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생명과학Ⅱ 20번 출제 오류의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출제 오류와 관련해 ‘기존 정답 5번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닷새 만에 사과했다. 교육부는 20일 오전 교육당국 최고수장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사과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간부의 입을 빌려 사과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오후 늦게서야 “적절한 계기에 교육부 장관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모두 정답 처리’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수험생에 대한 피해 구제도 없을 것으로 보여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민식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이날 오전 열린 교육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15일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법원 판결과 수시 전형 일정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느꼈을 불편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장관 차원의 사과는 없냐’는 질문에 홍 정책관은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질문이 잇따랐지만 1시간 가량 이어진 브리핑에서 장관 차원의 사과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는 브리핑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오늘 브리핑에서 수능 관련 ‘송구스럽다’는 발표는 교육부 입장이며, 당연히 교육부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향후에도 장관 차원의 사과는 없을 것이며, 유 장관 역시 국장선에서 수능 관련 사과를 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5조를 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수능 문제 출제와 채점 등을 위탁한 주체는 교육부장관이다. 출제 오류의 1차적인 책임은 평가원이 지되, 교육부는 위탁기관으로써 지휘감독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교육부 장관이 사실상 침묵하는 것에 대해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장관 차원의 입장문을 내는 등 얼마든지 직접 나설 수 있음에도 국장선에서 사과하고 마무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5시께가 되어서야 “적절한 계기에 교육부 장관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추가로 밝혔다.
기존 정답 5번을 맞춘 학생들에 대한 피해 구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훈희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원의 정답 효력 정지로 지난 10일) 생명과학Ⅱ 답안이 공란으로 나갔기 때문에 실제로 생명과학Ⅱ 답안은 한번만 나간 것”이라며 “법률상 구제할 수 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모두 정답 처리’로 평가원이 재채점한 결과 생명과학Ⅱ 표준점수 최고점은 69점에서 68점으로 떨어지고 1등급은 40명, 2등급은 79명이 줄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기존 정답’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은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교육부는 이날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출제 오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출제·검토 기간 및 인원, 문항 검토 방식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의심사의 객관성·투명성·독립성을 제고해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의심사 기간, 자문학회 범위·수, 외부전문가 자문 등 이의제기 심사방법 및 기준, 이의심사위원회 구성·운영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개선안은 내년 2월까지 마련해 내년 3월 2023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 포함해 발표·적용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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