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이라는 허들을 뛰어넘은 기쁨도 잠시, ‘취업’이라는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들은 ‘대입보다 취업이 더 어려웠다’고 느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555명을 상대로 ‘대입 대 취업, 어떤 게 더 어렵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4%가 ‘취업이 더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지나친 고스펙 경쟁이 치열했다’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학 성적, 자격증 등 스펙 쌓기가 너무 힘들었다’ 등의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대학 졸업유예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취업 사교육비로 쓰는 비용도 수백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립대학교는 학생의 취업과 진로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교의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2년 전 개소한 ‘학생미래지원센터’는 학생의 욕구와 필요에 맞춤한 취업·진로 프로그램을 24개(세부적으로는 160개) 제공하고 있다. 진로검사부터 동문 멘토링, 인턴 직무 체험, 일대일 면접, 이력서·자기소개서 첨삭까지, 취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풀코스’로 지원한다. 그야말로 학교가 ‘취업 사교육’을 무료로 다 제공하는 셈이다. 학생미래지원센터는 기업 선배들의 강의나 멘토링이 주말에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말에도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 프로그램들은 신청 경쟁률이 뜨겁다.
지난 17일 서울시립대학교 구자용 학생처장(사진·환경공학부 교수)을 만나 서울시립대만의 취업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취업 프로그램이 ‘역량강화 트랙’과 ‘자기주도형 트랙’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 트랙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신의 진로 찾기부터 직무탐색 및 직무체험을 거쳐 대기업 필기고사와 면접 준비까지 차근차근 취업 준비 코스를 밟고 싶은 사람은 ‘역량강화 트랙’을 선택하면 된다. 역량함양-진로설계-직무탐색-직무심화-실전 취업역량 강화-재도전 지원 등 6단계로 이뤄진 역량강화 트랙은 각 단계별로도 각종 검사·상담·멘토링·강의·실습 등으로 구성돼 있어, 취업으로 가는 모든 단계를 빈틈없이 채워준다. 하지만 이렇게 학교가 준비한 코스를 밟아나가는 것보다 자기주도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싶은 학생은 ‘자기주도형 트랙’을 밟으면 된다. 이는 ‘인플루언서 코스’ ‘미리 인턴 코스’ ‘마이셀프성공 코스’ ‘스토리텔러 코스’ 등 네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자기주도형 트랙의 네가지 코스들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인플루언서 코스’는 학생들이 1년간 다양한 진로취업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영상과 홍보물을 제작하고 홍보채널을 운영하면서 각 프로그램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린다. ‘미리 인턴 코스’는 직무그룹별로 미리 인턴을 체험해보는 코스로, 현직 직무멘토와 과제 기반으로 5주간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마이셀프성공 코스’는 개별 학생들의 취업지원계획서를 바탕으로 일대일 실전 취업 지원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스토리텔러 코스’는 학생 참여형 공모전을 통해 자기주도형 스토리텔링 역량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취업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경험을 통해 4년간의 대학생활을 실질적으로 스펙화하는 기회를 갖는다.”
-역량강화 트랙은 6단계를 순서대로 쭉 밟아가야 하는가?
“학생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하면 된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보고 싶다’면 3단계의 ‘취업 치얼업 동문멘토링’부터 시작하면 된다. 또 이 많은 프로그램 중에 어떤 게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자기주도형 트랙의 ‘인플루언서 코스’를 밟은 뒤 역량강화 트랙을 밟아도 된다. 내가 만약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두 트랙의 모든 코스를 다 활용하고 싶다. 개별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서로 오버랩되는 부분이 없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몇 학년 때부터 참여하면 좋은가?
“모든 프로그램은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희망 진로와 진로취업 성숙도를 고려해 고르면 된다. 하지만 선택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단계와 코스를 학년과 성숙도에 따라 구분해놓기는 했다. 저학년의 경우 역량강화 트랙에서는 1∼2단계를 밟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하면 좋을 것 같고, 자기주도형 트랙에서는 인플루언서 코스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서울시립대 교내 커피숍에서 학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립대 제공
-총 24개 프로그램 중 서울시립대에만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네버기브업 프로젝트’와 ‘마이셀프성공 코스’다. ‘네버기브업 프로젝트’는 코로나 확산과 장기화된 취업난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학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자존감 향상 특강, 체험을 통한 힐링, 자기 이해를 돕기 위한 심리검사 및 코칭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 안팎의 심리전문가들을 연결해 심리적 지지 체계를 얻도록 돕는다. ‘마이셀프성공 코스’는 학생이 스스로 작성한 취업준비계획서를 바탕으로 취업역량개발팀과 학생이 한팀이 되어 약 6개월간 취업 성공을 향해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학생 맞춤의 강의와 콘텐츠, 교재 및 첨삭 서비스까지 받게 되는데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서울시립대의 취업률은 어떠한가?
“지난해 공시된 서울시립대 취업률은 70%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인 63.4%보다 약 6.6%포인트 높은 편이며, 서울시 소재 주요 대학(대학알리미 공시자료 기준 서울시내 졸업자 수 1500명 이상 4년제 대학) 내 순위는 8위다. 그중 자연계열 취업률은 70.2%로, 서울 주요 대학 2위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취업의 질과 직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유지취업률(취업자의 취업 유지 여부를 3개월 단위로 측정)은 92%로 서울시 소재 대학 중 상위권이다.”
-진로와 취업을 통합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올해 3월 학생의 입학부터 졸업, 진학, 취업까지 학생 활동의 과정과 성과를 연결해 교과, 비교과의 종합적인 관리를 지원하는 ‘유오스토리(UOStory)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오픈했다. 서울시립대 재학생·휴학생·졸업생 누구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시스템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진단검사와 진로정보 등을 통해 진로설정을 할 수 있으며, 채용정보, 필기고사 대비 온라인 강의, 모의고사, 온라인 멘토링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학생 스스로 역량개발 이력을 정리하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해보는 등 자신의 포트폴리오 설계도 가능하다. 워크넷 등 외부의 취업포털 정보가 연계되어 있어 다양한 취업정보 확인이 가능하며, 학생들이 개별 이용 시 비용 부담이 생기는 취업 유료 콘텐츠 또한 학교가 비용을 지원해 무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취업을 지원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졸업을 할 때, 밝은 모습으로 졸업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분기점은 취업 여부다. 취업이 대학생활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학생활의 중요한 결과물이자 ‘선물’이다. 졸업생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 역시 취업 여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중요한 교육 목표 중 하나로서, 학생들의 취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됐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특강을 듣고 있다. 서울시립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