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는 ‘공정’에 이의 제기
“정규직 준비할 여유도 없는 청년 목소리는 묻혀
건보공단 직고용 반대, 우리를 대표하지 못한다”
7명이 낸 공동선언문에 600명 넘게 연서명 참여
“정규직 준비할 여유도 없는 청년 목소리는 묻혀
건보공단 직고용 반대, 우리를 대표하지 못한다”
7명이 낸 공동선언문에 600명 넘게 연서명 참여

지난 6월18일 건강보험공단 제3차 사무논의협의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한 호텔 앞에 주차된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시위트럭에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반대 메시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청년노동자의 이름으로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우리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건강보험에 대한 상담이 필요할 때 제일 먼저 전화를 걸게 되는 고객센터는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도 얘기했듯이 고객과의 최접점이다 . 그런 고객센터를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하나만으로도 고객센터 파업의 정당성은 차고 넘친다 .
그런데 일부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반대하면서 ‘청년들의 박탈감 ’을 핑계로 삼고 있다 . 또 청년이 소환되었다 . 그러나 우리 청년노동자들은 그들이 내세우는 ‘공정성 훼손 ’, ‘로또취업 ’, ‘사기업 정규직 ’ 등의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
첫째 ,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이들에게 묻는다 .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경쟁의 공정한 조건 , 소위 말하는 ‘기회의 평등 ’이 단 한 차례라도 존재했던 적이 있었는가 ? 절대다수의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규직 같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성패가 불분명한 기약 없는 수험생활을 몇 년씩 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 . 당장 생계를 잇기 위해 , 심지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동을 해야 했다 . 그런 청년노동자들에게 ‘너희는 경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 ’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폭력에 불과하다 .
둘째 , ‘로또취업 ’ 운운하며 비꼬는 이들에게 묻는다 .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자 건강보험공단 정규직들은 업무량이 가중됐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 이것이야말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업무가 건강보험공단의 필수 업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 그럼에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성실한 노동에 빚진 정규직들이 ‘시험 쳐서 들어오라 ’고 말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을 부정하는 것이다 . 이미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더 이상 무엇을 검증받아야 하는가 ?
셋째 , 철 지난 ‘사기업 정규직 ’ 타령은 기가 막힐 뿐이다 . 상당수의 청년노동자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4개월마다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 업체가 바뀔 때마다 근속연수도 , 임금도 제로로 돌아가는 지긋지긋한 비정규직 생활을 십수 년째 반복해오고 있다 .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근로계약상 사용자는 건강보험공단이 아닌 것처럼 ,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는 원청이 아니라 하청 바지사장이다 . 간접고용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극악한 형태의 비정규직이다 . 그런데도 ‘사기업 정규직 ’이라는 철지난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일 뿐이다 .
이 사회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노력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게 만들었다 . 그리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들이 ‘공정성 훼손 ’을 말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것이 전체 청년들의 생각인 것처럼 과장한다 .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 청년들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 . 수많은 청년들이 하청노동자로 , 플랫폼 노동자로 , 단시간 노동자로 , 간접고용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 원해서도 아니고 , 노오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 이 사회가 이윤과 비용의 논리로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 비정규직 , 불안정노동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 우리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축소하고 , 청년들을 취업문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경쟁하도록 내몬 정부와 자본에 책임을 묻는다 .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 누구라도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투쟁이다 . 구조적으로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절대다수의 청년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이어지는 노동의 경험으로 , 날마다 맞닥뜨리는 쓰디쓴 비정규직의 현실 속에서 , 본능적으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노동자의 이름으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 .
우리는 청년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할 것이다 .
2021 년 7 월 14 일
< 공동 제안자 >
한국지엠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김태훈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김현제
한국지엠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청년노동자 이창현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정성용
배달라이더로 일하는 청년노동자 김지수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장하니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유지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