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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퇴직자 두 번 울리는 민간자격증

등록 2015-10-27 20:40수정 2015-10-28 11:45

시니어 통신
패기있게 사표를 냈지만 선뜻 받아주는 회사가 없는 나이가 되었다. 부장도 지냈고 국장도 지냈으니 마땅한 보직이 있는 회사를 찾기가 어디 생각만큼 쉽겠는가.

다행히 직장에 다니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약간이지만 마음의 위안은 되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지 못해 밤을 새우며 애를 태우는 사람들에게 내 자격증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써먹지 않는 자격증을 가지고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자 백수라는 것이 그다지 자랑스런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차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중개업소가 너무 많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들어서인지 내키질 않았다. 밤이면 왜 아빠는 자격증이 있는데 써먹지 못하느냐는 아이들의 핀잔이 날카로운 돌직구가 되어 돌아온다. 정말 아프다. 함께 사는 식구들에게 한 소리를 듣는 날이면 백수의 아픔이 백배 천배 더해진다.

그렇게 백수로 지내던 어느 날 구청 홈페이지를 뒤적이다 부동산 경매 강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됐다는 생각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강의를 들었다. 매주 2회씩 2개월을 들었으니 꽤 열심히 공부를 한 셈이다. 마지막날은 시험을 치르고 부동산경매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약간의 돈도 지불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몰려온 수강생이 80명이 넘어 두개의 반을 편성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 많은 인원이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시니어였다. 모두 나처럼 백수는 아니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부동산경매사라는 민간 자격증을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민간자격증은 취득해봐야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자격증을 들여다보지만 역시나 아무런 실익이 없다.

요즘은 이상한 정체불명의 협회가 많이 생겨 민간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다. 피해자는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다. 나이 먹은 것도 서럽고, 회사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것도 서러운데 민간자격증업자에게 돈까지 뜯겨서야 어디 세상 살 맛 나겠는가.

이찬만(56) 시니어블로거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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