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홍보 화면 앞으로 관객들이 지나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걸어온 발자취를 차분하게 되짚는 작품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으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을 여성·노동 분야 등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자녀들이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할머니의 뜻을 이은 것”이라며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정의연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평소 쌍용차 해고 노동자나 재일조선 학생들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과 연대했다. 할머니가 스스로도 공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말씀도 계속 하셔서 장례에 사용하고 남은 기금을 11개 시민사회·여성단체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보수언론이 “정의연 이사의 자녀가 최근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복동 장학금을 수령했다“고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정의연이 김복동 장학금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자녀들에게 주기로 한 사실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이 단체는 누리집과 언론 등을 통해 “‘김복동의 희망’은 여성·노동 분야 등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 10명을 선발해 인당 200만원을 지원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정의연 누리집에 올라온 ‘김복동 장학금 신청공고’에서도 “김복동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남은 조의금 중 일부를 여성, 평화, 통일, 노동, 인권 분야 시민사회 단체 11개를 선정하여 200만 원씩의 후원금을 전달하며 격려하였다. 나머지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복동 할머니의 평소 뜻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해 25명이 2백만원씩 총 5천만원의 김복동 장학금을 받았다.
오성희 정의연 인권연대처장은 “여성인권운동에 굉장히 오랜 기간 헌신한 활동가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당시 모든 언론이 김복동 할머니 뜻 받들었다고 칭송했던 장학금 전달이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할머니 명예를 훼손하는데 악용되는 것을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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