이 어리고 부모 지원을 잘 받는 명문대생들이 사시에 대거 합격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로스쿨을 가지 않아도 예비시험을 통해 변호사시험(변시)을 볼 수 있게 길을 터준 일본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일본 예비시험 합격자를 보면 도쿄대 등 명문대 출신이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소외계층의 학생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은 더 닫혀버리는 겁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장학제도와 특별전형이 있는 로스쿨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게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신입생 69%가 연소득 1억원’ 통계는 오해
하지만 고소득층 학생 비율이 계속 느는 건 사실
양극화가 대학까지 영향 미친다는 징표일 것
사회 전체가 머리 맞대고 근본 해결책 찾아야

지난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의 69%가 연소득 1억원 넘는 고소득층 자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통계가 사실이라면, 로스쿨이 사시보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더 열려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겁니까?

“그 통계를 알고 있는데요, 좀 오해가 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개인정보인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정확히 알 수가 없고요, 결국 어떤 과정을 통해 알게 되냐면, 장학금 신청할 때 요구되는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라는 것을 통해서입니다. 그런데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득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재산 환산 소득’이라고 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일정 비율을 연소득으로 환산을 합니다. 예를 들면 시가 7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가구는 실제 소득과 금융소득이 전혀 없더라도 연소득 1억원으로 간주가 됩니다. 그 통계는 이런 함정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로스쿨 신입생 가운데 소득이 높은 8~10분위 학생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받은 등록금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와 1~6분위 학생 숫자가 줄어드니까 7~8분위 학생들 또는 고소득으로 분류되는 9~10분위 학생들에게도 장학금 혜택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물론 9~10분위 학생도 실제로는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장학금 신청 비율로 보면 1~8분위 학생들이 조금씩 감소하는 현상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추세는 서울대 등 주요 명문대 학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들었고요, 이는 자본주의의 위기로서 사회 양극화가 대학 그리고 로스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표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이 문제는 상당히 우려스런 일이지만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방안을 찾아 나가야지, 로스쿨 제도 개편 특히 사시 부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사시 부활은 오히려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많은 이들이, 특히 젊은 세대는 사법시험만큼 뚜렷한 정량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로스쿨 입시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듯 합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보다 정시 선호 여론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로스쿨 입시방식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어떻게 해소해나갈 생각이십니까?

“그런 불신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요, 현실을 말씀드리자면 결국 서류심사하고 면접 두 가지가 입학 전형의 핵심인데, 면접은 외부위원도 위촉해서 완전히 ‘무자료 블라인드 면접’을 합니다. 서류심사 관련해서도 학생 개인정보 그러니까 학생의 나이·출신학교·성별 이런 부분을 완전히 블라인드로 해서 진행하고 있고요, 부모 직업이나 재산 상태를 기재하면 실격 처리합니다. 그래서 서류심사 과정에선 성별도 알 수가 없습니다. 입시 때마다 저희도 남녀 비율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긴 한데, 전형이 끝나고 보면 대개 60 대 40 또는 55 대 45 정도로 매년 나타나더군요. 인위적으로 조절한 게 아니라 완전 블라인드로 뽑았는데 그렇게 되는 겁니다.
입학 사정에서 정량적 요소의 핵심은 학점과 리트(Leet, 법학적성시험) 성적인데, 그 비중이 2016년 이후로 교육부의 공정성 강화 정책에 의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면접과 서류심사 등에서 정성적 요소의 비중은 굉장히 낮아졌고요, 그래서 결국 학부 성적과 리트가 로스쿨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외부에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사실은 로스쿨 입시생들이 인터넷사이트에서 자기 학점과 리트 성적을 갖고 (로스쿨 당락을) 예측할 수 있고, 그게 실제 결과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로스쿨 준비생들 사이에선 이제 입시 공정성에 대한 이의 제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학점 잘 따고 리트 잘 보는 학생이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는 거니까, 결국 일률적인 모범생들로 로스쿨이 채워지는 거니까, 그게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우려를 저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성 평가 비율을 좀 높여달라는 요구를 교육부에 하기도 했지만 워낙 입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중시되다 보니까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질 않죠. 사회적으론 객관성·공정성뿐 아니라 다양성의 요구도 분명히 있을 텐데, 현실적으론 다양성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으니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입니다.”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 등을 직간접으로 기재해서 탈락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까? 어느 정도나 됩니까?

“부모 직업 기재를 금지한 후로 서울대에서는 위반 사례가 없었습니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해 자질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게 목적인데, 실제로는 변시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변시에 포함되지 않는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등은 외면당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개선해야 합니까?

