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국민연금 개혁] ④ 남찬섭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재정계산, 사회 변화 반영 못해
보험료율 70년 장기간 고정시키면
연금 운용 잘해도 기금 소진 불가피
“같은 계산법이면 삼성도 소멸할 것”
국민연금 불안 조성, 또 반복하나
초고속 고령화, 세금 뒷받침 마땅
‘보험료율 30%’ 돼도 GDP 7.5% 수준
노인이 41%인데, 보험료만으론 한계
고령화는 사회 전체가 감당할 수밖에
독일도 이미 국고에서 지원 나서
재정계산, 사회 변화 반영 못해
보험료율 70년 장기간 고정시키면
연금 운용 잘해도 기금 소진 불가피
“같은 계산법이면 삼성도 소멸할 것”
국민연금 불안 조성, 또 반복하나
초고속 고령화, 세금 뒷받침 마땅
‘보험료율 30%’ 돼도 GDP 7.5% 수준
노인이 41%인데, 보험료만으론 한계
고령화는 사회 전체가 감당할 수밖에
독일도 이미 국고에서 지원 나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국민연금 개혁은 풀기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한겨레는 좀더 생산적인 논의에 보탬이 되고자 ‘논쟁의 장’을 마련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가 70년 뒤를 내다보는 국민연금 재정계산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보내왔다.
올해로 네번째인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가 나왔다. 1~3차 결과와 마찬가지로 ‘기금 고갈론’이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왜 매번 재정계산을 하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결과가 나올까? 그 이유는 재정계산의 기법과도 관련이 있다.
먼저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그 추계기간이 70년으로 매우 길다. 이런 장기간에 대해 추계를 하면서도 사회의 질적 변화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정권교체나 경제위기, 새 제도의 도입 등 중요한 질적 변화들은 수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계 결과는 과연 1948년 이후 한국 사회가 걸어온 70년의 궤적과 얼마나 유사할까?
추계 모델에 사회의 질적 변화를 담지 못하니 당연히 국민연금의 질적 변화도 반영치 못한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9%)이나 소득대체율(2028년 기준 40%), 그밖의 제도 내용이 70년 동안 그대로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경제성장률이나 실질금리, 임금, 물가 등의 수치를 변경시켜 70년간을 추계하는 것이 재정계산의 기본구조다.
이런 재정계산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것으로 나오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경제를 움직이는 거시변수가 변화하는데 국민연금만 70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국민연금의 운영행태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이다.
만약 현재의 국민연금 재정계산 모델을 ‘삼성’이라는 기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금의 생산 및 경영방식과 영업이익률 등이 70년 동안 그대로라고 가정하고 경제성장률과 임금, 금리 등을 변화시켜 추계하면 아마 삼성도 추계기간 내에 소멸한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정을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70년 동안 삼성이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삼성 소멸’이라는 추정 결과를 놓고서 ‘지금까지 샀던 삼성 제품 다 돌려주고 새로 구매하자’라든지 ‘삼성 임직원의 임금을 지금 당장 삭감하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라든지 ‘삼성이 기업을 잘못 운영하여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재정계산은 그야말로 추정일 뿐이지 미래를 증명한 것이 아니다. 추정결과를 기정사실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지나친 확대해석의 한 예가 기금 소진 이후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30%나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정계산상 이 수치는 맞다. 하지만 보험료율 30%라는 것은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의 범위(소득상한선 월 468만원)가 70년 동안 그대로라고 가정할 때의 수치이다. 현재의 재정추계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40년 뒤의 일인데 그때도 우리가 지금과 동일한 범위의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한 30%라는 보험료는 기금고갈 시점의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하면 7.5%, 2088년의 GDP 대비로는 9.4%이다. 기금고갈 시점의 노인 인구는 41%인데 이 정도 인구에 대해 GDP의 7.5% 내지 9.4%도 우리사회가 부담하지 못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그러면 왜 GDP의 7.5%나 9.4%라 하지 않고 보험료율 30%라고 할까? 이는 아마 국민연금은 보험료로만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야말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령화를 앞둔 우리사회에서 지속불가능한 생각이 아닐까? 고령화는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여서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보험료보다 훨씬 넓은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 국민연금이라는 노후소득보장제도에 투입되면 보험료율은 30%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다.
독일은 이미 보험료의 4분의 1을 국고에서 지원한다. 우리도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이런 방안을 포함한 국민연금의 개혁을 위한 건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추정에 불과한 기금고갈이 마치 증명된 듯 하는 공포마케팅, 이제 지겹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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