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첫 외국인 난민이 도착한 것은 1975년 베트남 전쟁이 종료돼 남베트남에서 대량의 보트피플이 발생했을 때였다. 그해 4월 교민 철수를 위해 파견됐던 해군 수송선에 베트남인 910명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그해 말까지 베트남 피난민 1562명이 부산의 임시수용소에 수용됐다. 이후 1977년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베트남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부산 재송동에 월남난민보호소가 문을 열었다. 1993년까지 있었던 이 보호소에는 베트남 난민 1382명이 거쳐 갔지만, 단 한명도 정착이 허가되지 않았다. 베트남 난민은 철조망이 쳐진 보호소에서 오랜 기간 대기하다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로 떠나갔다. 폐쇄 당시 기거하고 있던 마지막 150명은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우리나라가 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뒤 1993년 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면서부터였다. 국내에서 난민법이 발효된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았다. 1994년 5명을 시작으로 매년 적은 숫자이긴 해도 난민 신청이 이어졌지만, 첫 난민 인정은 7년이 지난 뒤인 2001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2001년과 2002년 1명씩에 이어 2003년 13명, 2004년 18명 등으로 조금씩 늘어나다 2008년 36명, 2012년 60명, 2015년 105명 등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4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누적 수는 954명이다. 국적별로는 미얀마 297명, 에티오피아 126명, 방글라데시 115명, 파키스탄 71명, 이란 48명, 기타 국적 297명이다.(법무부 자료)
하지만 전체 신청자 수를 고려하면 난민 인정률은 여전히 턱없이 낮다. 난민 신청은 2004년에 148명으로 처음으로 연간 100명을 넘어선 뒤 2011년에는 1011명, 2015년 5711명, 2017년 9942명, 2018년 1만6173명 등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지난해 난민 인정률은 0.9%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말까지 난민 신청을 새로 한 이는 4095명이지만, 난민 자격을 얻은 사람은 19명에 그친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있었던 전체 신청자를 대상으로 봐도 난민 인정률은 3.9%뿐이다. 난민은 아니지만 국내에 체류할 자격을 주는 인도적 체류자까지 포함할 경우 난민 보호율(난민 인정률+인도적 체류율)은 12.3%이다. 세계 190개국 전체의 난민 인정률(30%)과 난민 보호율(44%)에 견줘보면 우리나라가 난민 수용에 얼마나 인색한지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체 561명 가운데 자진 출국한 12명을 제외한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였지만, 인정을 받은 사람은 2명뿐이었다. 나머지 대부분(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체류 중이다. 하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는 취업 활동만 허용될 뿐 난민 인정자가 받는 사회보장이나 기초생활보장, 교육의 보장, 사회 적응 교육, 학력 인정, 자격 인정 등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지역가입도 할 수 없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