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6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집단감염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은 임상위가 공개한 지난 24일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내부 모습.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제공
집단 거주시설에 머무르고 있던 건강취약층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경북 청도대남병원과 칠곡 밀알사랑의집에 이어, 예천 극락마을과 청도 다람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 등 다른 시설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코로나19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141명의 확진자가 정신병동이나 장애인·노약자 집단거주 시설에서 지내던 환자와 직원들이다. 전체 확진자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날 청도대남병원에서 지난 20일부터 격리조치 중이던 시설관리담당 직원 1명이 추가로 확진돼, 이곳에서만 확진자가 114명으로 늘었다.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에서도 64살 요양보호사 1명이 새로 확진됐다. 현재 이 병원은 통째로 격리시키는 ‘코호트 격리’가 진행 중인데 입원 환자 중 중증도가 높은 환자 24명은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또 예천 극락마을(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2명으로 늘었고, 청도 다람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에서도 새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대본은 “일부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복지·생활시설 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아시아드요양병원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병원 환자들 가운데 대다수가 70~80대 중증환자인 탓이다. 이날 추가로 감염이 확인된 요양보호사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했던 같은 병원의 사회복지사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다행히 집중치료실 환자들과 직원들이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아시아드요양병원에 중증환자들이 많아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만약 양성 판정 환자가 나오더라도 아시아드요양병원은 코호트 격리를 유지하고, 감염환자만 음압병실이 있는 다른 병원의 1인실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확진자 106명 가운데 사망자 7명을 제외한 26명을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고 방대본이 이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격리시설에 있다가 확진된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이 과연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공간인가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정신과·내과 치료가 모두 가능한 임상공간을 확보해 환자들을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이날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출입이 통제되는 정신병동의 특성상 감염원 유입은 쉽지 않지만, 일단 들어가면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신병동에서 장기간 생활하면 투약 관리, 개인위생, 음식 섭취 등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홍나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정신병동은 내과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내과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청도대남병원 관련 정보를 더 공개하고, 이송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당국은 집단격리, 집단치료 형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다른 확진환자에 대한 조치와 동등하고 안전한 치료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진정했다.
최원형 기자,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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