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지난해 12월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의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오는 9월1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를 신청한 재수생 등 고3 이외 수험생이 지난해 9월 모의평가와 견줘 3만여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가 규모는 이례적인 것으로, 정부가 올해 9월 모의평가에 신청하면 수능 응시자로 보고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기로 하면서 ‘허수 지원’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12일 교육부는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9월 모의평가 접수를 한 결과 모두 51만7234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3은 40만8042명, 고3 이외 수험생은 10만9192명이다. 지난해 9월 모의평가에서 고3 이외 신청자(7만8060명)와 견줘보면 3만1132명이 증가했다. 이는 고3 이외 수험생이 9만7609명이 신청했던 2012년 9월 모의평가 이후 최대 규모로 , 올해 2월 졸업생이 전년보다 6만여명이나 줄어든 점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통상 반수생이 유입되면서 6월 모의평가 신청자보다 9월 모의평가 신청자가 늘어나는데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만명가량 늘어났지만, 올해는 4만2087명이나 늘어났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 확대 등 입시 환경이 변화하면서 재도전 수요가 늘었고, 백신 접종을 통한 대입의 안정적인 준비를 위한 신청 유인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수능 시험을 치를 진정한 의사가 없는 이들이 이른바 ‘백신 티켓’을 얻으려고 끼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육부는 서울 지역 학교에 수용인원을 초과하더라도 시험장 응시를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추가로 접수를 받아달라고 했는데, 정작 추가 접수에선 시험장 응시를 희망하는 수험생(1500여명)보다 온라인 응시를 원하는 수험생(1700여명)이 더 많았다.
문제는 온라인 응시를 따로 신청받기 이전에 접수한 ‘허수 지원자’들이다. 온라인 응시는 전체 성적 분석에 반영되지 않아서 모의평가의 성적분포를 흔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허수 지원자들이 시험장에 나와 백지 오엠아르(OMR) 카드를 낼 경우 실제 수험생들이 석차 백분위 등에서 과대평가 받는 등 점수 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시 업계에서는 백신만 맞고자 하는 수험생은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는 게 실제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며 시험 응시를 자제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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