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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목은 키큰나무, 관목은 키작은나무래요”

등록 2021-07-26 21:59수정 2021-08-06 12:09

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동·식물원 속 우리말 ④

형성층은 ‘성장 세포층’
연작은 ‘이어짓기’가 쉬워
척박지는 ‘메마른 땅’
토심은 ‘흙 깊이’로 바꿔볼까
지난달 25일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에 있는 강릉솔향수목원을 찾았다. 시립 강릉솔향수목원은 2013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솔 내음 그득한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등산을 온 듯 자연의 너른 품을 뽐내는 수목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울창한 소나무 숲은 이곳의 자랑이다.

24만평의 땅에 염료식물원, 약용식물원, 하늘정원, 천년숨결 치유의 길, 삼림욕장, 유아숲체험장 등 23곳의 전시원을 마련했으며 1127종 22만그루의 나무와 꽃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자연 쉼터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릉솔향수목원 입구에서 숲해설가가 수목원 안내도를 보고 있다. 안내도에 적힌 ‘범례’보다는 ‘일러두기’를 쓰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달 25일 강릉솔향수목원 입구에서 숲해설가가 수목원 안내도를 보고 있다. 안내도에 적힌 ‘범례’보다는 ‘일러두기’를 쓰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범례’보다는 ‘일러두기’

입구 쪽에서 숲해설사가 안내도를 보며 수목원 코스를 설명하고 있었다. 안내도에 적힌 ‘범례’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첫머리에 그 책의 내용이나 쓰는 방법 따위에 관한 참고 사항을 설명한 글’이 범례의 사전적 의미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을 보면 범례 대신 ‘일러두기’를 쓰라고 돼 있다.

대충 그려둔 안내도가 아니라 숲속광장, 숲생태관찰로, 난대식물원, 하늘정원, 수목원 전망대, 강릉시내 전망대, 복두꺼비 바위 등 코스별로 번호를 매겨 ‘하늘정원길 왕복 2㎞: 40분’ ‘전체 관람길 왕복 3㎞: 60~80분’ 등 친절하게 표시해둔 점이 좋았다.

‘월동하다’는 ‘겨울을 나다’로

뙤약볕이 제법 따가운 한여름 날씨였다.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섯살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이 보였다.

무늬중국쥐똥나무, 벌개미취에 대한 설명문을 본 이혜원(34)씨는 ‘월동한다’와 ‘약용한다’를 쉬운 말로 고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월동 준비, 약용 식품 등 어른들은 자주 쓰는 말이지만 수목원에서 아이와 함께 설명 팻말을 볼 때에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월동한다’는 ‘겨울을 난다’, ‘약용한다’는 ‘약으로 쓴다’로 바꾸면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솔향수목원에는 곤충에 관한 설명이 잘돼 있었다. 곤충이란 동물 중에서 절지동물에 속하며 흔히 벌레라고 불린다. 지구상에는 약 120만여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데, 이 중 몸과 다리 등이 마디로 이루어진 절지동물에 속하는 것이 90만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집게벌레라고도 하는 ‘넓적사슴벌레(암컷)’ 등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자세히 적혀 있어 어린이들의 생태교육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심재’ ‘변재’는 어떻게 바꿔볼까

숲길을 걷다가 ‘나무의 구조’를 설명해둔 그림을 보게 됐다. 과학 교과서에 나온 자료처럼 상세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림으로 심재(心材), 변재(邊材), 형성층(形成層), 수피(樹皮) 등을 보기 쉽게 설명해두었지만 어려운 용어 탓에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나무의 구조’에 관한 설명 팻말. 심재와 변재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속재목’ ‘겉재목’이라고 쉽게 바꿔보면 어떨까.
‘나무의 구조’에 관한 설명 팻말. 심재와 변재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속재목’ ‘겉재목’이라고 쉽게 바꿔보면 어떨까.

심재는 나무를 지탱하는 부분으로 나무줄기의 중심부에 있는 단단한 부분을 말한다. 생활용어 수정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심재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속재목’을 쓰라고 돼 있다. 변재는 뿌리가 빨아올린 물을 잎으로 운반하는 통나무의 겉 부분을 말하는데 ‘겉재목’으로 바꾸면 좋을 듯하다.

나무가 생장하는 부분인 ‘형성층’은 쌍떡잎식물이나 겉씨식물, 일부 외떡잎식물과 양치식물의 줄기나 뿌리의 물관부와 체관부 사이에 있는 분열조직을 말한다. 생활용어 수정보완 고시 자료에서는 되도록 ‘부름켜’를 쓰라고 돼 있지만, 이 또한 어려운 고유어다.

