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으로 이끄는 재밌는 독후활동
북튜버 활동으로 110권 독후록 남겨
하브루타 하면 질문도 독후록도 ‘뚝딱’
그림책 독후활동으로 감성 역량 키워
북튜버 활동으로 110권 독후록 남겨
하브루타 하면 질문도 독후록도 ‘뚝딱’
그림책 독후활동으로 감성 역량 키워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유튜브 때문에 독서와 더 멀어지고 있지만, ‘북튜버’가 되어 ‘독서왕’이 되는 아이도 있다. 코로나19로 학교 수업 진행에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하브루타 짝토론과 그림책에 말풍선 채우기, 오디오북 만들기 등으로 학생들을 책으로 이끄는 선생님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혹은 학교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독후활동을 소개한다.
■ 북튜버로 구독자들과 소통
중학생 북튜버 최예진(14)양은 지금까지 총 110권의 독후록을 유튜브에 올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매주 한권씩 빠지지 않고 올렸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독후활동을 하면 더 좋을 거 같아서 북튜버를 시작하게 됐다”는 최양은 “북튜버 활동에서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최고의 책으로 꼽는 <크리스마스를 구한 소녀> 역시 시청자의 댓글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이란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남들에게 소개해주고 남이 좋았던 책은 내가 소개받는 게 북튜버 활동의 보람”이라는 최양은 “원래 뭔가 꾸준히 하는 걸 어려워했는데 부모님의 격려 덕분에 명절이나 휴가에도 미리 유튜브를 만들어서 올려놓는 등 한주도 빼먹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과 공부가 바빠져 북튜버 활동을 잠시 중단한 상태지만, 북튜버 독후활동으로 얻은 게 많다고 한다. 첫째는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단다. 책을 읽고 나서 독후록을 쓴 뒤에 그걸 입말로 소개했기 때문에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둘째는 책을 읽는 깊이도 깊어졌다. “독후록을 쓰고 남들에게 소개하려면 진심으로 책을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무언가를 꾸준히 열심히 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덕분에 무언가를 할 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최양은 덧붙였다.
■ ‘시끌벅적 짝 대화’ 하브루타 독후활동
지난 24일 오전 10시10분 서울 용마초등학교 4학년9반 ‘창의적 체험 활동’(창체) 수업 시간. 방은정 하브루타 독서지도 교사가 그림책 <물고기 퐁고를 만난다면>의 표지를 들어 보였다.
“이 그림책 주인공 물고기의 이름이 퐁고인데, 퐁고 말고 다른 이름을 지어준다면 뭐가 좋을까요?”
“퐁퐁이요!” “둥글이요!” “파랑이요!”
방은정 교사는 표지를 열어서 앞면지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이 그림이 뭘로 보이나요?”
“날개요!” “발바닥이요!” “물고기 꼬리요!”
“와, 같은 그림을 봤는데, 우리 친구들의 생각이나 느낌이 어떤가요?”
“달라요!”
“맞아요. 같은 그림을 봐도 이렇게 우리의 생각이 달라요. 이게 바로 오늘의 주제입니다.”
이렇게 수업을 시작한 선생님은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구연동화를 하듯 끝까지 읽어주었다. 책을 다 읽은 뒤 선생님이 제안했다.
“물고기 퐁고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만들어보세요.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가장 좋은 질문입니다. 혹시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면 느낌을 물어보세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가지고 짝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바로 ‘하브루타 독후활동’의 특징이다. 선생님의 제안대로 아이들은 질문을 만든 뒤 옆에 있는 짝을 마주 보았다. 짝은 ‘질문쟁이’가 되어서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는 ‘생각쟁이’가 되어서 짝에게 답을 했다. 그러고 나서 ‘질문쟁이’와 ‘생각쟁이’ 역할을 바꾸어서 반대로 해봤다.
“퐁고야, 너는 왜 파란색이니?” “다른 물고기들이 인사를 안 받아줬을 때 기분이 어땠니?” “너보다 큰 물고기를 만나면 어떨 거 같아?” “음식점에 너만 못 들어갔을 때 기분이 어땠어?” “너는 아까 만난 물고기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질문쟁이’가 된 아이들은 짝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생각쟁이’가 된 아이들은 성실하게 답변했다. 질문과 답변 사이에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각자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독후록을 기록했다.
수업 시간이 끝날 즈음 아이들이 소감을 발표했다. “친구가 하는 답에 계속 질문을 하니까 말꼬리 잡기처럼 재밌어요.”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라서 좋아요.”
방은정 교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이들이 반 전체를 돌면서 계속 짝을 바꿔가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옆에 있는 짝하고만 하게 되어서 아쉽긴 하지만, 아이들이 독후활동을 지루하고 진지한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수다 시간으로 생각하니까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고 말했다.
