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의 2학기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8월17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며 손 소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직도 중학교 3학년 티를 못 벗은 듯해요. 코로나19 때문에 입학 뒤 제대로 학교에 못 가서 고등학생이 됐다는 생각이 덜한 건지…. 대입 준비는 아무리 늦어도 고1부터라는데 걱정되죠.”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학부모 김수정씨의 말이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1학기까지는 ‘이제 적응하면 좀 달라지겠지’ 싶었지만 2학기에 접어들어도 대학에 관심 없는 건 여전하다고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8월25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은 현재 고1 학생이 대입을 치를 때 적용된다. 고1 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과 함께 알아봤다.
먼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2023년 11월16일(목)에 시행되고 성적은 2023년 12월8일(금)에 나올 예정이다. 올해 실시하는 2022학년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국어, 수학, 직업탐구 영역은 ‘공통+선택 과목’ 구조이며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로 시행된다.
2024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가 폐지된다. 자소서 외에 비교과 활동도 대입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비교과 활동을 반영하지 않고 자소서까지 폐지되면서 학종에서 비교과 영역의 영향력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자소서뿐 아니라 인증 시험 점수나 경시대회 수상 등도 학종에서 활용할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면접 평가는 유지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입시 전문가들은 “학종에서 교과성적의 영향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학종이 사실상 학생부 교과평가에 정성 평가를 일부 적용한 형태로 수정되면서 현재 고1 학생들은 교과 외 활동보다 중간·기말고사 성적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6월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의평가 답안지를 체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맞춰 지방대학의 의학(의예·한의예·치의예), 약학, 간호학 계열의 ‘지역인재 선발’도 의무화된다.
비수도권 의약계열 대학의 지역인재 의무 선발의 경우 지금은 권고사항이지만 의무사항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방 의대와 약대·간호대는 모집 인원의 40%를 지역인재로 뽑아야 한다. 다만 강원과 제주는 의무 선발 비율을 20%로 낮게 정했다.
최상위권 입시에 영향을 주는 의대 진학에서 의무 선발 비율 40%는 상위권 입시 지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인재 선발 경쟁률 등을 고려해 대입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역인재 의무 선발은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강원권 대학 의약계열 입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의약계열 대학은 이미 40% 이상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뽑고 있는데, 충청과 강원권은 의무 선발 비율 40%(강원은 20%)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확대 기조도 유지된다. 당장 다음해부터 서울 주요 대학을 비롯한 다른 대학들도 정시 모집 인원을 늘리려는 추세다.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의 경우 지원 조건인 재학 기간과 거주 기간 기준이 더 명확해진다. 지금은 농어촌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주소를 옮겼다가 돌아와도 거주 기간을 인정하지만, 2024학년도부터는 연속으로 거주한 기간만 인정한다. 학생과 부모의 실제 거주가 각각의 주민등록상 거주 기록과 일치해야 한다.
봉사활동 항목도 주목하자.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지금 고1에게 적용되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 ‘개인 봉사활동’ 실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학교교육계획에 따라 교사가 지도한 실적’은 여전히 반영 대상이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2021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고등학교)’에 따르면 “봉사활동 영역의 실적은 학교교육계획에 의한 봉사활동과 학생 개인계획에 따른 봉사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별도의 ‘봉사활동실적’란에 연간 실시한 봉사활동의 일자 또는 기간, 장소 또는 주관기관명, 활동내용, 시간을 실시일자 순으로 모두 입력한다”고 돼 있다. 학생 개인의 봉사활동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2024학년도 대입(졸업생 포함)부터 상급학교 진학 시 ‘학교’ 봉사활동 실적은 제공하나, ‘개인’ 봉사활동 실적은 제공하지 않음 등의 문구가 새로 생겼다.
한마디로 학생은 학교 및 개인 봉사를 모두 할 수 있고, 대입에 반영되는 실적은 교내 봉사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봉사활동 특기사항은 사라졌지만 필요한 경우 ‘행특’이라 불리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기재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자.
일선 학교의 2학기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8월17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며 손 소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수시모집을 앞두고 본격적인 대입 레이스를 시작한 고3만큼, 고1에게 2학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학기 때 놓친 부분을 톺아보고 대입 방향을 설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2학기에도 지필 평가를 비롯한 학력평가, 교내 대회 등 각종 시험 및 대회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학사일정부터 확인하자. 스터디 플래너에 중간·기말고사 일정을 적어두고 언제부터 내신 준비에 들어갈지, 해당 기간에 다른 교내 활동이 포함되지는 않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런 준비를 통해 자신의 학생부를 점검해보면서 성적 관리가 되지 못한 과목을 추려보고, 진로·적성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볼 필요가 있다.
내신은 대입, 특히 수시모집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로 활용된다. 입시에서 ‘신 중의 신은 내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종, 논술전형 등 사실상 모든 수시전형에서 교과성적을 활용한다. 바꿔 말해 내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입에서 자신의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특히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정시에서도 교과평가를 실시하므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이라면 1학년 2학기 교과성적 관리에 힘쓰는 것이 좋다.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목표로 세워보자. 학종에서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자율동아리 활동과 개인 봉사활동 실적, 수상 경력, 독서활동 등을 반영할 수 없고 자소서도 폐지되기 때문에 교과 성취에 관한 기록 등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음은 중3’인 고1 학생은 아직 대입이 먼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틈틈이 정보를 수집해보면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입시 준비에 관한 마음가짐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올해 선택형 수능 체제 도입, 수도권 대학 중심의 정시 비중 확대, 학생부 항목 간소화 등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이러한 기조는 향후 대입에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 입시 추이를 분석해보고 대입 지원 흐름 및 결과를 유심히 살펴보는 게 중요한 이유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통합형 수능 도입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힘으로써 흥미와 적성에 따른 자기주도적 학습을 유도한다. 고2에 올라가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토대로 선택과목을 자유롭게 이수하게 되는데 학종의 경우 지원자가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성과는 어떠한지 등을 평가에 활용한다. 서울대의 경우 2024학년도부터 전공별 권장 과목을 제시해 지원자의 과목 이수 여부를 수시 서류평가 및 정시 교과평가에 반영한다.
고1이 대학에 갈 때는 자신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는 만큼 선택과목 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과목 수요 조사 전에 충분히 고민한 뒤 마음을 정해둬야 한다. 학교 수업에서 체감한 과목별 난이도와 성적, 특성 등을 살피면서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과목’으로 선택하자.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수학 및 탐구에 대해 과목 선택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모집요강을 참고해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