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규정이 국민연금법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공개한 정책자문안에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는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는 등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만큼 국가의 지급보장을 분명히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서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며 연금 지급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법에 따라 국민연금 사업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관하고, 실제 사업은 국민연금공단이 위탁해 수행하는 등 국가의 책임이 뚜렷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보전하는 공무원연금 등과 비교해 ‘보장 수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제도발전위원회 간사인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국민연금법 자체가 수급권을 보장하는 법인데 다시 규정을 넣는 게 적절하냐, 구체적으로 ‘지급보장’이라는 것이 급여 수준을 얼마큼 보장하겠다는 뜻이냐 등을 놓고 위원회 안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현세대 가입자 일부를 안심시킬 수 있지만, 세금으로 국가재정이 충당되는 탓에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위원회는 정책자문안에서 “지급보장을 명문화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 및 지지 확보 차원에서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이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보고서에 담았다.
국회에는 이미 두 종류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연금급여의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이를 부담한다’며 지급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국가가 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추상적인 보장 책임만 규정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민연금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셈이다.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경로를 두고는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고, 국회에서는 2015년 국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처럼 여야와 정부, 가입자 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국민 대타협 기구’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9월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황예랑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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