“모든 로스쿨이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변시 과목이 변호사가 되기 위한 기본 과목이니까 그걸 충실히 공부하는 건 필요한 거고요, 다만 변시와 거리가 먼 기초법학이 등한시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기초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굉장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대 로스쿨은 법철학 등 기초법학을 선택적 필수과목으로 정해서 이 중에서 한 과목은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전공 인증제’라고 해서 특정 전공분야에서 몇 과목 이상 들으면 인증을 주는 방식으로 변시 과목 집중을 완화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변시 과목으로 집중되는 근복적인 이유는, 변시가 자격시험이 아니라 선발시험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로스쿨의 2021년 변시 합격률이 54%에 불과하니까 학생들이 변시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듣는 현상이 심해지는 겁니다.”

변시 합격률 87%에서 54%까지 떨어져
이렇게 선발시험화하면 로스쿨 취지 무너진다
변호사 숫자 지금보다 좀더 늘어도 괜찮아
합격률 높이면 다양한 배경의 변호사 나올 것

―로스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사법시험 제도에선 특권적 위치에 있던 법조인이 로스쿨 제도에선 의사나 회계사처럼 시민을 돕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러려면 변시 합격자 숫자를 크게 늘려서 시민들이 변호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텐데, 변시가 과거 사시와 같은 선발시험이 된다면 그런 취지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로스쿨 도입 취지는 변호사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는 법률 서비스, 그러니까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2012년 87%이던 전국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이 2021년엔 54%로 떨어져서, 변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상황이죠. 로스쿨 취지에 부합하려면, 변시가 지금과 같은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에 변호사 수가 늘어나서 지금 3만1천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로스쿨 출신이 1만6천명 정도입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강화됐고, 그래서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자세가 예전보다 훨씬 성실해지고 전통적인 송무 이외의 영역으로 진출도 활발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점에선 로스쿨 도입 취지가 잘 실현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변호사 업계는 오히려 변호사 수가 과도하게 늘어난다며 반발이 심합니다. 올 봄엔 대한변협이 변시 합격자의 실무연수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한변협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죠. 하지만 변호사 직역을 확대하고 법률 서비스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서 어쨌든 지금보다 변호사 숫자는 좀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고, 법조계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인 건 분명하니까요. 가령 법원에 재판연구원 제도가 있는데 1년에 100명씩 선발해서 3년간 운용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법관 1인당 맡는 사건과 근무시간이 너무 과중한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재판연구원을 대폭 늘려서 국민이 더 나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국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 시장이 붕괴할 정도로 숫자가 늘어나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지금보다 좀더 늘어난다고 해서 변호사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진로인 법원·검찰의 판검사 임용 방식이 로스쿨 교육 내용에 역으로 영향을 끼치는 측면도 적지 않을 텐데요, 임용 제도에서 개선할 점은 어떤 게 있다고 보십니까?

“정확한 지적입니다. 법원의 재판연구원 임용을 보면 로스쿨 성적, 그 중에서도 재판 실무 과목의 성적과 선발시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검사의 경우도 로스쿨 성적, 그 중에서도 검찰 실무 과목의 성적과 선발시험 성적을 주로 보고요. 그런데 선발시험도 아주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지식을 테스트하는 측면이 굉장히 강합니다. 결국 장래성이나 잠재력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적다고 보이는데,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변시도 경쟁이 격화하다 보니까 법지식이나 기술적 부분에 대한 테스트로 자꾸 흐르고, 재판연구원과 검사 선발도 그런 쪽으로 흐르다 보니까, 결국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사유능력 이런 부분을 개발하기보다는 지식이나 기술을 암기하는 쪽으로 자꾸 가게 되고, 이것이 우리 법조계의 경쟁력이나 잠재성, 공공 마인드를 자꾸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의 장점 중 하나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을 꼽으셨는데, 과도한 경쟁 속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이들이 바로 특별전형 학생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변시 합격률을 보면, 특별전형 입학생의 합격률이 일반전형보다 다소 낮은 건 사실입니다. 변시 초기엔 특별전형 입학생도 많이 합격했는데, 변시 합격률 자체가 낮아지면서 특별전형 학생들의 합격률이 일반전형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특별전형은 로스쿨이 계층간 사다리 역할을 하고 사회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주자는 측면에서 도입한 것이니까 굉장히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하고요, 변시 합격률이 낮다고 이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변시를 원래 취지대로 자격시험화하면 합격률이 올라가면서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변시 합격률이 좀더 올라가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법조인이 증가하는 게 우리 사회 전체엔 훨씬 건강하고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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