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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일자리 놓고 손자와 할아버지 경쟁시키는 정책에 분노”

등록 2015-09-22 20:42수정 2015-11-04 11:00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50+ 사회적 경제 포럼’에서 불교사회적경제지원본부 박주언 본부장이 ‘50+ 사회적 경제 창업 솔루션’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와 토론이 끝난 뒤 50, 60대 방청객들은 날선 지적을 쏟아냈다.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50+ 사회적 경제 포럼’에서 불교사회적경제지원본부 박주언 본부장이 ‘50+ 사회적 경제 창업 솔루션’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와 토론이 끝난 뒤 50, 60대 방청객들은 날선 지적을 쏟아냈다.
‘50+ 사회적 경제 포럼’ 현장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는 2015 서울마을박람회 및 제8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열렸다.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야외 공연은 계속되었고 오색 도토리전과 도토리묵 등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전국의 마을기업들이 부스를 차리고 유기농 장류, 죽공예품, 생활용품 등 자신의 상품을 알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서울혁신파크 중앙에 위치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50+ 사회적 경제 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분야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의 접점을 모색했다.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50+세대의 취업·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발표와 토론을 지켜본 시니어의 반응은 실망에 가까웠다. 50, 60대가 80% 이상인 방청객 50여명에게 마이크가 넘어가자 날선 지적이 쏟아졌다.

시니어와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 모여
취업·창업 활성화 방안 발표, 토론
50+ 방청객들 날선 자유발언 쏟아내

내용 없는 관 주도 교육사업만 잔뜩
세대간 일자리 경쟁상황 몰고가 곤혹
현장에서 청년과 도제식 협업 제안

걸음마 사회경제 창업은 위험 지적에
창업과정서 잠재력 이미 확인 반박도
시니어 스스로 문제해결 주체로 서야

“그냥 창업도 어려운데 사회적 경제라니?”

자유발언에 나선 신아무개씨는 “포럼에 앞서 마을박람회를 둘러봤는데 마을기업의 상품이 많지 않은 게 사회적 경제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 대표도 “현재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를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일부 보완하는 정도고, 제대로 성장한 사회적 기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시장에서도 시니어가 창업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데,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창업하라는 건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50+ 사회적 경제 창업 솔루션’을 발표한 불교사회적경제지원본부 박주언 본부장은 “시니어가 사회적 경제의 선도 계층이 될 수 있다. 청년과 충돌하는 세대가 아니라 모범을 세우는 세대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창업이 왜 낭만적인가? 시니어 대상으로 창업과정을 10기까지 진행하며 그분들의 어마어마한 능력을 이미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교육, 교육, 교육… 뻔한 이야기만 되풀이”

시니어의 취업·창업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교육 중심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아무개씨는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긴 하지만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을 되풀이하는 교육은 필요 없다. 이 포럼도 현장에서 활동하며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김희철 대표도 “나도 교육에 참여하고 강의도 하지만 대부분 겉도는 내용에다 평범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관 주도의 교육사업만 많아지다 보니 교육받으러 다니는 시니어가 새로운 시장이 되면서 관과 손을 잡은 일부의 이익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50+세대의 사회적 경제 진입 방안’에 대해 발표한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 김만희 이사장은 “또 하나의 직업을 얻는 게 아니라 인생 2막에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를 봤으면 좋겠다. 시니어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의 입장에서 고민을 해달라”고 바랐다.

“손자 밥그릇 뺏는다는 말 들으면 서글퍼”

참석자들은 청년과 시니어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아무개씨는 “청년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우리가 빼앗고, 손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할아버지가 침범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서글프다. 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상생이 아니라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세대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은 창업공간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시니어는 뭔가 해보려 해도 공간이 없어 난리다.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고려장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아무개씨는 “최근 시니어 관련 세미나를 가보면 발표자와 토론자 중에 60대 이상이 드물다. 젊은 사람들한테 지도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시 정진우 사회적경제과장은 “기존 정책이나 사업을 살펴보니 시니어를 위한 게 별로 없더라. 시니어와 청년이 만나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은데, 단순한 만남보다 숙성기간을 거쳐 준비된 만남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30여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3년 동안 청년기업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용돈은 벌어야겠다 싶어 인턴십을 신청했다.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큰돈은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용돈은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아무개씨는 “시니어가 가진 전문성을 청년에게 지식으로 전달하는 건 쉽지 않다.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은 시니어가 숙련된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니어와 청년이 도제 방식으로 협업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원창수 사무국장은 “시니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시니어사회적경제지원조직네트워크가 모여 3, 4개월 만에 내놓은 첫번째 문제제기이니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시니어사회적경제지원조직네트워크에는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불교사회적경제지원본부, 가톨릭카리타스사회적기업지원센터, 신나는조합, 상상우리 등 사회적 경제의 가교 구실을 해온 중간지원조직과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 희망나눔세상 등 시니어가 직접 만든 사회적 경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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