용마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년에게 하브루타 독후활동 수업 시간이 있다. 학년마다 다른 그림책으로 독후활동을 하지만, 책의 주제는 ‘문화적 다양성’으로 공통적이다. 방은정 교사는 “하브루타 독후활동 자체가 질문과 경청을 통해서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걸 배우는 과정이라서, 책의 주제도 문화적 다양성으로 잡게 됐다”며 “이 독후활동을 하면 질문력과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걸 보게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질문을 30개씩 만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은 뒤 독후록을 쓰니까 ‘뭘 써야 하지?’ 하는 망설임 없이 독후록을 ‘뚝딱’ 쓴단다.
용마초등학교 전체가 하브루타 독후활동 수업을 하는 건, 교사들과 독서 연구모임을 운영하면서 하브루타 교육 방식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자 하는 남미숙 교장의 의지가 큰 덕분이다. 남미숙 교장은 “하브루타로 독서를 하게 되면, 독서교육과 질문하고 대화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을 융합해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며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니까, 하브루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가공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크게 자라더라”라고 말했다.
■ 교과목과 연계하고 오디오북 만들고
지난 25일 오전 9시 안양 민백초등학교 3학년3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1교시 수학 시간의 배움 주제는 ‘분수’였다. 이슬기 담임교사가 펼쳐 든 그림책은 <꽁꽁꽁 피자>. 피자를 만드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이 책을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낭독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던 목소리가 한두명이 실감 나게 연기하듯 읽자 중간에 ‘랩’ 스타일로 읽는 친구도 나오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즈음에는 성우처럼 읽으며 마무리됐다.
책을 다 읽은 뒤 선생님이 내준 과제는 피자 만들기. 각자의 컴퓨터 화면에서 피자 도 모양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토핑을 구글에서 검색하고 가져와서 앉혔다. 은재는 사탕과 보석으로 꾸민 피자를 만들었고, 채원이는 고기와 치즈, 구름을 얹은 피자를 완성했다. 정현이는 가리비, 굴, 문어가 어우러진 해산물피자를 내놓았다. 선생님은 다양한 채소를 올린 야채피자를 내놓았다.
“자, 이제 선생님 피자 나눠 먹을 사람?” 아이들 4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은 피자를 아이들 수대로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기를 시연했다. “이제는 각자 자신의 피자를 똑같은 모양으로 나눠볼까요?” 두쪽으로도 나누고 세쪽으로도 나누고 네쪽으로 나누는 등 피자 자르기를 통해 아이들은 ‘분수’의 개념에 입문했다.
온라인 2교시 수업은 ‘창체’와 ‘국어’의 연계 수업이었다. 이번에 선생님이 펼쳐 든 그림책은 <계란말이 버스>였다. 계란말이로 만든 통학버스로 등교하는 이야기인 <계란말이 버스>는 글이 적고 그림이 가득한 책이다. 아이들 4~5명이 모둠을 만들어서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머리에 말풍선을 그리고 말풍선에 대사를 채우는 작업을 했다. 모둠별로 소회의실로 흩어져 들어간 아이들은 대사를 만드느라 시끌벅적했다. “계란말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배고프다고 버스 뜯어 먹으면 안 돼!” “엄마, 별걸 다 걱정해!” 등 재미난 대사가 만들어질 때마다 아이들은 까르르 넘어갔다. 각 모둠이 만든 대사를 실감 나게 연기하듯 말하는 것으로 수업은 마무리됐다. 다음 차시에는 이를 녹음해 ‘오디오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이슬기 담임교사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등 대부분의 과목을 이렇게 그림책을 활용해 수업한다. 과학 시간에 지구온난화를 배우면서 <30번 곰>이라는 북극곰이 주인공인 그림책을 읽고, 북극곰에게 편지도 쓰고 북극곰에게 주고 싶은 선물도 사진으로 붙여보는 활동을 하는 식이다. 이날 <계란말이 버스>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은, 국어의 ‘실감 나게 이야기 만들기’ ‘실감 나게 이야기하기’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슬기 교사는 “독서수업과 독후활동을 많이 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교과목들의 진도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교과목 수업에 관련된 그림책을 연계한다”며 “이렇게 그림책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수업 흥미도와 집중도가 많이 높아진다”고 했다. 한달에 10권 이상씩 그림책을 다루다 보니 1학기에만 최소 50여권의 그림책을 읽게 되었다. 이슬기 교사는 “아이들에게 공부는 외우는 것이고 지겨운 것이라는 부담이 있는데, 그림책을 읽은 뒤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는 등의 독후활동을 하면서 교과 개념을 배우니까 마음에 와닿으면서 심미적 감성 역량이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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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최예진 학생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꼽는 <크리스마스를 구한 소녀>에 대한 독후록을 유튜브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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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마초등학교 4학년9반 학생들이 짝과 질문을 주고받는 하브루타 독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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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민백초등학교 3학년3반 학생들이 <꽁꽁꽁 피자> 그림책을 읽은 뒤 각자 만든 피자를 잘라 보며 분수 개념을 배우고 있다. 이슬기 교사 제공

안양 민백초등학교 3학년3반 학생들이 그림책 <계란말이 버스>에 말풍선을 그리고 대사를 채워넣고 있다. 이슬기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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