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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악성 민원인에게도 인권이 있냐”던 경찰관들 “총경 이상 간부들이 인권교육 받아야”

등록 2015-10-09 19:33수정 2015-10-09 20:20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감수성 향상 과정’ 수업에 참여한 경찰관들이 인권위 직원으로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최우리 기자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감수성 향상 과정’ 수업에 참여한 경찰관들이 인권위 직원으로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최우리 기자
인권위 주관 경찰 인권교육 현장
“경찰이 해산명령을 했으면 ‘나는 한겨레신문 기자입니다’라고 밝히는 게 도리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해산작전 과정에서 벌어진 <한겨레> 김규남 기자에 대한 ‘헤드록 연행’ 시도(<한겨레> 9월24일치 8면)에 대한 질의를 받자 ‘인권’이 아닌 ‘도리’를 꺼내들었다. 강 청장은 연행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보고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규정에 없는 집회 현장에서의 ‘헤드록 연행’에 대해 사과하고 기동대원들에 대한 교육을 약속했다.

경찰청장이 들었어야 할 경찰 대상 인권교육이 지난달 23~25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진행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한 ‘인권감수성 향상 과정’ 수업을 듣기 위해 전국에서 경찰관 43명이 모였다. 경찰 내 인권 강사를 맡고 있는 경찰관, 형사·수사·생활안전·경비·교통 등 공권력 집행과 대민 접촉이 많은 부서의 경찰관들이 두루 참석했다. 국가인권위로부터 인권침해에 대한 시정권고를 받은 이도 있었다.

대민부서 소속 등 43명 참석
독거노인·가출학생 돕는다 등
봉사와 인권 헷갈려해
“‘인권, 경찰 업무방해 아니다’
인식 갖게 하는게 교육 목표”

수업 첫 시간. 교육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어색해했다. “공공기관이 봉인 줄 아는 악성 민원인에게도 인권이 있느냐” “기본권과 인권은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권을 강조하면 좌파 아니냐” 등 평소 이들이 가진 생각이 거침없이 나왔다. 국가인권위 인권교육운영팀의 박병수 사무관은 “경찰의 업무를 인권위가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이 수업의 시작”이라고 했다.

셋째 날 진행된 ‘경찰 인권토론’ 수업에서는 “가출 여학생을 도와줬다” “재난·안전 문제에 신경써야 한다” “독거노인을 돕고 있다” 등 자신의 업무 경험을 인권과 연결짓는 경찰이 많았다. 박 사무관은 “공무원의 친절과 봉사를 인권과 헷갈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도 자체적으로 경찰 인권교육을 진행한다. 중앙경찰학교와 경찰교육원 교육과정을 보면, 순경의 경우 중앙경찰학교에서 인성·인권교육(최대 100시간), 경찰 윤리(최대 60시간)를 배운다. 경정 특채 대상자들도 40시간 정도 넓은 의미의 인권 관련 교육을 받는다. 경찰간부후보생은 인성·감수성·장애인·다문화 수업(9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경찰청은 현직 경찰관들에게 분기별로 2시간씩 기본 인권교육 수업을 듣도록 권장하고 있다. 보통 경정(경찰서장인 총경 아래 계급) 이하가 듣는다고 한다. 경찰교육원도 2주 과정의 ‘인권감수성 향상 과정’ ‘경찰 활동과 인권’ 특강을 진행한다.

이런 특강을 들었던 경찰관들은 인권위 수업에서도 나름 깊이 있는 이해를 보여줬다. 청문감사실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수사팀에 있을 때는 피의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수갑 채우는 것만 생각했지 피의자의 수치심과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고민은 부족했다. 경찰이 법과 원칙만을 강조해서는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일부 경찰관은 인권 강조가 경찰 업무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 경찰관은 “술에 취한 폭행 피해자가 방치됐다가 현장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 업무는 판단에 따라 상황이 쉽게 변한다. 결국 인권을 이해하는 일선 경찰이 늘수록 업무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총경 이상 간부들이야말로 이런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 사무관은 “사흘 교육으로 인권을 충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인권이 경찰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아산/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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