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퇴직하기 전 자녀 교육에 집중하다 보니 우리 부부의 노후 준비는 소홀했습니다. 게다가 연로하신 부모님까지 모시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자기 앞가림도 하기 힘들어해서 나중에 우리 부부를 부양할 거라는 기대도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 부모님이나 자녀에 대해 무거움이나 서운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A :우리는 가족의 틀 속에 사랑, 행복, 믿음, 헌신을 공유하려 합니다. 가족은 가정 안에 혈연으로 존재하는 구성원입니다. 연세대 송복 교수는 “가정은 가족(혈통)+가구(경제)+가풍(정신·심리·교육·도덕)으로 이뤄진다”고 정의했습니다. 가정이 평안하려면 가구라고 하는 경제적 요소도 중요한 것입니다.
한국에는 전통적 효 사상에 기초해 가족간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경제적 부분을 감당해왔습니다. 부모님의 부양도 자녀에게 헌신을 다하면 노년 부양으로 이어진다는 효 사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격한 수명의 연장은 좀더 많은 경제적 준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1950년만 해도 평균수명이 48살이었는데 2013년에는 81.9살로 무려 34년 정도 늘어났습니다. 급격한 수명의 증가는 세대별로 노후 준비의 개념을 바꾸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조부모님은 60~70살을 사셨는데, 부모님은 80살 이상으로 생각보다 오래 사십니다. 자신도 90살 이상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 노후 준비에 소홀했습니다. 게다가 자녀는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에도 벅찬 상황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에게 모든 것을 지원했지만 자신은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입니다. 그래서 낀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급격한 고령화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50~60년 동안 고도성장, 인구의 증가, 수명의 연장 등이 한꺼번에 진행된 질풍노도의 시대를 보냈습니다. 사회, 가정, 개인 모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베이비붐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수명을 비롯한 인구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자신의 상황에 맞춰 준비하는 것입니다. 가족은 여전히 우리의 울타리이지만, 전통적 효에 전적으로 기댈 수 없는 경제적 환경이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따로 또 함께’라는 생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준비가 미흡한 부분은 가족의 도움을 받더라도 경제적인 준비는 세대별로 한다는 개념입니다. 가족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독립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Neo)50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