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학원 방역패스제 적용에 따른 학원단체 의견 청취 및 협의 등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학원총연합회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가 적용 시기를 길게는 석달가량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충분한 설득 없이 정책을 발표해 놓고 여론 악화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는 ‘연기론’을 들고나온 것이어서 정부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교육부의 ‘교육기관 방역패스 시행 개선방안’ 등의 자료를 보면, 정부는 애초 시행일인 2월1일보다 한 달가량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을 미루거나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나눠 순차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유예기간 8주는 예방접종을 완료하기엔 촉박하다는 여론을 수용해 3월1일부터 방역패스를 시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방학 중 접종이 이뤄질 수 있게 한 뒤 새 학기 일정에 맞춰 적용하자는 것이다. 중대본은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면 청소년 예방접종 및 3차접종(부스터샷) 분위기가 경색될 수 있다”며 시기 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부는 연령별로 방역패스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학원의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만 15~18살 고등학생은 애초 시행일인 2월1일부터 적용하고 만 12~14살인 초등·중학생은 3월부터 실시하자는 안이다. 일괄적으로 시행시기를 4~5월로 미루고, 늦춰진 기간 동안 학원 내 좌석 한 칸 띄우기 같은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실시하자는 안도 포함됐다. 2월1일부터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학원을 가려면 학생들은 이틀(48시간)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고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음성확인서의 효력을 일주일로 연장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연기에 대해 방역당국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정되지 않은 시안적 내용들을 확인해 드리는 건 혼선을 더 초래할 거라는 판단이 든다”며 “교육부를 중심으로 현장의 여러 의견을 수렴 중이며,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방역패스의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일부 보완 시행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학원총연합회와 간담회를 열어 향후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와 학원총연합회는 공식협의체를 구성하고 신속 협의를 진행해 올해 안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 연기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방역당국은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자율접종 원칙을 강조해왔는데, 뒤늦게 청소년 감염률이 오르자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듯한 정책을 내놨다. 이후 강한 반발에 밀려 이번엔 시행 시기를 다시 늦추는 모양새지만, 시간을 끈다고 학부모와 학원의 반발이 잦아질지도 의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성인 방역패스와 달리 청소년 방역패스는 분명히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그렇다면 접종률을 제고하기 위한 다른 정책적인 대안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교육당국이 추진중인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접종’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희망하는 학생이 12~17살 미접종자의 6.9%에 그치는 가운데 서울의 경우 1명 이상 신청한 학교 1154곳의 82.5%(952곳)에서 학교당 1~10명만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11~20명이 신청한 학교는 146곳, 21~30명은 31곳 31~40명은 18곳, 41~50명은 5곳, 51명 이상 신청한 학교는 중학교 2곳뿐이다. 교육당국은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수요조사만 마친 상황이라 15일에 당장 하기는 어렵고 실제 접종 동의서를 받고 학교-보건소가 협의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1주일 정도 뒤에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학교당 희망자가 1~2명인 경우에는 의료진과 행정인력이 학교로 가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인근 위탁기관으로 학생이 가서 접종을 받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예 수요조사 단계에서 멈추고 개인별 접종을 권고하는 학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면등교 이후 학생 감염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9~13일 전국 유·초·중·고 학생 코로나 감염자는 3812명으로, 하루 평균 762.4명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3월 개학 이후 누적 확진자는 5만1502명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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