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중앙성소수자동아리 ‘홍반사’ 트위터 갈무리.
한 성소수자 대학생이 배구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아우팅’(성소수자임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을 당하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아리 탈퇴를 종용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일 홍익대 성소수자 동아리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홍반사)은 트위터를 통해 “홍반사의 한 회원이 올해 2월 대학 연합 여자 배구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아우팅을 당한 후 성적 지향과 페미니즘을 이유로 동아리 탈퇴를 종용받았다.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반사의 주장을 들어보면, 지난해 7월부터 배구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한 대학생 ㄱ씨는 지난달 이 배구 동아리 회장으로부터 “(동성애가) 동아리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동아리 탈퇴 압박을 받았다. 이 배구 동아리는 10~20대 여성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연합 배구 동아리로 홍익대를 비롯한 대학생들이 주된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반사는 “동아리 회장은 지난 2월14일께 ㄱ씨와 따로 만나 ‘들은 게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동성(동성애) 그런 쪽이냐’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같은 걸 옹호하느냐’고 묻고 ‘그런 것들(동성애와 페미니즘)은 동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ㄱ씨가 동아리 회장에게 ‘배구 동아리의 취지는 배구를 하는 것 아니냐’ ‘회장 말대로면 나는 어떤 스포츠 동아리에도 소속될 수 없다’고 항의했으나 ‘나는 이런 문제에 예민하며 동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ㄱ씨는 의사에 반해 스스로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성소수자의 존재가 동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말만 거듭 듣다가 결국 해당 동아리를 나와야 했다. ㄱ씨는 “퀴어(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소엔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아니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어 “그저 거부를 당했다는 사실이 정말 속상할 뿐이다. 요즘 세상에 또래 집단에서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우팅을 당한 뒤 걱정도 많았다. 다른 배구 동아리에 가고 싶은데 (내가 성소수자라는) 이야기가 다른 동아리 관계자들에게 들어가면 어떡하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탈퇴 직전 이 배구 동아리의 오픈채팅방에 “오늘부로 동아리를 탈퇴한다. 사실 탈퇴인지 제명인지 잘 모르겠다. 퀴어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한겨레>는 에스엔에스(SNS)와 메신저 등으로 해당 배구 동아리 관계자들에게 여러차례 해명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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