본래 순화어 운동은 한자어나 외래어를 무조건 고유어로 수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 쓰자는 것이다. ‘부름켜’는 금방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좋은 순화어라고 하기 어렵다. ‘형성층(성장 세포층)’과 같이 주석을 다는 방식이나 새로운 순화어를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수피(樹皮)는 수목원 설명 팻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수피 대신 ‘나무껍질’을 쓰면 좋겠다.

무궁화는 ‘떨기나무’에 속해

솔향수목원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수목원에서 교목, 관목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평소 나무에 별 관심이 없다면 성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용어다.

교목(喬木)은 ‘높을 교’자를 써서 8m 이상으로 크게 자라는 나무를 이른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 등을 보면 교목 대신 ‘키큰나무’ ‘큰키나무’를 쓰라고 돼 있다. 키큰나무는 가로수로 심어 공기를 정화하고 주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참당귀에 관한 설명에서 ‘연작’을 ‘이어짓기’라고 바꾸면 뜻이 더 쉽게 다가온다.
참당귀에 관한 설명에서 ‘연작’을 ‘이어짓기’라고 바꾸면 뜻이 더 쉽게 다가온다.

관목(灌木)은 ‘물 댈 관’자를 쓴다.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를 뜻한다. 무궁화, 진달래, 앵두나무 따위가 있다. 생활용어 수정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관목은 ‘떨기나무’라고 쓸 수 있겠다. 떨기는 ‘식물의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더부룩하게 된 무더기’를 의미한다. 산림청에서는 ‘키작은나무’라고도 한다.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한참을 걷다가 참당귀를 봤다. ‘연작을 싫어하여 한번 수확하면 2~3년 동안 다른 작물을 심는 게 좋다’라는 설명에서 연작이라는 말이 어려웠다. 연작(連作)은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해마다 심어 가꾸는 일’을 이르는데 행정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연작 대신 순화한 용어 ‘이어짓기’를 쓰라고 돼 있다.

‘본수’는 ‘그루 수’로…

수목원을 찾은 한 시민이 암석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본수 8506본. 대표 수종: 비자나무, 공작단풍 등’의 설명을 본 뒤 ‘본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본수(本數)는 식물체나 줄기 또는 뿌리의 개체 수를 말한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에서 본수 대신 될 수 있으면 ‘그루 수’, ‘뿌리 수’를 쓰라고 돼 있다.

암석원에 관한 설명 팻말을 보자. ‘건조 척박지에서 생육 가능한 다육식물과 얕은 토심과 강한 햇빛, 건조에 견디는 힘이 매우 강한 식물로 식재하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고 돼 있다. 척박지(瘠薄地)는 기름지지 못하고 몹시 메마른 땅을 말한다. 행정용어 순화 편람에서 ‘척박지’ 대신 ‘메마른 땅’을 쓰라고 돼 있다. 토심(土深)은 ‘흙 깊이’로 바꿔 쓰길 권한다.

강릉솔향수목원 ‘천년숨결 치유의 길’ 모습.
강릉솔향수목원 ‘천년숨결 치유의 길’ 모습.

속성수는 ‘빨리자람나무’

수목원 숲길을 크게 둘러본 뒤 입구 쪽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다양한 나무를 만났다. 사철나무는 ‘내건성, 내음력, 내공해성이 강하다’고 돼 있고, 아우레아 나나는 ‘4월에 꽃이 피고 내한성과 내공해성이 강하며’라는 설명이 있었다.

내건성(耐乾性)은 ‘가물을 타지 않고 견디어 내는 성질’, 내음력은 내음성(耐陰性)을 말하는데 ‘음지에서도 광합성을 하여 독립 영양을 마련할 수 있는 식물의 성질’, 내공해성은 ‘나무나 농작물 따위가 공해를 입지 않고 잘 견디는 성질’을 뜻한다.

계곡과 너른 숲이 어우러진 이곳을 겨울에도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복하게 눈 쌓인 소나무 숲길은 한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줄 듯하다. 주차장으로 향하기 전 소나무과 스트로브잣나무에 관한 설명을 보니 ‘5월에 개화하여 다음 해 9월에 결실하는 속성수’라는 말이 나온다. 속성수(速成樹)는 ‘보통 나무에 비하여 빨리 자라는 나무’라는 말이다. 생활용어 수정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빨리자람나무’로 바꿀 수 있겠다. 빨리자람나무에는 이탈리아포플러, 리기다소나무 따위가 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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