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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법이 허락한 교육격차…과학고 과밀반 0%, 일반고는 ‘콩나물’

등록 2021-12-18 08:58수정 2021-12-18 20:37

[한겨레S] 기획
20명 교실혁명 ③ 법이 허락한 교육격차

초·중·고 네 학급 중 하나 과밀
영재학교는 20년째 ‘20명 이하’
“20명 넘으면 영재교육 차질 우려”
교육 환경이 ‘일부 특권’ 돼선 안돼
올해 오이시디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중하위권이다. 일반고는 전국 23.5%가 과밀 학급이다. 사진은 시험을 치르는 중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해 오이시디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중하위권이다. 일반고는 전국 23.5%가 과밀 학급이다. 사진은 시험을 치르는 중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어쩌면 20년 된 차별인지 모른다. 교육 환경이 다른 것은, 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 다른 것은 차별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관계법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명시한 법은 두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유치원 4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6인, 고등학교 7인의 상한선을 두었다. 장애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다.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은 영재학교, 영재학급, 영재교육원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인 이하로 못박았다. 한 교실에 20명을 넘지 않아야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보통의 학교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급당 학생 수를 교육감이 정한다고만 되어 있다. 그래서 영재학교나 영재학급과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은 20명이 훌쩍 넘는 교실에서 공부한다.

만약 영재교육에서 20명이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육부에 문의해보니 “아무래도 교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일반 학교에서는 그런 차질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20명 교실’이 특혜 아닌 보편으로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은 2002년 4월에 제정됐다. 약 20년 전으로, 이때부터 과학고에는 20명 상한선이 있었다. 당시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34.9명, 중학교 36.7명, 일반고 34.7명이었다. 학급당 20명 넘는 학급이 초등학교 88.4%, 중학교 96.4%로 대부분이던 시기에 영재학교는 20명이 넘지 않도록 했다.

학급당 학생 수 개선 효과는 자명하다. 선생님과 학생은 한번이라도 더 소통하고 개별 지도를 할 수 있다. 학생과 눈을 마주치며 가르치는 맞춤교육 환경이 조성된다. 수업 분위기는 좋아지고, 학생들의 일탈 행동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챙겨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충분히 느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맞벌이 등으로 자녀 공부를 봐줄 수 없는 가정은 누군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챙겨줄 수 있는 경우에도 학습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속 터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학습결손이나 사회성 부족에 대한 염려는 그 결정체다.

코로나19의 교훈이 하나 더 있다. 이른바 ‘작은 학교’는 매일 등교가 가능했다. 교육부의 등교 원칙에 따라 다른 학교가 3분의 1이나 3분의 2 등 ‘퐁당퐁당 등교’를 할 때, 소규모 학교는 매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밀집도 완화의 힘이다. 이렇게 학급당 학생 수가 적으면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학급당 학생 수를 살펴 보면 초등학교는 21.5명, 중학교는 25.4명이다. 일반고는 23.9명이고, 과학고는 16.4명이다. 일반고가 과학고보다 1.5배 더 ‘콩나물’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하는 교육통계의 학급당 학생 수는 전국 평균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 콩나물 교실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농산어촌은 학급당 학생 수가 적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구도심은 학생 수가 적고, 택지개발 지역은 많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하나 더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과밀학급 비율이 그것이다. 전국 초·중·고에서 학생 수 28명 이상인 학급은 5만4050학급이다. 전체 가운데 23.2%로, 네 학급 중 하나는 과밀이라는 뜻이다. 초·중·고 중에서는 중학교가 46.0%로 비율이 가장 높다. 둘 중 하나가 과밀학급이다. 고등학교는 19.9%, 초등학교는 14.9%다. 고등학교 내에서는 일반고의 과밀학급 비율이 23.5%다. 과학고는 0%로, 과밀학급이 없다. 대신 20명 이하 학급이 90.5% 절대다수를 점한다.

시도별로는 경기도에 과밀학급이 가장 많다. 초·중·고 학급의 40.1%가 과밀학급이다. 다음은 제주, 충남, 인천, 경남 순이다. 과밀학급이 많다는 건 교실 내 밀집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전면등교를 한 상황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밀학급에 대한 기준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학교를 통폐합하기 위한 소규모 학교 기준은 있었지만, 과밀학급에 대한 전국적인 기준은 없었다. 기준의 유무는 교육정책의 방향과도 연관 있다. 소규모 학교 기준이 있었다는 것은 학교 통폐합을 추진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과밀학급 기준이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과밀학급 해소 정책이 없었다고 읽을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7월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추진하며 28명 이상 과밀학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학급당 학생 수 현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재정 소요, 교원 수급,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기준을 정해 과밀학급 해소에 나섰다는 점은 의미 있다. 하지만 영재교육 분야에서 교육을 잘 시키기 위해 이미 20년 전에 20명으로 정한 것에 비하면 아쉽다.

‘라떼’보다 나아졌다는 착각

학교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태도 중에 ‘라떼는’ 시각이 있다. 1980년, 초등학교 1만706학급에서 2부제를 했다. 1985년,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61.7명이었다. 지금의 40대 후반 이상 세대는 한 학급에 50~60명 넘는 콩나물 교실과 2부제를 겪었다. 60명 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평균 25명 교실에서 공부하니 많이 좋아졌다고 느낄 법하다. 하지만 이는 현재 다른 교육 선진국의 현황을 외면한 착시일 뿐이다.

올해 오이시디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중하위권이다. 30개 국가 중에서 한국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24번째다.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적은 국가는 초등학교 16.0명, 중학교 16.2명이다. 상위 10개국 평균은 각각 17.8명과 19.2명이다. 한국이 교육 선진국을 꿈꾼다면, 학급당 학생 수부터 챙겨야 한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착시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학생 수 감소의 시대다. 예전에는 한 학년이 전국 6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40만명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명이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 학급당 학생 수가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반대 상황도 있었다. 학생 줄어든다고 학급을 감축한 것이다. 2014년 이후 5년 동안 중학교 4771학급이 줄었다. 이러면 학급당 학생 수가 개선될 수 없다.

전면등교가 시작되면서 많은 자녀들이 20명 넘는 학급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학고만큼 좋은 교육 여건을 일반고에 조성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학생 수 감소를 기회 삼아 의식적으로 중장기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학급당 학생 수 개선의 경험은 소수의 자녀들만 누리는 ‘특권’이 되고 만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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