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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영화제’ 만나볼까

등록 2021-11-15 19:42수정 2021-11-16 02:01

30일까지 열리는 아동권리영화제

아동들이 바라보는 아동 이야기 풍성
학대·빈곤·차별까지 다양한 주제
수상자와 유튜브로 실시간 토크 마련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최선의 삶>의 한 장면.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최선의 삶>의 한 장면.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팬데믹에도 아이들은 자란다!

아동권리주간을 맞이해 아동권리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11월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열고 있는 이 영화제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는 30일까지 온라인 영화제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 누리집(crff2021.sc.or.kr)을 통해 단편영화와 브이로그를 무료로 만나볼 수 있으며, 포스터 공모작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이 영화제가 지금까지의 영화제와 구분되는 차별성은,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영화제’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올해는 심사위원 대다수를 만 18살 미만 아동으로 구성했고, 아동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작품이 대거 수상을 차지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주순민 매니저는 “보통 아동의 권리를 얘기할 때 아동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기보다 어른들이 대변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의 목표는 아동의 권리를 아동의 목소리로 내보자는 거였는데 많은 청소년이 참여하고 수상을 하면서 목표가 실현이 되어서 기쁘다”면서도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아동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아동을 위해서’(포 칠드런)는 하고 있는데 ‘아동에 의해서’(바이 칠드런)는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많이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단편영화 공모전에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90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만 5살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으며,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아동 권리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빈곤, 차별 등에 대한 아동의 시선을 담은 다양한 주제의 작품이 제출됐다. 대상, 우수작 등 수상작 5편 중 3편이 만 18살 미만의 청소년 감독의 작품이 선정됐다. 심사에는 영화 <우리들>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과 9명의 초·중·고등학생 등이 참여했다. 윤가은 감독은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며 “현실 속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낸다는 것은 어떤 작업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심사 총평을 남겼다. 임수민 아동 심사위원은 아동 감독과 성인 감독이 표현하는 아동 권리가 미묘하게 달랐던 점을 짚으며 “아동의 권리를 성인의 관점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아동의 시선에서 아동 권리를 바라보는 영화들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 전원의 높은 점수를 받은 대상작은 반예림, 김서진, 조아혜 감독이 공동 연출한 <최선의 삶>에 돌아갔다. 이 단편영화는 어린 시절 양육 상처를 겪은 주인공이 과거의 상처를 성찰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담백하면서 간결한 시놉시스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조화로운 구성, 울림 있는 주제의식까지 높은 완성도를 보인 이 작품의 감독은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다. 반예림양은 “친구들과 시놉시스 구상부터 촬영, 편집까지 1년간 함께 만든 작품”이라며 “너무 큰 상을 받아서 얼떨떨하고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가 가장 진솔한 이야기를 할 때 관객들에게 가닿을 거 같아서 우리 세 명의 개인적인 기억들로부터 출발해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상처가 많은 삶을 살아왔음에도 원망스러운 과거를 용서하고 현재를 살아가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관객분들도 원망스러운 과거가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용서하고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lt;아이&gt;의 한 장면.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아이>의 한 장면.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우수상은 여행가방 안에서 학대를 당하다 숨진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이성경 감독의 <아이>가 선정됐다. 폭력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지만 끔찍한 폭력의 공포가 선연하게 전달되는, 은유와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이성경 감독은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서 영화연출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3학년 학생이다. 그는 “영화는 현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기사를 많이 보는데 지난해에 작품을 구상할 때 이 사건이 큰 이슈가 되고 있어서 영화로 만들게 됐다”며 “보통 사람들이 아동학대가 일회성으로 발생하고 그치는 줄 아는데, 영화를 통해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은 재발되고 반복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에 3개월 동안 시놉시스 쓰기부터, 섭외, 촬영, 편집까지 하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다시는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으니 너무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본선에도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대사회 가족의 소통 부재와 관계를 팬데믹 상황 속에서 들여다보며 코믹하고 따뜻하게 희망을 전하는 <가족 2020>에는 교육방송(EBS)특별상이 돌아갔다. 작품을 만든 염채원 감독(서울공연예술고 3학년)은 “중학교 때 아빠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집에 아빠와 단둘이 있게 된 적이 있었는데 아빠가 늘 바빠서 대화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저와 아빠는 한 공간에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며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고 과거 저희 가족 이야기를 팬데믹 속 변화된 가족들의 생활로 녹여내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구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가족에게 서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19일에는 <씨네21> 이다혜 기자가 염채원 감독 등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스페셜토크’가 진행된다. 스페셜토크는 19일 오후 2시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공식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리그램 이벤트’도 마련했다. 오는 21일까지 세이브더칠드런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고, 영화제 개막 안내 게시물을 리그램하거나 세이브더칠드런 계정을 해시태그하면 추첨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아동권리영화제에서 교육방송(EBS)특별상을 받은 &lt;가족 2020&gt;의 한 장면.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동권리영화제에서 교육방송(EBS)특별상을 받은 <가족 2020>의 한 장면.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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